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가끔 공부하기 싫거나 마음을 먹었다가고 집중이 잘 안 되는 경우 학생들은 자신을 의지박약으로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의 의지력이라는게 그리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노력하게 해주는 것이 의지력이라면 장기적인 노력을 가능케 해주는 것은 목표다. 따라서 본인의 의지력을 너무 탓하거나 과신하지 말고 명확한 목표부터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달성해나가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우므로 당장의 시험성적에 대한 목표를 중심으로 월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자신의 진로와 이에 따른 대학 및 학과에 대한 중장기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면 초등학교 시절에 서울로 처음 전학 와서 기죽기 싫어서 반에서 1등을 목표로 했다. 결국 전학 와서 본 첫 시험에서 목표를 달성했다. 또 중학교 시절 첫 시험에서 중학교 공부에 적응을 못해서 반에서 5등하고 담임선생님의 무시하는 듯한 눈초리가 맘에 안 들어서 다음 시험에서 반에서 1등을 목표로 했다. 역시 다음 시험에서 반에서 뿐만 아니라 전교에서 1등을 달성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중학교 공부에만 안주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 과학고 입학을 목표로 했다.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지만 역시 결과는 합격이었다. 고3 시절 성적 안 좋다고 은근히 무시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놀라게 하기 위해 수능성적 170을 목표로 했다. (당시는 200점 만점, 나의 평소 평균 성적 163~4, 당시 언론 발표 서울대 최상위 학과 기준 점수 176) 실제 시험에서는 177점을 달성했다. 이중에서도 목표로 삼을 만한 내용이 없다면 좀 무식하지만 이런거라도 좋다.

 ‘하루에 볼펜 한 자루를 다 쓰지 않으면 잠을 안자겠다.’

 이처럼 목표는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주며 장기간의 노력이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만약 지금 자녀의 목표가 모호하고 마음이 답답하다면 함께 대학 캠퍼스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크다.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을 만나고 누리려면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를 목표로 할 때가 아니라 세계인이 되기 위해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할 때다.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만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 현재의 공부습관에 불만이라면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집중이 안 되고, 엉덩이가 가볍고, 주의가 산만한 것 등 모든 공부습관상의 문제는 명확한 계획과 목표의식이 없는데서 출발한다. 명확한 목표량이나 데드라인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누구나 집중도 안 되고 딴 짓을 하고 싶고 여러 가지 일에 참견하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레 공부리듬이 짧다.

 긴 호흡의 공부습관을 가지고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다면 그날그날의 계획에서부터 출발해서 일주일 한 달의 계획을 세워보자. 어영부영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공부할 준비가 되었음을 느낄 것이다. 어른들이 일을 할 때도 데드라인이나 목표량이 없으면 손에 잘 잡히지가 않는데 하물며 학생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방학기간은 특히나 자유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고승덕 변호사는 고시 공부시절 소위 ‘시간가계부’를 작성했다고 한다. 자신이 하루에 사용하는 시간을 목록별로 작성해서 절약 하고 줄일 수 있는 목록을 찾아 아껴써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린 것이다. 그렇게 했기에 하루에 17시간이라는 경이적인 시간을 공부에 온전히 쏟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부터라도 목표세우기와 계획세우기 그리고 시간사용 가계부를 작성하여 시간을 아껴 쓰고 미약한 의지력을 보완해보자. 포기하지 않으면 정말 불가능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