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방

저는 외국국적 동포로 외국계 영어 강사로 한 동안 학원 계에서 근무 하였습니다.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외국에서 자라났고, 아직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앞서 이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이 곳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단 하나 입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들을 향한 차별은 좀 자제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교육대에서 교사 훈련을 받고 한국에 영어 강사로 근무를 해 본 사람입니다.

이런 외국인 강사들에 대한 배경 설명을 잠깐 하고자 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영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고 인정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약 7개국 뿐이긴 합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그리고 남아프리카가 그 7개국 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영어 어학원에서는 해당 7개국에서 영어계 외국인 강사를 모집합니다.

이야기가 잠깐 삼천포를 다녀올 것 같은데...
혹시 못 믿으시겠거든, 출입국 사무소나 교육부에 문의를 해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영어 강사로 한국에 입국하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영어 회화 비자 (E-2) 를 발급받는데, 그 절차도 상당히 까다로워서 영어 강사라고 무조건 다 받을 수 있는 비자는 아닙니다. 비자 발급 자체는 출입국 사무소가 결정하지만, 발급 받고도 실제로 한국에서 근무하려면 교육부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뭐, IELTS 또는 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강사들도 간혹 있을 수 있고... 이런 자격이 된다면 꼭 7개국에서만이 아니라 타국에서도 모집을 할 때도 있습니다만... 해당 7개국에서 모집해오는 강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자, 다시 그럼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처음에 외국인이나 외국 국적의 강사들을 향해 차별을 좀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요.
전국의 학부모님들께서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특정한 소수께서 그렇게 행동하십니다.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이나 차별을 하고 계시면서 차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영어를 처음 접하게 될 당시 미국식 발음이 당연히 유명했고 미국인 하면 백인이 생각나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하면 백인계 미국인에게 배우는 것이 제일 좋지 라는 생각을 하시는 게 자연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제가 다른 논리를 펼치고 싶은데요. 미국에는 백인들만 살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예전부터 잘 알던 백인계부터 시작해 라틴계, 멕시코계, 아시아계 등등 여러 인종이 특정한 지역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한인 2세 또는 3세들도 거기서 성장하고 있을 수 있고요. 솔직히 한인 3세 정도면, 그냥 미국인이나 다름 없습니다.
대다수 학부모님들께서 이 점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한국인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대하시려는 거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미국인이 아닐 때죠.
영어 국가라고 하면, 제가 앞서 언급 드렸던 것처럼 전세계에 미국을 포함해 7개의 국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어를 배운다고 하면 여전히 미국식 영어가 제일 인기 있습니다. 미국식 억양도 지역별로 차이나는 것처럼, 영국도, 호주도, 그리고 캐나다의 영어 발음도 다 제각각 차이가 있는데, 그런 국가들 발음보다 미국식 영어발음을 더 선호하는 것... 이 부분이 어떤 한국분들께는 선호도의 차이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분들께는 (특히나 외국인 강사들) 에게는 일종의 차별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나마 알고 있기에 익숙한 것만 찾은 것 뿐인데, 발음부터 시작해 억양까지 세세하게는 다 다르므로 자칫하면 차별로 오인할 수 있는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분들도 해외라고 해도 미국에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좀 더 시각을 넓혀서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아들 또는 딸에게 교육을 목적으로 투자를 하시겠다는데 당연히 어느 정도는 이런 저런 요구가 있을 수 있죠. 다만, 요구 사항들 중에 특정한 요구 사항들은 조금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국의 모든 학부모님들께서 이러시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소수의 몇몇 분들께서는 아직도 이런 차별적인 시각을 갖고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근무할 당시에 전해듣게 된 한 학부모님의 불만 접수 사항이 바로 제가 백인계 미국인이 아니라 아시아계통의 영어 강사라서 자신이 만족하는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고 들었습니다. 오히려 백인계 영국인이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들었을 때, 기분은 참담했습니다.

백인계 영국인이고, 백인계 미국인이고, 백인계 캐나다인을 떠나서... 백인이면 무조건 영어를 잘 가르칠 거라는 생각을 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학원에서 이렇게 가르쳐라 또는 저렇게 가르쳐라 라는 대로만 가르칠 뿐이거든요. 몇 년 정도의 경험자가 아닌 이상, 대다수가 그렇습니다. 그 특정한 사람들의 성격이 유난히 좋은 것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그들이 유일하게 잘 하는 것이 영어 발음이 좋다... 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1년 또는 2년 정도로 짧게 일하다 가는 외국인들이 아마 과반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중 교육에 관한 실력자를 찾기란 오아시스도 아니고 사막 한 가운데에서 청정수 1급 찾는 거랑 똑같습니다.

단지... 교육은 가르치는 상대가 발음만 좋다고 다 잘 되지는 않습니다.
가르치는 강사는 얼마나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은 얼마나 배우는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강사와 학생들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 등등... 잘 배우는 것에는 여러가지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강사의 피부 색깔, 강사의 키, 강사의 발음 등등 신체적 조건이 "좋은 강사" 라는 타이틀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잠깐 삼천포를 다녀올 것 같은데...
학부모님들께서는 학교에서 좋은 교사와 그냥 교사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승님" 이라고 불리는 사람과 그냥 일반적으로 "쌤" 이라고 불리는 사람...

학교가 그런 것처럼 학원도 똑같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의도가 읽혀지시나요?

따라서 몇몇 학부모님들의 이러한 차별적인 발언이나 태도로 인해 현재 영어 학원계에서 근무하는 적지않은 수의 외국인 강사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좋지 못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영어 어학원들이 한국 이미지 좀 깍아먹고 있는 거 사실이고, 학부모님들께서 학원 측에 전달하시는 특정한 요구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학원들의 행태에 어느 정도 도움을 보태고 있습니다.

부탁 드립니다.
외국인 또는 외국 국적의 강사들을 향한 차별은 자제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