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요즘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저희 형이 카이스트 출신인데 형한테서 카이스트가 대학생 자살률 1위를 기록했던 적이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희 형 친구도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결국 위 세척을 하고 간신히 살았다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고요.

대한민국 이공계 대학 중 최고라고 불리는 카이스트! 입학만 하더라도 주위에서 온갖 찬사와 칭송을 받는 학교인데 그토록 좋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왜 이토록 많이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특목고를 한 번쯤 생각해보신 부모님들이시라면 특목고 입학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과학고 입시는 단연 압권이지요. 쉴틈 없이 공부에 공부에 공부만... 과학고 입학 후에도 2학년 때 카이스트에 합격하기 위한 학업경쟁이 엄청 나고요.(저희 형은 과학고 입학 후 카이스트에서 27이던가 28세에 박사학위를 딸 때까지 명절이나 휴일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저희 형과 무척 친한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자는 모습을 저희 형이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렇다보니 청소년 시기에 거쳐야할 다양한 사회경험이나 인성교육이 부족하게 되어 카이스트 학생들의 경우 시련이나 외부시선에 대한 면역력이나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까지 전교 1등을 고수하며 주위에서 천재소리를 듣던 학생이 과학고에 가면 다 비슷비슷한 친구들만 모여있다보니 크게 위축되어버리고, 거기서 열심히 버텨서 2학년 때 카이스트를 가도 다 비슷비슷한 친구들이 다시 또 걸러져서 모이다보니 또 다시 위축되어 버리지요. 공부 잘 한다고 칭송만 받으며 자라던 학생들에게는 본인이 누군가에게 뒷쳐진다는 것이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인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무 것도 모르는 주변사람들은 오로지 과학고에 갔다라는 이유로 너도 2학년 때 카이스트 가겠구나 라던지, 카이스트에 갔다라는 이유로 너도 20대 박사가 되겠구나 라는 말을 하니 그게 더 스트레스이고요. 나름대로 칭찬과 격려를 해준 것인데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스트레스인 것이죠.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변에서 높은 목표를 자기들 맘대로 정해서 던져주다보니 그러한 과도한 기대가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짐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요즘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을 보면 마치 그것이 카이스트의 차별적 등록금 문제나 영어수업 등 학교 자체만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되는데 실제로 집안에서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거친 친형과 동네 형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과학고 및 카이스트 지망생들도 많이 상담해 본 제 느낌으로는 카이스트 학생들을 자살로 더 몰고 가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왜 저렇게까지 아이들을 공부로 몰아가냐고 질타를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무조건 특목고, 명문대에 가야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현실이니까요.

그동안 교육상담을 할 때 아이와 부모님을 따로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 결과를 부모님께 따로 말씀드리면 대부분 깜짝 놀라시며 절대 그럴리 없다고 본인이 아이와 다시 이야기해보시겠다 하시더군요. 그러한 행동이 아이의 목을 더 조이는 행동이라며 절대 그러지 마시라고 신신당부를 해도 나중에 알아보면 대부분 그 즉시, 아니면 얼마 후에 꼭 아이와 그 이야기를 꼭 나누십니다. 그것도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강요하고 주입시키는 방식으로요. 그러고는 생각하시죠. 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고요. 아이는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강요를 당했다고 느낄 뿐인데도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는 분명히 정책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부모들의 과도한 경쟁심과 학벌지상주의, 특정직업 선호현상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반복되는 젊은 수재들의 자살을 막기위해서는 정책을 바꿔라, 학교를 바꿔라 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리 어른들의 사고방식 부터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명확한 교육철학 수립과 함께요.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의 꿈에 의해 자라나는 존재가 되어야지, 부모의 꿈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될테니까요. 우리는 사람을 키우고 있는 것이지, 인형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