[학부모] 학부모교실

 철학적 차원에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니 악하다니 하는 논쟁이나, 유전적으로 대부분 결정된다는 주장을 다 떠나서, 분명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어떤 각인된 정보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도 남자 아이는 미니카나 로봇에 관심을 보이고 여자 아이들은 인형에 관심을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을 구성하는 일체의 형질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그런 생물학적 선천적 유전 요인 이외에도 사회적 후천적 유전요인이 있지 않나 싶다. 선천적 요인들이 선택 불가능한 결정성은 지닌 반면 후천적 요인들은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을 가진 유동적인 성격을 띤다. 그러므로 부모로서 노력에 의해 변화 가능한 요인들을 살피고 도와주는 것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첫 번째는 바로 부모와 가정의 양육이 그것이다. 영유아기에 부모의 양육 훈육 방식은 인간의 사회적 유전자 형성의 시작점이자, 가장 많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준다. 서투른 부모가 아이를 산으로 보내거나 영민한 부모가 아이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모습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특히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그러나 희한한건 전업주부 엄마 아래에서도 땡깡쟁이가 나오고 맞벌이 엄마 밑에서도 진중한 아이가 나온다는 점이다. 결론은 아이와의 접촉 시간도 중요하겠지만 접촉하는 순간의 퀄리티가 훨씬 중요한 것 같다.

 두 번째는 바로 비전이나 꿈, 목표에 대한 주변 어른들의 역할 모델 같은 것이 그것이다. 주로 초등 시절에는 주변의 어른들, 부모 이외에도 이모나 삼촌, 옆집어른, 선생님 등으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주변 어른들의 조언이나 꿈, 목표에 대한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초등시절의 아이들에겐 한마디도 가려서 해야 하고 그 한마디가 그 아이에게 미칠 지대한 영향을 꼭 따져봐야만 한다.

 세 번째는 큰 변화가 있다. 바로 중고등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이 그 역할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때는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쟁하기도 하고, 탁월성에 대한 본뜨기나 모방도 가능하다. 나쁜 영향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큰 방향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좋은 친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특목고가 인기의 고공행진을 유지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이런 요인이 가장 크지 않은가 싶다. 그곳엔 최고의 친구들이 있다. 모르는 게 있고 공부하기 힘들 때 내 옆에 대한민국 최고가 있기를 바래서 서울과학고에 진학했다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들어볼 수 있다. 반대로 멀쩡하게 공부 잘하던 아이가 일반고에 진학해서 좋지 않은 친구를 사귀어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긴 하다.

 특히 특목고 진학은 입시에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혹은 경쟁이 심해서 상처 입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은 입시가 끝이 아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다른 경쟁을 떠올려보자. 언제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 용꼬리 하는 것 보다 뱀머리로 자신감을 지키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초중고 내내 뱀머리로 살면 겸손함을 배울 수 없다. 꼴지의 아픔이나 마음상태, 다양성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과감히 용꼬리도 한번쯤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 용꼬리가 되면 어쨌든 꼬리다. 상처 입는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그렇지만 겸손함을 배우고 교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생은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학업성적 이외에도 사람대하는 능력, 대화하는 능력, 말하는 능력, 친절함, 인내심, 배려심, 협동심, 자립심, 새로운 정보에 대한 학습능력이나 희생정신 봉사 정신 등등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더 많은 내용은 공부 1등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 대학 시절에는 선후배 그리고 동료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좋은 선배를 통해 어릴 때 어른들로 부터 찾았던 롤모델을 찾기도 한다. 후배들을 이끌어주면서 리더십을 배운다. 동료들과 함께 co-working 에 대해서 익힌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그만큼 많아지니까. 좋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야만 하는 단하나의 이유를 찾으라면 '좋은 사람들' 을 만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물론 어디나 좋은 사람들은 있다. 모든 선택은 확률게임이다. 더 높은 확률에 걸어볼 수밖에. 그래서 아마 국제중, 특목고, 일류대가 이토록 열풍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