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 지난 11월 15일 수능이 끝나고 여러가지 신문기사와 각종 수험사이트의 글들을 보면서 느낀 개인적인 소감을 적어 봅니다. 고2 학부모의 입장과 5년 정도 대입제도를 일반 학부모보다는 심층적으로 공부한 사람의 견해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국어영역

최근 2~3년 사이의 추세는 경제, 법률, 과학기술 지문에서 소위 변별력 있는 문제들이 순번제처럼 돌아가면서 킬러지문으로 등장하여 수험생들을 당황시키고 있습니다.

올해의 특징은 페이지수로 16페이지라는 정보량이 매우 많은 것에 더하여 앞쪽의 화작에서 보통 18분~20분대에 문제풀이가 종료되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25분 이상 동안 끙끙대도 답이 안나오고, 겨우 화작을 끝내고 시계를 보니 25분이 흘러버린 것을 깨달은 학생들이 1차 충격에 빠집니다. (시간관리 실패+1차멘탈 붕괴)

 문학에서도 처음 보는 외부지문이 출현하여 당황하고, 결국 비문학 지문에 도달하였는데  지문들이 그야말로 2차 멘붕을 유발하였다는 것입니다. 일명 블랙아웃이라는 뇌의 사고기능이 일시 정지하고 백지처럼 하얀상태로 되어서 이성적인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리니 이미 국어시험은 끝났다는 것을 대부분의 수험생이 느끼게 된 것입니다.

소위 멘탈게임에서 져버린 것이고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까지 여파가 밀렸고 수학, 영어도 쉽지않는 수준으로 출제되어 평소보다 시험을 잘 보았다는 학생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위 31번 킬러문제를 풀어보았는데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평범한 문제였고 보기지문이 어려운 것과는 달리 선지는 매우 간단 했습니다. 이과에서 물리를 공부한 학생들은 중력방정식을 안다면 금방 풀 수 있고, 문과라고 하여도 기본적인 독해력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적어도 제가보는 견지에서는)

1등급 컷이 85~86으로 예상되어 현재와 같은 수능방식이 시행된 2004년 이후 최초로 90미만 80점 중반대 점수에서 1등급이 형성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거의 국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얼마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어에 대한 공포감이 이미 대치동을 비롯하여 사교육업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옛날에는 수학을 초등부터 선행이니 심화니 하더니 이제는 유치원부터  독서교육, 사고력 증진이라는 이름아래 국어선행이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는 계기를 마련하여 준 것 같습니다.

그럼 내년에는 어떨까요?

제 생각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고  1등급 컷이 80점후반 92점 미만에서 형설될 것이다라고 예상합니다. 다만 과학기술 지문이 아닌 경제지문 또는 철학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라는 예상입니다. 경제, 법, 과학기술, 철학 지문은 객관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논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영역이어서 출제하기가 수월하고 소재지문 또한 무궁무진합니다.

학생들의 전략부재가 계속되고 돌발상황에 대한 멘탈이 강화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똑같은 결과가 예상됩니다.

소위 플랜 A - 기존 수능패턴과 비숫한 유형 및 난이도로 출제되었을 경우

       플랜 B -  특정파트, 특정지문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플랜 C -  수능국어 전체 출제기조가 기존 수능패턴과 본인의 예상과 다를 경우

위의 3가지 경우를 가정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며, 플랜B 유형으로 출제된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해결 전략과 대응연습, 그리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멘탈관리를 하여야 합니다.

항상 이론과 실제는 다른 것이 현실이고 막상 수능시험장에서 수험생이 겪어야 하는 상황은 이론의 문제가 아닌 80분안에 구체적인 특정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유일한 길은 반복을 통한 연습이고 어차피 객관식이고 선지 5개중 답은 1개가 있다는 생각과 내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도 어려울 것이라는 긍적적 자세로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관련된 도움이 되는 책을 나중에 몇권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통상적으로는 C의 경우는 발생하지 않으며, 보통 B의 경우가 수능의 역사입니다.

이번 국어는 플랜 B에 해당하는 경우이고 화작과 비문학 두군데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이성을 차리고 보면 왜 화작에서 1차 멘탈을 경험한 후에 정신을 못차리고 문학, 비문학에서 말려들어가 인생의 진로가 바뀌게 되는  상황에 말려들었는지 알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못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상당수 학생들은 깨닫습니다.

결국은 임계점을 돌파하는 이상의 도달에 미달하는 연습량의 부족이고, 수능국어의 본질과 공부방법을 모른 채로 공부하여 왔고 그런 학생들이 적어도  90%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1타 강사 인강과 학원수강을 사이비 교주 떠받들 듯이 공부한 학생들 올해 폭망했고 내년에도 그럴 가능성 농후합니다.

앞으로 국어영역은 사교육의 영향이 가장 미칠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평가원의 입장이라고 해석하고 국어공부의 방향과 본질을 고민하는 것이 현명한 길인 것 같습니다. 영어는 영어유치원, 해외거주 몇년으로 어느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수학도 학원 및 인강, 좋은 교재로 문제이해력과 해결 알고리즘 해결능력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몸에 체화하고 능숙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입니다.

문제는 국어영역은 문제푸는 테크닉은 배울 수 있을지 모르나(테크닉이 크게 적용되지 않는 올해와 같은 수준 및 유형으로 나오면 망합니다), 지문에 대한 이해력과 논리적 사고능력은 인강, 학원강의로 키워지는 능력이 아니므로 접근방법과 해결방법이 가장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올해 경향에 대비하는 교재와 인강과 각종 현장강의가 우후죽순처럼 나올 것입니다. Leet 문제가 필수라고 하는 주장도 이제는 설득력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서 최근 2~3년치 국어 비문학 문제의 지문들을 곰곰히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문제는 과연 수험생 본인들이 그런글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한 올바른 노력을 해왔는지, 그런 수준의 머리가 만들어 졌는지, 아니면 기출문제만 주구장창 몇번씩 풀어왔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영어에 대하여, 그 다음은 수학,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순서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