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자녀를 기숙사 학교에 입학시키시게 되면 많은 부모님들이 갖게되시는 고민 중 하나가 이번 주말에 아이 면회를 갈까 말까? 이번 외박 때 집에 혼자 찾아오게할까? 데리러갈까? 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위와 같은 고민을 엄마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하면 10 중 8,9는 당연히 데리러 가야한다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아빠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하시면 10 중 8,9는 직접 오게해야한다 일 것 같고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의 시선 차이 때문인데 의외로 이런 질문을 학교에다가 하면 학교에서는 직접 가도 된다와 부모님이 오셔야 된다가 반반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고등학생이면 직접 다녀도 될 나이이고 교육적으로도 직접 다니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교통환경이 너무 안좋은 곳이라면 예외)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러 오는 것에 대해 과보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그냥 혼자 다닐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줬으면 하시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신데 그러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잘못을 학교가 뒤집어 쓸 수도 있다보니 그냥 조용히 계신다고 하시더군요.

암튼 제 경험으로 보면 1학년 때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데리러 가시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남학생들의 경우는 더 빨리 줄어드는 것 같고요. 2,3학년이 되면 공부해야 되서 바쁘다거나 친구들이랑 노느냐 바뻐서, 아니면 심지어 친구들끼리 여행을 다녀오거나 친구집에서 자고 오겠다며 집에 오지 않겠다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엄마보고 싶다며 징징거리던 전화가 끊긴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고요.

사실 면회를 가거나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에 있어서 무조건 이것이 옳고, 이것은 틀리다 라는 이분법적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때 그때 상황에 맞춰서 적절하게 하면 되는 것이겠지요.

참고로 저희 형이 과학고랑 카이스트를 다녔었는데 대원학 때도 데리러 다니시더군요.(제 기억에 형이 박사과정 마치고 카이스트를 떠날 때 까지 수시로 들락거리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짐 나르러 여러번 갔었거든요.) 그 반면에 저는 대학교 기숙사 처음 들어가는 날에도 제가 이불이랑 옷이랑 양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혼자 고속버스 타고 올라갔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생활한 기숙사의 방은 커녕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십니다. 저는 대학 졸업해서 기숙사 나가야 할 때도 제 짐은 용달차 불러서 저 혼자서 직접 날랐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사실 같은 방 후배를 부려먹었습니다. ㅋㅋㅋ)

심지어 형은 대학교 기숙사에 입사시키고 돌아오시는 길에도 '저 어린 것을 기숙사에...' 그러시면서 어머니께서 울면서 돌아오셨는데, 저는 군대갈 때도 안 따라오시더군요.(아버지만 따라 오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30개월 정식으로 군생활 한 저보다 카이스트 출신이라 6주간 군사훈련만 받고 학교로 돌아간 저희 형이 군대에서 더 고생했다고도 이야기 하십니다. 저는 군대를 만 18살에 갔고, 저희 형은 제가 군대를 제대한 후에 갔으니까 만25살이 넘어서 갔는데도 말입니다. (저희 형은 같이 훈련 받은 친구들을 전우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_-;;) 

아버지가 혈압으로 쓰러지셨을 때도 택시타면 40분 정도면 올 수 있는 형한테는 중간고사 철이어서 시험공부에 방해된다며 연락을 안하시고 군대에 있는 저한테 밤 11시가 넘어서 전화를 하셨을 정도였지요. (참고로 군대에서 군인들의 취침시간은 밤 10시입니다. 밤 11시에 저희 내무반 전화가 울린 적은 제가 제대할 때까지 저 밖에 없었습니다.)

즉,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똑같은 자식이어도 약하게 보면 한없이 약하게 보여서 계속 모든 것을 해줘도 걱정이 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면, 강하게 보기 시작하면 전혀 걱정도 없고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것이지요. 사람이란 그렇게 약한 동물이 아니니까요. 고등학생이면 예전 같으면 시집, 장가 가서 애도 낳고, 전쟁터에 원정도 나갔을 나이잖아요

그리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들 중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 다니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예 집에 잘 안(못)가는 아이들도 있고요. 사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다른 아이들 부모님 때문에 위화감도 많이 느낍니다. 주말마다 같은 방 친구의 부모님이 찾아오셔서 그 아이만 불러다가 먹을 것 잔뜩 먹이고 방에 돌려보낼 때 비타민에 보약에 양손 한가득 들려 보내면 혼자 남은 다른 아이는 상처를 많이 받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숙사 생활하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은 같은 방 쓰는 룸메이트나 친한 친구들까지 함께 챙겨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의외로 이 부분을 놓치시는 부모님들이 너무 많으신 것 같거든요. (우리 아이가 너무 소중하다보니 우리 아이 소중하게 대하느라 그 모습에 다른 아이가 상처입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시는 것이지요. 우리 자신도 다른 부잣집 아이들이 과외니 학원이니 사교육 받고 싶은데로 충분히 받으면 위화감 느껴서 억울한 마음에 사교육 없애야 하느니 어쩌니 하며 교육정책이나 국회의원들을 격하게 욕하면서도요.)

암튼 이런 글을 적으면 수많은 엄마들께 눈총 좀 받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 철판 깔고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꼭 데리러 다니시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은 혼자 다닐 수 있을만큼 충분히 강하게 자라나 있다라는 점과 요즘 사회의 치안은 우리가 자라왔던 과거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 라는 점, 그리고... 데리러 가고 싶어도 형편상 데리러 갈 수 없는 부모님들이 혹시라도 위화감을 느끼시지 않으실까라는 노파심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많이 믿어주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실 때는 그 주변의 아이들은 어떤지도 한 번쯤 같이 둘러봐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