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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좋은 학원, 과외로 영어만큼은 열심히 시켰는데 내신으로 망했다는 글을 보고 조금 끄적여 봅니다.

올림픽 선수들이나 축구 선수들이 처음부터 종목 운동만 하지는 않습니다. 종목과 상관없는 달리기, 호흡하기, 근육 운동, 식단 조절 등 근력 운동을 꾸준히 진행합니다. 근력운동이 제대로 되어 있고 체력을 갖추게 되면 그 다음은 기술 연마입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을 찾게 되고 그 후엔 종목에 대한 전력질주를 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아무 근력도 길러 놓지 않은 채 유아기, 초등 때부터 질주하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근력도, 자신에게 적용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부 방법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물 속에서 던져주는 모이만 먹고 자신이 튼튼하다고 생각하는 어린 새와 같습니다. 새는 날아야 제 맛이지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널 구속하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며 (실은 자녀와 힘 겨루기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거죠) “때 되면 할 것이다” “나만큼은 되겠지”...라며 스스로를 희망 착취합니다. 대부분 지식 수준이 높은 분들이 걷는 함정이지요. 아이의 행복을 빼앗는 부모가 된 것 같아 ‘회피’나 ‘방임’을 ‘기다린다’고 표현할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디든 보내서 갔다왔으면 많이 배웠겠지 싶어 아무 확인도 안하고 넋을 놓고 있는 경우입니다. 학원 갔나 안갔나 딩동 울리는 폰만 확인하고, 숙제 했나 하지 않았나 학원에서 오는 전화에 맘졸이며 교과서, 공책 한번을 들춰 보지 않습니다. 열심히 실어 나르기만 하다가 대부분 발등에 불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화들짝 놀랍니다. 계속 학원 탓, 강사탓, 신경을 안 써준 이유를 찾으며, 유목민처럼 옮겨 다닙니다. 예후가 좋을 리 없습니다. 99.9%도 아니고 100% 확신 합니다.

세 경우 모두 스스로 물을 먹는 말이 되지 못합니다. 근력이란, 경기를 뛰기전 체력을 키우는 운동입니다. 바로 독서와 학년별 교과서 복습이 여기에 해당 됩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잠자는 습관, 기계 대신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자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부모 태도도 근력에 속합니다. 이렇게 초등기를 보낸 아이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가 됩니다.

초등 고학년, 중등이 되면 기존의 바탕 시간에서 자기 복습 시간을 더 늘리며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시행착오 부분도 나중에 다시 써 보겠습니다.) 사춘기가 찾아 오기 때문에 무엇을 더 많이 시킬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물이 새어 나가는 구멍을 처음부터 크게 뚫어 놓으면 다시 거둬 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요구가 거칠어 지기 때문에 천천히 양보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내 주어야 합니다. 중3 가을 바람이 선선해 지면 아이들도 자신의 진로를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지구인으로 귀환할 시기지만 예전처럼 엄마품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기대도 하지 마세요.) 그 후론, 이전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아낸 자기만의 맞춤형 시간표가 기준이 됩니다. 그 때부터는 달려야 합니다. 자기 시간표를 얻게 된 것이 속도전에서 밀릴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최적화된 안성맞춤형 시간표는 자기주도의 최대 무기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가 안되는데, 영어로 된 긴 문장을 읽을 수 있을까요? 시험 대비를 위한 단편적인 문장을 아무리 읽고 쓰라고 가르쳐 봐야 발등의 불만 끄는 가벼운 공부가 됩니다. 중학은 어찌 어찌 버틴다 해도 고등은 어림도 없지요. 게다가 몸은 붙들고 있을 수 있지만 무엇인가를 외워야 하는 의지를 어떻게 타인이 억지로 시킬 수 있겠습니까? 협박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 긴시간을 이런 방식으로 끌고 가게 되면 부모 명만 단축 됩니다. 간혹 되는 아이가 있어도 그것은 아주 순한 기질의 소수에 해당되는 예입니다. (기질 관련도 추후에) 독서가 넘치고, 매일 영어 듣기 십분 정도를 들려 주고 (주구장창 틀어 주는게 아니라), 영어 교과서의 단원별 핵심목표를 정확히 알고 넘어가게 하면 초등때부터 시간대비,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공부는 항상 두가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넓게 펼쳐 주는 것과 학습 목표를 맞춰 정확도를 병행하는 방식이지요. 넓게 펼쳐 주는 지식은 독서의 밑받침을 말하고 학습 목표를 맞춰 가는 공부는 교과서와 학교 수업을 통한 복습을 말합니다. (간혹 책 읽혀도 소용 없더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부분도 나중에 정확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방식은 바로 학교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앞으로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읽는 것을 즐겨 하면 읽기 위해 영어를 공부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읽을 수 밖에 없어요. 언어는 이렇게 공부해야 오래, 길게 갈 수 있습니다. 영어가 공부 이전에 언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독해, 비판적 사고, 추론, 논리적 분석 등의 읽는 방식은 영어든 독일어든 아프리카어든 변하는 게 아닙니다.

