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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쌤과 떼쟁스키의 동거(?) 둘째날입니다. 엄마 없이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떼쟁스키가 의외로 씩씩하게 적응을 잘 하네요. 캉쌤도 자취경력이 몇 년 있다 보니 잘 버티고 있고요. 그렇게 동거 첫째 날을 무사히 마치고 둘째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지내야 할 텐데요. ^^

1. 잠 깨우기

- 떼쟁스키는 혼자서도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입니다. 아침 7시 경이면 알아서 일어나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깨우는 일이 거의 없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떼쟁스키가 오늘은 늦잠을 자네요. 밤에 몇 번 잠을 깨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엄마를 찾더니 잠을 설쳤나 봅니다. 겉으로 표현은 잘 안 하지만 엄마없는 스트레스가 큰 것 같네요. 잠에 취해서 비몽사몽 헤롱헤롱대는 모습이 살짝 불쌍해보입니다.

2. 아침 먹이기

- 아침부터 밥상 차리기가 왜 이렇게 귀찮은 것인지... 도대체 엄마들은 어떻게 아침마다 밥을 차려주시나 싶어서 갑자기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캉쌤도 엄마들을 본 받아야겠다 라는 생각만 하며 떼쟁스키에게 빵과 우유를 줍니다. ^^;;;

3.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 아침 먹을 때까지만 해도 엄마 타령이 없었는데 갑자기 엄마 타령이 시작됩니다. 엄마가 데려다 주면 좋겠다며 징징거리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입에 젤리를 하나 물려주었더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역시 떼쟁스키한테는 엄마보다 젤리인겁니다. ( 만화 > 젤리 >>>>> 엄마 )

4.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기

- 애초의 계획은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으며 집으로 곧장 데려오는 것이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뛰어다니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떼쟁스키이다 보니 어린이집 문을 나서면서 부터 놀이터로 쏜살 같이 달려가네요. 그러더니 한 10분쯤 지나서 이제 재미가 없어졌는지 조금 시큰둥한 눈치입니다. 그래서 이 때다 싶어 젤리를 꺼내며 집에 가자고 꼬득였더니 갑자기 번개 같이 다른 놀이터로 도망가네요. 캉쌤은 그렇게 온 동네 놀이터를 끌려다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순순히 집에 들어가면 떼쟁스키가 아니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계단을 쳐다보더니 '아빠, 위에 올라가보자. 조금만 올라갔다 내려올꺼야'라고 하네요. 2칸 정도 올라갔다가 폴짝 뛰어내리겠지 싶었는데 계속 올라가네요. 그렇게 떼쟁스키와 캉쌤은 9층까지 걸어올라갔습니다. 버럭!! 이게 조금이냐?! -_-;;;

5. 목욕 시키기

- 욕조에서 첨벙첨벙을 하며 물총놀이를 하겠다며 물총을 찾아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물총을 찾아 대령했더니 아빠도 욕조에 들어오라며 짧고 뭉툭한 손가락을 꼬물꼬물 거리네요. 뽈록 튀어나온 똥배와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귀여워서 함께 욕조에서 첨벙첨벙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6. 밥 먹이기

- 어제 먹다 남은 탕수육에 게맛살을 추가해주니 엄청 잘 먹네요. 게맛살이 신기했는지 '아빠, 이게 뭐야?'를 연신 외치며 쳐묵쳐묵 해주십니다. 키 크라고 멸치도 얹어주니 잘 먹네요. 중간에 포크를 휘두르며 장난 치다가 혼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넘겼습니다. ㅋㅋㅋ

7. 놀아주기

- 뭔가 즐거우면서 보람차고 교육적인 놀이가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밀린 빨래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떼쟁스키에게 블록놀이를 던져주고 빨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세탁기를 돌린 후 베란다에 걸린 빨래를 걷어내고 새로 빨래를 널기는 했는데 걷어낸 빨래를 개기가 귀찮아지네요. 빨래를 해주는 기계가 있으니 빨래를 개주는 기계도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워킹맘 이틀 째가 되고나니 워킹맘들이 교육정보에 왜 이렇게 무지한지 알 것 같습니다. 교육정보 검색은 커녕 애들 돌보며 기본적인 살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네요. T_T

8. 재우기

온갖 감언이설로 꼬셔보기도 하고 겁을 줘봐도 방으로 안 들어가던 떼쟁스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니 냉큼 이불 속으로 뛰어들어가네요. 유투브에 접속한 후 만화를 검색하여 리스트에서 뭐가 보고 싶은지 골라보라고 하니까 손가락으로 콕 누르네요. 헉!! 그런데 이건 시청시간이 1시간이 넘는 또봇인 겁니다.... OTL..... 그래도 다행인 것은 중간에 또봇(주인공 역할의 변신 로보트)이 악당 로보트에게 공격을 당하기 시작하자 무섭다고 하네요.
'아이코, 무서워라! 저 나쁜 로보트가 또봇을 공격한다. 나쁜 로보트가 떼쟁스키도 공격하면 어떻게 하지? 아이코 무서워. 빨리 꺼야겠다. 이제 그만 또봇 끌까요?'
한 10초만 더 버티면 주인공 로보트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쁜 로보트를 한 방에 물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행히 그 전에 떼쟁스키가 겁을 먹어버렸네요. 그 덕분에 시청 30분 만에 아빠 품에 꼭 숨어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떼쟁스키가 겁쟁이인 것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네요. ㅋㅋㅋ

일 하며 살림 하며 아이 돌보는 생활을 이틀을 해보니 워킹맘들이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이 절절히 들더군요. 일 하면서 애만 보는 것도 참 힘든데 밥, 청소, 빨래 등 살림까지 하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캉쌤은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출퇴근 부담이 전혀 없지만 다른 분들은 참 힘드시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봐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니 캉쌤이 워킹맘의 입장이 되어보니 워킹맘들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네요. 워킹맘들이 교육정보를 더 쉽고 정확하게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더 강구해봐야겠습니다. ^^

추신. 자기 전에 내일 스케쥴을 확인해보니.... 헉!!! 내일 아침 7시에 민방위 소집훈련이 있는 겁니다. 이걸 어쩌지? 떼쟁스키를 냉큼 엄마가 있는 외할머니 댁에 데려다줘야 하나 어떻게 하나 고민되기 시작합니다. 마눌뉨께 전화를 하면 자신을 데리러 오던지 떼쟁스키를 데려다 달라고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마눌뉨이 편히 쉬지 못할 것 같아서 고민되네요. 그래서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떼쟁스키를 유모차에 태워서 민방위 소집훈련을 함께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떼쟁스키야, 내일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아빠와 함께 국방의 의무를 이수하러 가자꾸나!! 너도 국방의 의무를 지고 태어난 대한민국 사나이인거닷!!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