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최근 몇년 사이에 정부의 강력한 교육정책에 의해 대입 및 고입에서 입학사정관 형태의 전형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입시정책이 주로 성적위주로 진행되었다면 입학사정관제는 입학 후 발휘될 잠재능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자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보니 학교별, 학과별, 전형별로 각기 자기 학교의 특성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들을 속속들이 도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름도 너무 다양하고 지향하는 방향도 너무 다양하다보니 입시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모두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전형들이 생겨나고 있지요.

그런데 이 입학사정관제란 것이 그 동안 만들어온 성적이 조금 부족한 학생일지라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라면 그 가능성을 보고 선발해주자라는 취지이다보니 그동안 노력해온 것에 대해 인정해주지 않는다라는 노력의 형평성 문제나 단기간 내에 학생의 잠재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가 라는 입학사정관의 판단의 공정성 문제 등으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매년 입시가 끝나고 나면 정확한 근거를 알 수 없기에 자신의 불합격을 인정하기 어려운 고입/대입 수험생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거든요.

과거의 입시제도는 성적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였다보니 명확한 커트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였고, 누구나 커트라인의 확인을 통해 자신이 불합격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커트라인의 예측이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 합격가능성 또한 예측할 수도 있었고요.

그러나 앞으로는 입시에서 커트라인이라는 것을 찾기가 참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성적만을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들이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지금의 입시정책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는 불가피해 보이고, 입학사정관제의 특성상 명확한 커트라인을 찾는다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커트라인이라는 것 자체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커트라인이 커트레인지라는 개념으로 확대되겠지요. <특정점수 이상이면 무조건 합격이다>에서 <특정점수 범위 안에 들면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개념으로 말입니다. (커트레인지 개념에서는 커트라인 개념에서라면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이 불합격할 수도 있고, 불합격할 학생이 합격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입학사정관제가 잠재능력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라고 할지라도 잠재능력을 인정하여 합격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감해준다라는 것 뿐이지 아무리 잠재능력이 뛰어나도 모든 성적을 무시하고 잠재능력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라는 것은 아니거든요. (의외로 많은 학생 및 학부모님들이 입학사정관제는 전혀 성적을 보지 않고 단지 잠재능력만 가지고 학생을 선발한다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명확한 오해입니다. 입학사정관제란 기본적인 대학수학능력을 갖춘 학생들 중 성적이 조금 부족한 학생들을 구제하자 라는 것이지 대학수학능력 자체도 갖추지 못한 학생들까지 선발하자 라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입학사정관제에서의 잠재능력이란 기본적인 대학수학능력을 인정받은 이후에 가감되는 요소일 뿐이지 절대적 선발요소가 아닙니다.)

어쨋든 고입 및 대입에서 앞으로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는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커트라인이라는 개념보다 커트레인지라는 개념을 가지고 입시에 임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러면 앞으로 입시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좀 더 다양한 길이 보일 것입니다.

추신. 커트레인지 라는 제목을 보고 전자레인지가 떠오르셨다면..... 저랑 생각하시는 수준이 똑같으신 겁니다..... 이거 좋은건가? 나쁜건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