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저희부부는 종교가 없습니다.

딱히 무신론자는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런데 갑자기 아들놈이 교회를 나가겠다더군요.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함께 가자고 했다면서......

사실 전 별로 반대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대는 꼴 보기도 싫은데 몇시간 사라져주겠다니 땡큐~~ 하는 마음도 쬐끔 있었죠.

특정(?)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아빠가 좀 뜨악한 반응을 보이자 종교의 자유 운운하며 핏대를 세우더만요.

'새꺄~~~ 교회에서 제대로 배워와라. 부모한테 그따구로 해도 되는지...'

욱! 하는 마음에 정작 하고싶은 말을 속으로 삼키며 ㅠㅠㅠ

"교회에서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와~~~~" 하고 등 두드려 내보냈습니다.

(아... 이 완벽한 이중성....  전 정말이지 이런 연기 전문입니다.

특히 아들놈 사춘기 이후 엄청난 트레이닝 덕분에 이젠 아카데미를 노려도 될 정도죠. ㅎㅎㅎ) 

그리고 다음주...

아들이 또 교회에 간다고 하더군요.

이건 또 뭐야? 일회성 이벤트 아니었어??? 진짜로 종교에 귀의한겨???

똥씹은 표정의 아빠를 뒤로하고 룰루랄라 집을 나섭니다.

이번엔 친한 친구 두놈을 함께 데리고 간다고 잔뜩 들떠있는 아들.....

알고보니 친구를 전도하면 문화상품권을 준다네요. ㅠㅠㅠ

당당하게 두장의 문화상품권을 득템하고 돌아온 아들의 얼굴에 희열이 넘칩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오늘따라 너무 감동적이었거나, 교회에 가자마자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건 아닌것 같은데.....

도대체 이놈이 염불에 관심이 있는건지 젯밥에 관심이 있는건지 심히 헷갈리는군요.

그나저나... 종교의 자유는 가정 내에서도 보장 되어야 하는걸까요?

부자간에 종교갈등이 심화되면 어찌해야하나 걱정입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