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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뉨이 몸이 안 좋아져서 어제 오전에 병원에 갔다가 손탄스키(12개월)와 함께 친정에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웬만하면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손탄스키의 첫 생일잔치가 다가오다 보니 그 전에 몸관리를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친정행을 선택했지요. (원래 손탄스키의 생일은 9월 29일인데 떼쟁스키의 생일과 몇 일 차이가 안 나서 떼쟁스키 생일인 10월 3일에 두 놈 생일을 몰아서 한 방에 하기로 했습니다. 양가 부모님들만 모시고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돌잡이와 식사만 할 예정이거든요.)

그런데 일단 마눌뉨과 손탄스키를 친정에 내려주고 집에 돌아오는데 과연 앞으로 1주일 동안 떼쟁스키와 단 둘이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떼쟁스키까지 친정에 맡기고 싶었지만 그러면 마눌뉨이 푹 쉴 수 없는데다가, 떼쟁스키가 어린이집을 너무 오래 빠지게 되어서 어린이집 생활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이번 주말에 어린이집에서 떼쟁스키 생일잔치가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떼쟁스키를 캉쌤이 맡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시작 된 '아빠와 단 둘이... (떼쟁스키 편)' 입니다. ^^;;

1.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기

어린이집 등/하원을 한동안 캉쌤이 시켰었기 때문에 등/하원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떼쟁스키가 엄마 없는 집에 잘 들어올지 걱정스럽더군요. 게다가 밖에는 비까지... 그래도 굳은 마음을 먹고 데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떼쟁스키가 아빠 우산을 보더니 자기 우산은 안 가져왔다며 떼를 쓰네요. 그래서 떼쟁스키에게 우산이 집에 있으니 우산 보러 집에 가자고 하니까 매우 순순히 따라오더라고요. 오호~~~!! 이렇게 쉬울 수가...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떼쟁스키가 아니죠. 집에 와서 우산을 보여주니까 자기도 우산을 쓰고 싶다며 밖에 나가자고 떼를 쓰네요. 그래서 집에 왔다가 우산을 들고 다시 나가서 30분 동안 동네를 돌아다니다 간신히 사탕 한 알을 입에 물려서 집에 데리고 왔습니다. 아~~~!! 명불허전 떼쟁스키 같으니라고!! T_T

2. 목욕 시키기

남들 걸리는 것은 자기도 다 걸려야 한다라는 유행남(?)인 떼쟁스키는 요즘 감기에 걸려있습니다. 그래서 물에 잠깐만 넣다 빼려고 했는데 첨벙첨벙을 하겠다며 물을 많이 틀어달라고 떼를 쓰네요. 감기도 감기지만 온수값이... 아~~~!! 명불허전 떼쟁스키 같으니라고!!

3. 밥 먹이기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전날 밤에 마트 마감세일 공략을 다녀왔기에 냉장고가 나름 풍성합니다. 그래서 어제 밤에 반값에 낚아온 탕수육을 후라이팬에 데워서 줬더니 '우와~~ 치킨이다'라며 잘 받아먹네요. (떼쟁스키는 튀긴 음식은 모두 치킨이라고 부릅니다. ^^;;) 그래서 밥 먹이기는 의외로 쉽게 끝났습니다. ^_^V

4. 택배 찾아오기

관리실에서 택배를 찾아가라는 연락이 오자 떼쟁스키가 자기가 찾아오겠다며 현관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네요. 관리실이 어디에 있는지 아냐고 물으니 당당하게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그래도 본인이 찾아오겠다며 신발을 신더라고요. 이 놈을 그냥 두면 밖에 나가서 집에 안 들어오려고 떼를 쓸 것이 분명해서 어부바 하자고 하니까 냉큼 올라타네요. 어부바가 신났는지 아빠 등에서 온 몸을 흔들며 흔들흔들 거립니다. 캉쌤은 다리가 후들후들... 그리고는 집에 와서 택배상자를 뜯어보더니 자기 것이 아니라며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빨리 나가서 자기 것도 사오라고 떼를 씁니다. 아~~~!! 명불허전 떼쟁스키 같으니라고!!

5. 엄마와 영상통화

병원(?)에 있는 엄마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엄마는 떼쟁스키 얼굴이 보고 싶어서 영상통화를 시도하지만 떼쟁스키에게는 스마트폰의 엄마 얼굴보다 TV 속의 만화가 더 중요하네요. 눈은 TV를 향한 채 엄마의 물음에 영혼없는 답변(응. 그래. 알았어.)만 늘어놓습니다. 저런 집중력으로 책을 읽으면 벌써 한글을 깨우쳤겠지만 현실은 아직 1,2,3도 못 읽고 있네요. ^^;;;

6. 재우기

9시가 넘어가기에 잠을 재우려고 치카치카를 하자고 했더니 역시나 안 하겠답니다. 한 방에 치카치카에 응하면 떼쟁스키가 아니지요. 스마트폰으로 공룡을 보여주겠다며 협상을 시도하자 '버럭!! 내가 그 정도 싸구려 요구에 응할 것 같으냐...'가 아니라 곧바로 입을 쩍 벌리네요. (떼쟁스키는 공룡 매니아입니다.)
그래서 치카치카를 한 후에 아빠 팔 베게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한반도의 공룡'을 보여주며 재우기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엄마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며 떼를 쓰기 시작하네요. 버럭!! 아까 영상통화 할 때 잘 하지 그랬느냣!! 아무튼 그렇게 10여 분간의 떼스기 후 꿈나라로 가버렸습니다. 떼쟁스키가요? 아뇨. 캉쌤이요. ^^;;;

엄마 없이 과연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첫 날은 무사히 잘 넘겼네요. 오옷!!! 그러고 보니 벌써 떼쟁스키님을 모시러 갈 시간입니다. 오늘의 자유시간이 여기서 끝이라니... 커흑.... 부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텨주면 좋겠네요. 캉쌤과 떼쟁스키의 행복한 동거를 기원해주세요. ^^

좌 젤리, 우 두유로 무장한채 어린이집으로 고고씽~~~~!! ^O^/

추신. 엄마는 아프면 절대로 안 되는 겁니다. 엄마가 아프면 온 가족이 다 아프잖아요. 대한민국 엄마들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 
(애들이랑 아빠만 좋은 것 먹이지 마시고 엄마부터 드세요. 일단 나부터 살아야 가족이 사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