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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선행학습의 폐해

 

                                                                -원글 박남규, 안성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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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여러분이 학부모가 되었을 때 봐야 할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알아두는 것이 나쁠 것도 없으니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소위 선행학습의 폐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선행학습의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학생의 나이가 어느 정도 상관은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10살밖에 안되는 어린이라도 미적분의 개념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서 공부를 한다면 그것을 선행학습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최근에 아주 어린학생이 대학교에 입학한 경우에도 보았듯, 나이와 관계없이 학습내용을 완전히 소화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행학습이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무리한 선행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예습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에게 억지로 수준에 맞지 않는 공부를 시키는 나쁜 의미의 단어입니다. 이러한 선행학습은 그야말로 백해무익입니다.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는 차원을 떠나서, 학생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결코 해서는 안될 위험한 것입니다.

 

인삼이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태어난지 몇 달도 안되는 아기에게 그것을 먹이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어린 아이에게 인삼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음식으로서 만일 먹게 되는 경우에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됨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잘 알면서 정작 자신의 자녀에게 선행학습을 많이 시킬수록 좋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옆집아이가 하고 있으니까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경쟁적 조바심이 아마도 그렇게 만드는 것이 겠지요. 그러나 나쁜 의미의 무리한 선행학습이 될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학생의 학업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한번 배웠으니까 아무래도 더 쉽게 배우지 않겠느냐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선행학습을 하느라고 현 단계에서 다져야 할 기초를 충분히 다지지 못해서 영원히 뒤처지는 결과만 부를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을 배우는 학생은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를 못함을 물론 나중에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학생의 손을 잡아끌어서 뛰도록 만드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은 끌려가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하나를 제대로 배우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때 단계별로 하나씩 충분히 잘 배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자녀가 정말로 천재나 영재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은 초등학생에게 “수학 정석”을 들이대거나, 중학생에게 “종합영어”를 가르치는 무리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유치원에서 두 자리 덧셈을 가르치고, 어떤 아이는 간혹 그것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자기 아이가 한 자리 덧셈도 못하는 부모는 애가 타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또 한글은 상당수가 다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이것이 일반화되었는지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들의 상당수가 아예 한글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슬픈 코미디입니다. 이렇듯 공교육이 무너진 것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교육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산수를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수라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을 동반하는 것이고, 덧셈 등은 그런 추상적인 대상들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기에 어린 아이들 중에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강요하게 되면, 아이는 수와 계산에 대한 공포감과 거부감이 생겨 나중에 수학쪽으로는 아예 발전을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이런 원칙은 현실을 모르는 케케묵은 옛날이야기로 내동댕이 쳐진지가 오래되었고, 이 세상에 나온지 만 3~4년된 아이들이 덧셈/뺄셈을 하는 소리가 전국에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을 무시하면 그 결과가 결코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많은 부모님들이 부작용으로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자꾸 이 분을 인용해서 좀 송구스럽지만, 적절한 예를 들 기 위해 다시 한번 파인만(richard p. feynman. 1918~1988,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과 관련된 예를 들겠습니다. 이 분이 남긴 저서들이 워낙 불세출의 명작들이라 시중에는 그 내용 중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들을 모아 만든 책들이 나와 있습니다.

 

물론 그 내용 중에는 정말로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은 아무리 쉽게 써 놓았더라도 일반인이 그 진수를 맛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3년 정도 공부해도 겨우 알까 말까 한 것입니다. 이렇듯 한 마디 속에 담긴 그 깊은 뜻을 알지 못한다면, 수박의 껍질만을 열심히 핥은 꼴이 됩니다. 그래놓고 수박을 먹었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입니까?

 

실제로 파인만은 대학생들을 위해 강의를 준비했지만, 나중에 강의실에 남은 사람들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들이었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사람들만이 파인만이 대단히 어려운 내용을 얼마나 쉽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경탄해 마지않았으며 즐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그것이 잘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학습이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면 공부하는 사람의 수준에 맞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제발 몇몇 뛰어난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든 학생들이 따라하지는 맙시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4학년 수학교과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문제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순한 사칙연산을 이용해서 답을 구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내용이 매우 복잡해서 어린 학생들이 과연 문제를 읽고 수식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교육법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아직 계산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고의적으로 어렵게 꼬아서 만들어 내야 합니까? 수학공부는 적어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수학이 그토록 꼬인 학문이라고 느끼게 되면 흥미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최근에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어 응용문제 부분을 수정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받은 고통과, 또 그로 인해 수학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의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 중에서도 고등학교나 대학교 수학도 쉽게 소화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특별한 재능입니다. 영어로 재능이 있다는 말은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gifted"입니다. 그러니까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함부로 흉내내는 것은 잘될 리가 없고, 나의 아까운 시간과 노력만 헛되게 만들 뿐입니다. 선행학습을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교육과정이란 천재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닙니다. 각자에게 맞는 공부계획표를 가지고서 학습하는 것을 착실하게 다져나간다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배울 수 있습니다.

