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아이들 진학과 관련한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님들로 부터
우리 아이가 OO학원의 OO반인데 그 정도면 어느 학교까지 합격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학원들마다 고유의 레벨제를 만들고 학원입학시험에서부터 아이들을 분반한 후 마치 어느 레벨에 이르면 어느 학교까지 합격가능하다 라는 식의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이다보니 발생한 상황인 것 같은데 참 씁슬한 기분이 많이 듭니다.

학원의 레벨이라는 것이 학원에서 교육 효율을 높일 목적으로 실력별 분반을 하기 위해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 적용에서는 교육효율 목적보다 학원의 브랜드 향상이나 경쟁학원과의 이미지 차별화, 아이들을 장기간 잡아두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브랜드의 학원일지라도 어느 학원에 가서 시험을 보느냐에 따라 레벨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고, 경쟁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상담을 올 경우에는 경쟁학원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목적으로 고의로 레벨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하여 경쟁학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라며 자신의 학원에 등록시키기라고 유도하는데 활용하기도 하고요.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실력이 늘지 않아서 퇴원하겠다는 학생을 붙잡기 위한 목적으로 더 좋은 선생님께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레벨을 올려줄테니 수강을 연장해봐라 라고 설득하는데 이용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성적표에서 등수를 없애버리기 시작하고, 중학교에서 각종 모의고사를 금지시키다보니 아이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방법이 많이 없어져서 그런 것인지 학부모님들 중에 학원 레벨을 너무 신뢰하다 못해 학원레벨에 집착까지 하시는 분들이 적지않게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를 데리고 오면 예전에는 저 아이 아빠는 뭐 하시니?라고 물었다면 요즘에는 저 아이는 무슨 반이니?라고 묻고, 아이가 학원에서 레벨이 오르기라도 하면 마치 그것이 무슨 대단한 학교에 합격하기라도 한 것인양 주변에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니까요. 레벨이 오르지 못했다고 아이를 채근하거나, 심지어 학원재수를 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학원의 레벨이란 교육적인 차원에서 효율이 있다는 것은 저 역시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그 효율이라는 것은 실제적으로 학원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는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부에서 사교육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대부분의 학원들이 적자 전환을 한 상황에서는 제대로된 레벨별 분반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외고 입시에서 수학시험 및 영어시험이 폐지된 이후 대부분의 중등부 영어전문학원이나 수학전문학원에서는 분반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인원을 모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목전문학원들의 경우 초대형학원들도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도입으로 학생수가 절반이하로 급감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레벨별 수업은 분명히 교육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현재 학원들의 레벨제 라는 것은 대부분 마케팅적 용도로 활용되는데 불과한 경우가 많고, 그 레벨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신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즉, OO학원의 OO반에 들면 OO외고 까지는 합격할 수 있다라는 식의 말은 학원에서 만들어낸 말일 뿐입니다.

또한, 레벨별 분반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실력이 높은 아이들만을 골라서 받아들였다라는 말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입시에서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특목전문학원에서 특목고 합격실적이 좋은 것은, 특목고에서 명문대 합격실적이 좋은 것과 동일한 이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잘 가르쳤다라는 점도 없지 않겠지만 그 보다는 아이들을 잘 뽑아놨다 라는 점이 더 큰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원 레벨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레벨이 올랐다고 해서 절대적인 실력이 올랐다고 확신하기도 어려우며, 아이의 레벨이 어느 정도라고 평가받았다고 해서 실제로 아이의 레벨이 그 정도라고 확신하기도 어렵습니다. 학원은 그 때 그 때 돈을 받고 아이들을 유치해서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지, 아이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인증하기 위해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객관적 실력이 궁금하시다고요? 그러면 차라리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모의고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전국 모의고사라는 것도 무조건 결과를 신뢰할 수만은 없지만 학원의 레벨보다는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전국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느냐 라는 것이지, 우리 아이 학원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느냐가 절대로 아니니까요. 입시는 전국의 학생들과 겨루는 것이지 우리 아이 학원 아이들과만 겨루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추신.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초대형 학원에 등록해서 레벨을 평가받으면 되지 않냐고요? 동일한 브랜드의 학원을 지역을 옮겨가면서 시험을 봐 보시기 바랍니다. 동일한 브랜드의 학원에서 동일한 점수가 나오더라도 모든 학원에서 동일한 레벨을 받지 못하실 것입니다. 직영학원이냐 프랜차이즈 가맹학원이냐, 원생이 몇 명이냐 , 주변에 경쟁학원이 있느냐, 기존에 다른 학원을 다녔던 사실을 학원에 이야기 했느냐, 엄마가 레벨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시느냐 등 각종 변수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얻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