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입시는 서로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보수교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가 강화될수록 보수교육은 힘이 커지게 되지요.

그래서 진보교육은 힘을 키우기 위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불만을 자극해야 합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놀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것을 다 참아가며 노력한 것은 꽁꽁 감춘 채 그들이 받는 대우만 부각시키며 이것은 불공평한 일이라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자극해야 되지요. 너희들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너희들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제도 때문이라면서요. 교육은 과정의 평등이어야 하는데 결과의 평등을 외치며 사실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가진 것이 생기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보수화되기 쉽습니다. 아이들이 등수라는 것을 갖게 되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보수화된다는 것이지요. 어쩌다 한 번이라도 1등을 해버리면 자신은 1등 인재라고 생각하며 그 등수를 지키고싶어지잖아요. 친구에게 등수를 역전이라도 당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고요. 그래서 진보교육에서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것을 감춰서 지킬 것이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되어 그 순간만은 행복해질 수 있지요. 우리는 행복의 기준을 나라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차이라는 상대적 기준에서 찾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진보교육자들은 특권계층이라며 특목고, 자사고 폐지를 외치고, 아이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며 성적표에서 등수를 지우고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까지 폐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그게 나에게 독이 되는 줄도 모르고 현재의 편안함만을 느끼며 진보교육을 지지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진보교육자들도 그것이 잘못된 교육방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입으로는 진보교육을 외치면서도 자기 자식은 보수교육을 시키는 것이겠지요. 진보교육의 대표주자인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자기 아이들을 대치동에서 키웠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자기 아이들을 모두 특목고에 보냈으며 번아웃 증후군을 외치는 소아정신과 의사는 자기 아들을 대치동으로 실어나르며 영재학교에 보냈으니까요. 이것은 마치 다른 집에 있는 체중계를 모두 압수해버린 후 남의 집 아이들에게는 날씬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고 힘들게 운동하지 말라고 부추겨 놓고, 자기집 애는 식습관까지 조절해가며 운동을 열심히 시켜서 몸짱을 만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체육대회 때 자기 애 목에 메달을 걸어주는 것이지요. ‘아이가 운동을 좋아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면서요. 어쩌면 이것은 자기 아이들의 경쟁자를 제거해주기 위한 부모의 왜곡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개구리나 붕어들은 하늘을 쳐다보지 말고 개천에서 즐겁게 살으라면서요.

진보교육을 외치는 정치인이나 교육감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의 쉴 권리, 놀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면서요. 하지만 그 어떤 진보교육론자도 학업부담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실력은 떨어지지 않게 해주겠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부추길 뿐이지요.

따라서 달콤한 말에 속아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도 그들의 아이들 못지않게 소중한 아이들이잖아요.

추신 1. 특목고, 자사고가 폐지되면 학군부활로 이어지고 결국 우수 학군지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됩니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이미 시작됐고요. 따라서 이제까지는 어느 고등학교에 가느냐가 어느 대학에 갈지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어느 지역에 사느냐가 어느 대학에 갈지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서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부모가 관여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극소수의 엄친아, 엄친딸들 이야기일 뿐 우리 집에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니까요.

추신 2. 이런 이야기를 하면 캉쌤 역시 적폐세력이니 어쩌니 하며 원색적으로 욕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캉쌤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지요. 단지 내 새끼 잘 가르쳐줄 정책을 지지할 뿐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정책을요. 그게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지요.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될 뿐 색깔은 중요하지 않잖아요.

추신 3. 교육은 과정의 평등이 되어야 하지 결과의 평등이 되어서 열심히 노력한 아이들의 땀과 눈물을 짓밟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옛날 학력고사가 가장 마음 편한 입시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물론 학력고사에도 단점은 있지만요.

추신 4. 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게 아니라 개천에서 ‘욕’이 나오네요. 개천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한 명으로서 정말 화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