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공부에 대한 이야기
- 유아 때는 영어를 가르치지 말고 한글책을 읽혀야 된다는 분들이 계세요. 지난 번 글에도 언급했지만 영유 애들은 한글책도 많이 읽어요. 영유를 다닌다고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지요. 교육은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해요.
- ‘우리 애는 영유 안보냈어도 잘한다며 영유 보낼 필요가 없다’는 분들이 계세요. 맞아요. 영유 안 보내도 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말은 서울대생이 ‘저는 학원 안 다니고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어요. 학원 다닐 필요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아요. 고등맘은 이런 말을 듣고 한 귀로 흘려요. ‘그게 가능하면 내가 미쳤다고 학원보내겠냐? 학원 보내도 안 되니까 미치겠다’라면서요. 하지만 유아맘은 ‘맞아. 영유는 엄마 욕심에 애 잡아대는 일일 뿐이야. 어릴 때는 책을 읽혀야 된다니까. 영어는 나중에 가르쳐도 돼’라면서요. 아직 성적표를 받아본 적이 없어 자신감이 넘치지요. 유아맘은 언제든 잘할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고등맘은 등급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래서 유아/초등맘 중에는 선행이 필요없다는 분들이 많지만, 고등맘들은 선행 안 한게 후회라며 선행 꼭 시키라고 이야기해요. 일반고에서도 1등급 받는 애들은 2년 이상 선행하고 들어온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 선행한다고 다 1등급 받는 것 아니지 않냐고요? 맞아요. 선행한다고 다 1등급 받는 것은 아니에요. 선행해서 1등급 받는 게 아니라 1등급 받는 애가 선행도 하기 때문이지요. 특목고에 가서 서울대 간 게 아니라 서울대 갈 애들이 특목고에 많이 간 거처럼요. 인과관계를 오해하면 안 되요.
- 매년 대입이 끝나면 신문에 서울대생 인터뷰가 실려요. ‘엄마가 저를 믿어주셨어요’라고요. 그리고 ‘엄마가 믿어주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합니다. 아이를 믿어주세요’라는 훈훈한 멘트로 끝나지요. 그러면 ‘맞아. 애를 믿었어야 되는데 내가 너무 조급했나봐. 엄마도 안 믿어주는데 누가 믿어주겠어. 이제부터라도 믿고 기다려주자’며 아이를 믿기 시작해요. 그런데 그건 믿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몰라서 방치하는 것일 수 있어요. 솔직히, 믿어줘서 공부를 잘한 게 아니라 공부를 잘하니까 믿어준 거잖아요. T_T
- 공부는 정직해요. 타고난 머리도 중요하지만 두뇌능력이 비슷하면 더 많이 한 사람이 이겨요.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엉덩이힘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과목이 영어에요. 수학은 머리가 안 받쳐주면 아무리 해도 안 되요. 미적분이나 기하가 열심히 한다고 누구나 1등급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영어는 두뇌능력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언어이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들이면 누구나 잘 할 수 있어요. 수능에서 수학은 상대평가지만 영어는 절대평가에요. 그래서 특목고, 자사고 애들 중에는 입학 전에 수능 영어 1등급을 확보하고 오는 애들이 많아요. 그래야 고등학교에서 수학, 과학을 더 공부할 수 있어요. 고등학생은 내신에 동아리, 독서, 봉사, 교내대회 등 할 게 너무 많아요. 특히, 요즘은 수행평가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요. 한 번에 몇 과목씩 수행폭탄이 떨어지고, 팀원들이 협조 안 하면 독박수행 해야 되요.
- 어릴 때는 공부가 아니라 독서를 해야 된다는 분들도 많아요. 어째서 공부를 하면 독서를 안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요즘은 독서도 입시에 반영되요. 그래서 공부 많이 하는 애들이 책도 더 많이 읽어요. 공부 안 하는 애들은 아무 것도 안 읽어요. 교과서도 안 읽고, 문제집도 안 읽고, 소설책도 안 읽어요. 공부랑 책은 별개의 문제에요. 참고로 특목고, 자사고도 입시에 독서를 반영해요.
- 이야기가 많이 샜네요. 이걸 이야기하려던게 아닌데 캉쌤이 비아냥 대는 분들께 상처를 많이 받았나 봐요. 다시 원래 영어 이야기로 돌아올께요. 영유에 보내지 않아도 엄마가 옆에서 충분히 지도하면 일유 출신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요. 영유 출신은 영유를 다녀서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영어를 많이 접해서 잘하는 거니까요. 그러니 일유도 영어를 많이 접하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요.
- 그렇다고 애를 붙잡고 영어공부 시키라는 게 아니에요. 유아 영어는 놀이 개념으로 접근해야 되요. 영유 애들 노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소리를 끄면 일유인지 영유인지 분간이 어려워요. 영유 애들도 색칠공부하고 종이접기 하며 놀아요. 단지 그걸 원어민강사가 가르칠 뿐이에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으니 우리 애도 영유 3년이면 영어를 읊어요.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환경인거죠. 그러니 일유 애들도 집에서 영어로 놀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요.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출 시간이에요. 영유에서 뭔가 대단한 것을 배워서 영어를 잘하는게 아니라 노출이 많이 되니 늘 수밖에 없죠. 미국에 가면 거지도 영어를 잘해요. 입에서 버터가 미끌거려요. 매일 영어로 듣고 말하니까요.