학원 레벨 높은데, 회화 잘 되는데, 내신이 안된다는 말들을 죄다 합니다. 고3 끝까지 이 말을 붙들고 가는데...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입시는 학원 레벨이 아니라 학교 내신입니다. 특히 학생부 종합에서 학교를 놓고 가겠다는 것은 자해 수준과 같은 선택입니다. 백날 토익, 토셀, 텝스 잘 받아와도 반영 되지도 않고, 학원 레벨을 등급으로 가져 가는 것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수시가 ‘닥치고 내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학원 레벨은 무슨 소용이고, 학원 실력은 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경시 대회 이야기도 참으로 많이 하시는데 바늘구멍보다 더 독한 특기자 전형으로 갈 것 아니라면 그런 불필요한 고민들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그 바늘 구멍도 문재인 정권 이후로 다 사라집니다. 어떤 것이 좋다더라, 무엇을 해야만 한다더라의 정보 대신 현 시점에서 내 아이에게 무엇이 먼저인지 순서를 정해 보세요.

학원 강사가 내는 시험을 잘 보는 것은 그 학원 그 교재, 그 학원 수업일 때입니다. 학교 시험을 잘 보려면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시험 문제 내는 사람에게 집중해야죠. 그 후엔 내 머리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복습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학원에서 배우는 시간은 공부가 아닙니다. 역으로 말해, 하도 공부를 안하고 스마트폰을 해 대니 그 곳이라도 보내 차단 시켜야 겠다는 관리의 효과지요. 관리의 효과는 그저 관리 정도의 결과만 맞이하게 됩니다. 꾸역 꾸역 넣어주는 음식만 많지,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상황과 같습니다. 소화는 복습을 말합니다. 소화 없는 공부의 결과는 토하는 일 뿐이지요. (어? 학원 전단지엔 우수한 아이들이 많던데? 이 부분도 이후에 자세히 분석 해 보겠습니다.)

임시 방편이지만 중학 영어는 교과서 외우기와 프린트물, 교과서 핵심내용 반복 써보기입니다. 교과서 우습게 보지 마시고 반드시 학습 목표(핵심내용)를 확인 하세요. 학습 목표를 보고 어떤 것이 중요하구나를 인지 한 뒤, 외우더라도 그에 맞춰 중점 둘 부분을 파악해야 합니다. 학습 목표, 소단원 주제, 제목 등은 한마디로 말하면 인체를 이해하는 게놈 지도와 같습니다. 전체 구조를 꿰뚫고 있어야 외우든 분석하든 살을 붙일 수가 있어요.

단어 외우기도 파편적으로 해서는 안돼요. 아이들이 매번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 배운 단어가 나왔어요” 안 배운 단어가 나온 게 아니라 ‘안 공부’ 한 단어가 나온 겁니다. 예를 들어 positive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달달달 그 단어만 외웁니다. 그건 공부가 아니라 그냥 ‘투입’ 입니다. 권총알이 많으니 그냥 아무대나 놓고 쏘는 방식이에요. 반대어, 유사어, 예문 등을 함께 공부해야 그 단어에 대한 개념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개념의 범주를 넓혀 가며 자기가 찾는 공부를 해야 자기주도고 공부라 말할 수 있지, 가르친 것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무슨 공부입니까? (진돗개와 유인원도 주인이 가르친 영어 카드는 정확하게 가져 옵니다.) 사고는 개념을 넓혀갈 때만 확장됩니다. 효율적인 공부 방법의 핵심입니다.