 

“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라는 말을 기억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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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의 글은 주절주절 저의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

 

ㅇ선행학습이라는 주제는 학부모와 교사, 사교육 종사자들간에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사항입니다. 각각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논리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장단점이 있습니다. 즉 개인별로 처한 상황과 판단의 기준이 모두 상이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소위 교육에 관련된 학부모, 교사, 학원관계자들이 그토록 치열하게 논쟁을 하지만 논의대상이 되는 사람은 정작 본인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부의 주체는 학생입니다. 학생의 입장은 배제된 채 주변인끼리 치고박고 갑설, 을설, 병설 등 수많은 주장과 논리가 난무합니다. 학생의 입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아무리 주변에서 수준 높은 고담준론의 대화가 오가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학생이고 학습의 주체는 학생입니다. 학습의 주체가 빠진 논쟁은 탁상공론에 불과 합니다.

 

학부모의 욕심과 불안감, 공교육 주체의 도덕적 의무감이 약화된 교육현장,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교육상품을 개발보급하는 사교육주체의 경제적 탐욕이 모두 만나는 그 지점의 중심에 우리들의 학생이 서 있습니다. 그러한 불순한 의도와 탐욕의 중심에서 아름답고 순수한 꽃이 피기를 바란다면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고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ㅇ절대적 수준의 향상도 없고, 공부 열심히 한다고 대학입학정원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모두가 사교육에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다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생각 안해 보셨습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일체의 사교육을 안한다고 하여도 공부의 절대적인 양이나 질에 있어서의 총량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봅니다. 결국은 공부총량의 지역적 분포와 시간적 축적시기에 있어서만 다르게 나타날 뿐이고 결국은 수능을 보는 시점에서의 전체적인 양과 질은 동일한 수준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이것보다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없는 것입니다.(물론 사교육시장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사교육에 투입되는 비용을 각 사교육주체의 노후비용 및 기타 효율적인 부문에 투자되어야 하는데 제로섬 게임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데 투입되고 있으니 반드시 국가차원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견해에 대하여 각 시장의 개별주체가 자신의 책임아래 자기 자식의 미래를 위하여 투자한다는데 국가가 콩나라 팥나라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현상은 항상 거시적인 측면에서 판단해야 함을 잊으면 안됩니다. 전체적인 효용이 마이너스가 되는 개별주체의 비효율적 투자형태는 시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제로섬 게임은 서로가 윈윈하는 게임으로 바뀔 수 있도록 경쟁의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ㅇ인간의 활동에는 경제적 비용이 수반됩니다. 그중에도 교육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내는 분야가 교육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투입대비 효과가 가장 적은 분야가 교육입니다. 다른 비용을 제외하고라도 화폐로 산정할 수 있는 투입비용은 각 가정주체와 정부의 비용을 매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용에 상응하는 산출효과는 거의 측정 불가능합니다. 간접적으로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투입대상에 대한 비용대비 산출효과를 일부 검증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교육의 절대 수준의 향상은 그렇게 큰 변화가 없습니다. 교육대상의 범위가 넓어지고 고등교육 이수자의 숫자내지 비율이 올라가는 것 이외에는 사실상 교육비용은 일정수준의 국가체제내의 교육수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필요적 경비입니다. 비용지출이 없으면 당장에 표시가 나지만 비용지출을 증가 시킨다고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 비용과 같다는 얘기입니다. 예를들어 식비를 1/2로 줄이면 당장의 불편함이 느껴지지만 식비를 2배 늘린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만족감이 지속된 후에는 다시 만족감은 원래수준으로 복귀한다는 것입니다.

 

ㅇ왜 쓸데없이 교육투자 무용론을 주장하는 듯한 말을 주절주절 하냐구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교육도 거시적 시각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하며, 경제와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주체인 학생이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여 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능한 한 빠른 시간내에 구축하여야 투자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며, 부모님은 보조자와 조언자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수많은 선행공부와 학원들을 누가 선택하여 하고 있는지, 과연 선행이 필요한 학생인지, 아니면 후행공부가 필요한지, 현재 배우는 과정에 대한 심화공부가 필요한지 한번쯤은 정말 냉철하고 객관적인 성찰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자식의 교육을 부모와 사교육관계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판단하여 증권사 객장에서 이 종목, 저 종목 좋다고 추천받아 주식을 매매하는 것처럼 투기적인 투자를 하여서는 안됩니다. 공부에 관하여는 공부를 하는 학생이 본인의 장, 단점과 부족한 점을 가장 잘 압니다. 다만, 부모님께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도 구체적인 내용을 묻지도 않고요

 

부모는 오로지 시험결과인 성적에만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자식을 판단하기 때문에 공부과정을 몸소 겪는 자녀는 그 복잡한 내면의 세계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여 마음의 벽을 쌓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가 어떤 교과서와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자녀가 노트필기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참고서를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자녀가 학교와 학원가고 없는 사이 자녀의 책상과 책꽂이의 책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세요.

 

자녀의 책과 노트에 어떤 희망과 절망의 낙서가 쓰여져 있는지,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오늘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다음 주제는 “올바른 선행학습 및 학원과외” 활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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