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생활정보

창작의 즐거움으로 밤에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뜯어먹기 좋은 빵을 어떻게 반죽하고 발효시켰는지 친구가 만든 작품의 맛을 각각 음미해 보도록 할까요.

제목 : 마법사 제빵사 아저씨 (김서연 / 서울은석초교 3-3)

나는 나는 못생긴 반죽이에요.
피부는 뽀얗지만
동글동글 하지도
네모처럼 각지지도
별처럼 이쁘지도 않아요.

옆 쟁반 쿠키는 예쁘다고 소문이 났어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쿠키는 귀여운
곰 모양 쿠키예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그래도 그래도 쿠키는 노오래요.
나는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도 그래도
나는 쿠키처럼
예쁘고 싶어요.

어느 날,
눈 덮인 듯한 모자를 쓴 아저씨가 왔어요.
아저씨는 나를
조물락 조물락거렸어요.
눈이 귀에 붙었다,
귀가 발에 붙었다
어질어질했어요.

그러다 나는 쿠키보다 더 예뻐졌어요.
귀여운 나비모양 쿠키가
되었어요.
피부도 뽀얗고
모양도 예쁘니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요.

나는 그 아저씨가 마법사인 것 같았어요.
쿠키가 그러는데,
아저씬 제빵사래요.
나를 검게도 할 수 있고
노랗게도 할 수 있고
빵이 되게 할 수도 있대요.
그 아저씨는 마법사예요.

[글평] 설명부분 길어 긴장감 떨어지는게 흠

아무 실체 없이 반죽된 덩어리가 쿠키가 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내적 변화를 반복법으로 운율을 살리면서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사물에 실제 감정을 부여한 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 속 이야기를 단계별로 하나씩 진행시켰기에 한 편의 동화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러한 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이야기로 길게 풀어 놓았기에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부분들이 오히려 시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내면의 소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가운데 필요 없는 수식어나 설명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압축·절제(예: 1연 전체⇒ 나는 못생긴 반죽이지요./동그랗지도/각지지도/예쁘지도 않은)한 후 어느 정도의 여운을 남겨둔다면 시를 읽고 난 후에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