학원 백날 바꿔도 아이 스스로 복습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자꾸 뭔가 새로운 것을 더 넣어 주려 하지 마시고 기본을 챙기세요. 최소한 아이가 교과서 필기는 제대로 해 오는지, 교과서 질문을 안보고 답변하며 쓸 수는 있는지, 프린트 주요 문장은 제대로 외웠는지 이 세가지만 챙겨 봐도 됩니다. 제일 덧없는 공부 스타일이 프린트만 외우는 방식입니다. 위에서도 말씀 드렸듯, 흐름도 모르고 구조도 모르는데 나눠준 프린트만 외워 변별있는 문제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문제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교과서를 최소 5회독 이상을 한 뒤 프린트를 봐야 무엇이 중요한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맥락없는 공부는 오래 갈 수가 없어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라는 아이말도 믿지 마세요. 아이를 의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를 믿어주되, 아이가 생각하는 범위를 어른 수준으로 보지 말라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사춘기의 뇌는 언제나, 열심히 직진입니다. 특히 좌뇌는 행동에 대한 사후 설명입니다. 자신이 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바빠요. 열심히 했는데 성적 안 나왔다는 아이들 모두 위의 세가지를 묻고 살펴 보면 다섯번 이상 반복하여 실행해 본 경우가 없습니다. 다섯번은 커녕 한번도 제대로 읽지 않습니다. 대강 훑어 본 것도 공부라고 생각하지요. 특히 수업 시간에 졸고 학원가서 공부한다? 사기 중에 이런 사기가 없습니다. 1등급을 가르는 문제는 선생님이 절대 칠판에 써 주지 않습니다. “중요하니 밑줄 그어” 란 말도 없습니다. 지나가는 말과 예문에서 나옵니다. 곤충 더듬이처럼 예민하게 흡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잠을 충분히 자야 하고, 학원 숙제가 많아 치이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학원의 일률적인 숙제는 그나마 정시에서 가능한 방식이었습니다.)

제 아무리 훌륭한 마부라 해도 말은 물가까지만 데려다 놓을 수 있습니다. 물을 마시는 것은 아이 몫입니다. 근력을 키우시고 제 때 필요한 교육을 하세요. 질주도 준비가 된 상태에서 잠깐 달리게 해야 전력을 다하고 그래야 속도를 냅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끌고 질질 끌고 다니면 어디 그 말이 살아 남겠습니까? 생물 중에, 살아 숨쉬는 것 중에 전력 질주를 그리 오래 할 수 있는 개체는 단 한 마리도 없습니다.

무생물과 생물을 구분 짓는 중요 기준을 내 아이 대상으로 실험해서는 안됩니다. 어른도 일일 노동시간 채우고 집에 돌아오면 내 삶이 뭔가 싶은데...어릴 때부터 학교 가고 학원 돌려 그 길만 걸어온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학교 5교시+전문학원1개 3시간=8시간, 버스 이동시간 시간에 방과후라도 있으면 이미 초과입니다.)

아이가 클 수록 부모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래도 기본이 틀린 경우는 없었고 예복습 지킨 아이가 달리지 못하는 것도 못 봤습니다. 학교 우습게 여기지 마시고 학교 선생 제대로 안됐다고 욕하지 마세요. 욕하기 전에 아이가 주도적인 공부를 하는지 끌려 다니는 공부를 하는지 살펴 보세요. 아무리 못한 선생님이라 해도 나보다는 낫습니다. 자식은 부모가 한계입니다. 뛰어 넘기 힘들어요. 내가 한 잔소리, 내가 원하는 바, 내가 하라고 한 대로 해 봐야 누구처럼 될까요? 나처럼 됩니다. 나로부터 독립시키는 게 아이 성장을 위해 훨씬 더 나은 선택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 아이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들을 아이 앞에서 욕하고 그들 탓이라 말하면 안됩니다. (전 학교 교사 아닙니다.)

신문에 나오는 물 흐리는 교사들, 전체 교사들 중 몇 프로 안되고, 그렇게 흐리는 인간들은 어느 조직, 어느 그룹이나 같은 퍼센트로 존재합니다. 대부분은 나보다 훨씬 낫습니다. 학교 무시하고 아이 가르치는 교사를 하찮게 여기면 평생 학원 레벨만 추억으로 간직하며 “내가 그 땐 잘했었는데...” “나 특목 나온 사람인데...” 소리만 반복하고 살게 됩니다.

물론 교육 제도 잘못된 것(교원제도 포함하여) 삼척 동자도 다 압니다. 제도 먼저 고치는 게 맞지요. 그런데 내 집 앞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고 계속 구청에 민원만 넣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라도 먼저 허리를 굽혀 내 집 앞 쓰레기를 주울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