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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여파로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계속되자 차라리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어떻겠냐며 마이스터고에 대해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네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는 사농공상이라는 식의 유교적 직업관이 많이 남아있다 보니 사회적 인식이나 처우 때문에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이스터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기술중심의 학교들인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전신은 농고, 공고, 상고 등 실업계고등학교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저급한 학교다 라는 인식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물론, 서울여상 등 수십 년 전부터 유명세를 떨치는 명문학교도 있지만 실업계고는 후기고등학교였다 보니 성적이 안 좋아 인문계고를 못 간 학생들이 주로 가는 학교였지요.

하지만 과거의 실업계고가 지금은 특성화고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전기고등학교가 바뀌었고,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고가 후기고등학교로 바뀌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인문계고를 먼저 선발하다 보니 인문계고에 못 가서 실업계고에 갔지만, 지금은 특성화고를 먼저 선발하다 보니 특성화고에 못 가서 일반계고에 가는 학생들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마이스터고는 특수목적고의 범주에 들어서 특성화고보다도 학생을 먼저 선발하고, 마이스터고에 불합격 할 경우 특성화고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보니 마이스터고의 커트라인은 특성화고보다도 더 높아지고 있지요. 과거에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인문계고를 못 가서 어쩔 수 없이 실업계고에 갔다면, 이제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못 가서 일반고로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일반고의 학업 분위기가 망가진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지요. 대학에 진학할 생각(실력?)이 없는 학생이 교실에 한 명만 더 늘어도 수업 분위기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니까요.

즉, 많은 분들께서 고입제도가 변화된 사실을 아직까지도 잘 모르시다 보니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무시하는 것이지 실제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사해보신 분들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쉽게 무시하지 못하시지요. 인기있는 최상위 마이스터고의 경우는 커트라인이 내신 한 자리수, 그것도 등수가 아니라 백분률로 상위 한자리수에서 끊기기도 하니까요.

그렇다 보니 해당 학생들을 직접 선발해서 업무를 맡기고 있는 일선 산업현장에서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상위권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어설픈 대학 출신보다 일을 훨씬 잘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우리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다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고민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졸은 고졸인 만큼 처음부터 대졸과 동일한 대우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어차피 일만 잘 하면 되는 것인지 학벌이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그것은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일 뿐, 만약 내가 사장이어도 똑같은 월급을 줘야 한다면 대졸자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가겠지요. 누가 더 일을 잘 하는지는 시켜보기 전까지 알 수 없으니 성적이 좋은(학교 생활을 성실히 한) 학생을 더 선호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대졸자도 학사와 석사, 박사는 대우도 다르고 주어지는 업무도 다른 것처럼요.

그래서 실제 산업현장을 보면 대졸과 고졸은 같은 분야라도 주어지는 업무가 다르고 처우도 다릅니다. 특히, 대학에 같은 분야가 개설되어 있는 직업분야라면 아무래도 대졸자를 더 우대할 수 밖에 없지요. 예를 들어 로봇같은 경우 대학에 로봇공학과나 기계공학과 등 로봇과 관련한 학과들이 많고 고등학교보다 더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다 보니 같은 로봇회사에 취업한다고 할지라도 대학 출신과 마이스터고 출신은 다른 업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대학의 기계공학과 출신에게 로봇 설계 업무를 맡긴다면, 마이스터고 출신에게는 로봇 정비 쪽을 맡기는 식으로요.

따라서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특성화고나 마이스트고를 고민해 보신다면 대학에 동종 계열 학과가 있는지 확인해보시고, 동종 계열 학과가 있는 분야라면 나에게 주어지는 업무나 처우가 대졸자와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하고 진학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이스터고는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을 전혀 해주지 않는 만큼 혹시라도 대학진학에 대한 미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일반고나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이스터고를 통해 선취업 후진학을 할 수도 있지만 후진학의 경우 대부분 재직자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보니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내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 야간대학에 주로 진학하게 되거든요. 고등학교에서 수능 수업을 받지 않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수능 공부를 해서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마이스터고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학교인 만큼 옥석을 잘 가린다면 대졸자 못지 않은 처우는 물론이고 노조가 강한 현장직이라는 특성상 직업 안정성까지 얻을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경우 마이스터고 출신을 전문대 졸업생으로 인정해서 특성화고 출신보다 2호봉을 더 얹어주기도 하거든요. 남학생들은 군 복무 후 복직할 수 있도록 퇴사처리가 아니라 휴직처리해주기도 하고요.

즉, 우리 아이가 어떤 직종으로 진출하면 좋을지 곰곰히 고민해 보신 후 대졸자들과 직무가 겹치지 않는 쪽으로 잘 찾아보신다면 대학이라는 간판이 아니라 직업이라는 실리를 취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마이스터고를 거쳐 조기 취업을 할 경우 대학에 다닐 때와 비교해서 등록금 등 막대한 교육비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들이 대학을 다니는 동안 돈도 벌 수 있으니 생애평생소득으로 따져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려면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대략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에 마이스터고 출신들은 그 동안 1억 원을 벌 수 있드니 대졸 남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7~28살 정도면 마이스터고 출신들은 통장에 2억 원을 모을 수도 있는 셈이지요. 대학 입시를 위해 지출하는 중고등학교 교육비 절감액까지 고려한다면 합계금액이 3~4억 원 이상이 될 수도 있고요. 참고로 일반고는 분기당 약 40만원 정도의 등록금(자사고나 사립외고는 분기당 약 120만원 정도)을 납부해야 하지만 마이스터고는 등록금은 물론이고 기숙사비까지 무료입니다. 심지어 공군항공과학고의 경우는 재학 중 교육에 관련된 모든 비용(교육비, 교과서, 학용품, 의식주 등)을 국비로 전액지원할 뿐 아니라 매달 월급까지 지급합니다. 월급은 학년에 따라 차등지급되는데 3학년 학생들의 경의 2016년 기준으로 매월 250,400원씩 지급됐습니다.

추신 1. 마이스터고는 산업수요맞춤형고등학교다 보니 각 학교별로 특정 기업들과 취업협약을 맺고 해당 기업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이스터고를 고려하실 때는 해당 학교가 어느 기업과 취업협약이 되어있는지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대기업들과 취업협약이 되어 있는 학교들도 많거든요.

추신 2.

스홀맘 : 그렇다면 대학에 보내는 것 보다 마이스터고에 보내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인가요?

캉쌤 :  제목에도 전제되어 있듯이 공부에 관심이 없다면 마이스터고에 보내시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 마이스터고에 가는 것이 대학에 가는 것보다 더 좋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