- 일유를 보내면 집에서 영어동요 함께 부르고 영어책을 많이 읽어주세요. 유투부로 영어 동영상도 많이 보여주고요. 영어책도 도서관에서 빌려오면 되요. 한 사람당 6권까지 빌릴 수 있으니 엄마, 아빠, 아이 이름으로 각각 가입하면 한 번에 18권까지 빌릴 수 있어요. 아이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 읽고 집에 올 때 18권을 빌려오는 거에요. 원하는 책이 우리동네 도서관에 없으면 다른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하면 되요. 조금만 찾아보면 돈 안 들이고 영어환경 만들 방법이 얼마든지 있어요.
-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영어에 대한 친밀감을 높여주는 것도 좋아요. 유투부에서 영어로 더빙된 뽀로로, 폴리, 슈퍼윙스 같은 만화를 보여주는 거에요. 영어 더빙된 만화들 엄청 많아요. Word World, Super Why, Team Umizoomi는 캉쌤이 강추하는 프로들이에요. EBS에서 만든 Alice's Wondergarden 이나 Magic Icecream Truck 도 정말 좋아요. 이 프로들을 몇 번 반복하면 파닉스가 확 늘어요. EBS 2TV도 정말 강추해요. 아침에 유치원이나 학교 가기 전에 EBS 2TV 틀어서 Sesame Street 보여주세요. 빅버드랑 쿠키몬스터가 쏼라쏼라 댈 거에요.
- 영어만화 보여주면 애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냐고요? 아니요. 그저 만화 보여준다고 좋아해요.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보여주면 어느 순간부터 영어단어 따라해요. 변신장면이나 출동장면 나오면 영어로 같이 외쳐요. 뜻도 모르면서 그냥 외쳐요. 발음도 이상해요. 왠 다이야~~~ 수준이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거에요. 그래서 유아나 초등 영어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되요. Captain Underpants도 애들 배꼽 빠져요.
- 어릴 때부터 영어학원 보내면 진 빠져서 영어를 싫어하게 된다는 분들도 계세요. 어릴 때 학습식 학원에 다녀 고생해본 적 있는 분들이에요. 유아/초등 영어 목표는 수능 1등급이 아니라 바이링구얼이어야 되요. 영어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영어로(!) 공부해야 되지요. 초등 저학년한테 동사, 명사, 부정사 가르치면 부정타요. 문법같은 영어의 기술이 아니라 영어로 된 컨텐츠를 가르쳐야 되지요.
- 그래서 유아/초등 때는 원어민 학원에 보내서 영어로 사회, 과학 같은 걸 배우는 게 좋아요. 그러면 애들이 재미있어해요. 수학학원은 안 가겠다고 해도 영어학원은 끊어버린다고 하면 애들이 펄쩍 뛰어요. 특히, 원어민 학원은 그만 두겠다는 애들이 별로 없어요. 문법 가르친다며 엄마가 옮기는 거지 아이가 옮기고 싶은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원어민 학원은 재원기간이 길어요.
- 수학은 어릴 때부터 과하게 돌리면 수포자 되요. 수학은 아이들 두뇌발달 수준에 맞춰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영어는 과하게 돌려도 영포자 안 되요. 오히려 영어를 안 가르치니까 영포자 되는 거에요. 영어와 수학은 접근법이 완전히 다른 거죠.
- 유아/초등 영어는 유창성이 중요해요. 그래서 어릴 때는 정확성을 요구해서는 안 되요. 맞추라고 요구하고 틀렸다고 혼내니까 영어가 재미없어져요. 매일 영단어 외우게 하고, 문법 문제 풀게 하면 영어가 싫어져요.
- 중/고등학교 영어는 정확성이 중요해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적어야 하고, 복수형에 s를 빼먹으면 감점당해요. 그래서 한국강사에게 한국식 문법도 배워야 되요. 먼나라에서 온 Charlie, Michell, Michael은 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을 몰라요. 중1은 자유학년이라 시험을 안 보니까 영/과고 준비생이 아니면 문법은 초6이나 중1 때 가르쳐도 늦지 않아요. 영어공부할 때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단어 외우는 것이고, 제일 힘들어 하는 게 문법이에요. 그래서 유/초등 때는 단어랑 문법을 요구하면 영어가 재미없어져요.
- 조기영어교육은 유창성에 초점을 맞추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쓰기, 말하기보다 읽고 듣는데 집중해주세요. 유초딩이 영어로 쓰기, 말하기를 잘 못하는 이유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쓸 내용이 없어서에요. 그래서 많이 읽고 들으며 영어문장을 계속 넣어줘야 되요. 언어는 모방에서 시작하니까 차고 넘치게 넣어줘야 되요. 어느 순간 넘치기 시작하면 쓰기, 말하기가 확 늘어요.
- 조기영어교육을 반대하는 분들은 책을 많이 읽혀야 된다고 주장하세요. 맞아요. 그런데 영어책도 책이에요. 그리고 책에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지 어떤 언어로 쓰여 있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에요. 한글로 읽든 영어로 읽든 많이 읽으면 되요. 영어책이라고 하면 문제집부터 떠올리는 인식을 바꿔야 되요. 조기영어교육을 반대하는 기저에는 성문과 맨투맨에서 벗어나고 싶은 학창시절의 열망이 깔려있거든요.
- 기회가 되시면 영유나 원어민 학원 수업을 지켜보세요. 일유나 한국식 학원보다 훨씬 왁자지껄해에요.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의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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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 유치원
2차 : 초등학교 1학년
3차 : 초등학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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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공부에 대한 이야기
---------( 이상 1.5편 )
4차 : 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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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 중학교 2학년
6차 : 중학교 3학년
7차 : 고등학교 1학년
8차 : 고등학교 2학년
9차 : 고등학교 3학년
원래는 오늘 ( 5차 : 중학교 2학년 )을 작성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1.5편이 끼어들어 작성순서가 뒤로 밀렸네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할 말이 많아져서 길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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