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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미국 땅에 첫 발을 내딛다.

2008년 5월 15일. 미국에 첫 발을 내딛었던 그날
그 밤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잘 산다고,
15년 전 인생의 첫발을 내딛던 그날도
이처럼 비가 내려 누군가 우리의 결혼을 위로해주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공항에 마중나온 남편은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햇빛에 그을려 한눈에 알아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안되는 영어로 살만한 아파트를 찾아 다니고 딜러샵에 가서 차를 흥정하고
은행을 오픈하고 각종 유틸리티를 계약하기까지 혼자서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 날 밤새도록 그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얼마를 눈시울을 붉혔을까요.... 
15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던 그 날, 그 날은 참으로 밤이 길었습니다.

다음 날, 서둘러 부쳐 버린덕에 한국에서의 짐들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 주었더군요.
너무 준비할 시간 없이 이삿짐을 꾸린터라 미처 버리지도 못한 쓰레기통까지 들어 있엇습니다. 
또한 새로 장만한지 다섯달도 안되는 냉장고 를 버리고 올 수 없어서 변압기까지 싸들고 가져 왔으니
이삿짐으로 지불한 돈은 모두 450만원이었습니다. 
참.. 이제 수입 없이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까먹으며 살아야 하는 판에
초기 정착 비용으로 순식간에 천만원이날라 가더군요. 
미국은 거라지 세일이며 중고 물품 거래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웬만한건 새로 사지 않아도 다 구입할 수 있었는데말입니다. 
게다가 크리스찬이면 현지 한인교회의 도움도 받을 수 있어서 많은것들이 더욱 수월 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움없이 모든 걸 해야 했던 우리는 은행에서 계좌를 오픈 하는데만도 하루가 걸리고 
무엇도 일사천리로 되어 주는게 없었습니다.
미국사람들,서류 만드는것만도 느려 터지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그들이 
어떻게 달나라를 뚫었는지 참 이해가 안되더군요. 

아이들 학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은 학제가 가을부터 새로 시작되기 때문에 8월말에 다시 오라더군요.
더구나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하니 학년도 낯춰서
아들은 중1,즉 7학년부터 딸은 5학년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한국인이라고는 우리 아이들밖에 없던터라 우겨볼 수도 없이(대화가 되야 말이죠 ㅉㅉ) 
예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일을 기준으로 8월이전에 태어났으면 제 학년을 갈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일부러 낯추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2년유학을 계획했던터라 좀더 아카데믹한 영어에 중점을 두고 싶었죠. 

그리고 바로 맞이한 미국의 여름방학은 감옥이 따로 없엇습니다. 
특히 오클라호마는 인디언들의 강제 이주지역으로 꼽혔을만큼
가끔씩 쓸어주는 토네이도와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이 된 도시가 바로 위 캔자스입니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로 유명한곳인지라 관광할만한 무엇도 없이 집안에 갇혀지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오기 전 꿈 꾸었던 설레이던 미국생활은 답답한 나의 영어에 힘들어하던 
미국인들과 한참 공부할 중학생인 아들의 피아노 노랫소리만 듣는 날들의 연속이었죠.
지금와서 말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앞으로 다가올 날들과 갑자기 바뀐 환경에 견디기위한 돌파구로
그렇게 안하던 피아노를 두들긴 거라네요. 

몇몇의 미국교회에서 운영하는 캠프가 있었지만 괜찮은것들은 이미 5월중순에 예약이 다 끝나 있었고
그저 할 수 있는건 무료로 하는, 우리 나라로 말하면 여름 성경학교정도 되는 캠프들이엇습니다. 
만약 이런 실정을 좀 알고 왔거나 한국인이 많은 동부나 서부 였다면 좀 사정이 달라졌겠죠. 
하지만 처음 이곳을 결정할 때도 그랬지만 한국인이 가장 적은 주라는 사실에 위로를 하고 말앗습니다. 

이곳의 미국인들은 정말 친절했습니다 
도서관 시설도 너무 좋고 YMCA는 유학생 신분을 호소하니 스칼러쉽으로 50%를 면제해 주는 등
한국과는 상상할 수 없는 돈으로 너무 좋은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어찌했건 한국인 아이들이 없으니 어떻게든 영어를 쓰지 않으면 안되었고 
친절한 또래 아이들과 쉽게 친구를 만들더군요.
사춘기를 시작하는 나이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도착해서 3개월, 하늘만 쳐다 보았다고 생각한 시간동안 우리 아이들은 학교 시작하기 전
교회와 도서관과 YMCA를 통해서 충분한 워밍업을 했더랫습니다. 
하지만 차가 없이는 집밖으로 돌아 다닐 수도 없는 처지라 남편이 학교를 가면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동반 비자로 온 제가 겪은 어려움 중에 가장 큰 것이었지만 
갑자기 너무 많은 시간속에 그동안의 날들을 돌아보고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싼 물가에
넋이 나가고 있었습니다.
우유는 양질의 2리터 정도 되는것이 2불(당시 환율 1000원기준2000원)
주유소 기름값은 만땅 채우면 20불이더군요. 

날씨는 햊빚이 무척 강하고 뜨거웠지만 어디나 에어컨 시설이 빵빵해서 추워서 겉옷을 들고 다닐 정도여서
실제 체감온도는 우리나라보다 덥다고 느껴지진 않더군요. 
한여름엔 밤 9시까지도 환할 정도로 해가 길고 하늘에 수놓은 석양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높아봐야 3층이 전부인지라 360도를 돌아가며 해가 지고 달이뜨는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이 그토록 넓다는것을 나이 40에 알았습니다. 

그래도 차가 한대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한대 더 구입을 하고는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기까지 했지만 참 형편 없는 내 자신에 수도 없이 실망해 온터에 
면허시험은 가까스로 붙고 나니 미국온지 3개월째가 되어서야 혼자서 무언가를 이룬 쾌감에
덩치 큰 흑인 주행시험감독관을 덥썩 안아 버렸습니다. 

처음 온 가족을 데리고 미국에 첫발을 내딛었을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미국은 크리스챤의 나라답게 마이너리티에대해 배려하고 봉사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더군요. 
생전 처음보는데도 눈만 마주쳐도 하이하고 인사하고 날 연약한(?)여자로 봐 주는지 
어딜가나 현관문을 열고 레이디퍼스트 하더군요.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문열고 기다리고 있어도 절대 뛰어 가지 않습니다ㅎ

다음 편엔 좌충우돌 영어늘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