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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적인 역사 즐기기

  요즘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역사책을 시리즈로 사서 아이들에게 닦달을 하고, 줄 글로 된 책은 읽히기가 어려우니 몇 십 권이나 되는 만화를 덜컥 사서 아이들에게 읽힌다. 기특하게도 아이들이 잘 보는 듯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덕분에 역사도 잘 알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줄글로 된 책읽기로 넘어가는 과정이라 만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림책을 보자니 유치원생도 아닌 초등학생이고, 줄글로 된 책을 읽자니 글자 읽으랴, 이해하랴, 연상하느라 너무 힘들어 그림이 잔뜩 실린 만화를 자연스럽게 좋아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만화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류로 되어 있고 대화와 잡담이 많이 있어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그래서 내용과 관련 없이 만화라는 형식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재미있는 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책이 역사를 아는데 도움이 되었을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독해 실력과 사고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때 읽은 만화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독해력이 많이 향상되어 줄글로 된 역사책을 다시 읽었을 때는 역사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저학년 때 읽은 얄팍한 기억으로 전체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역사에 관한 호기심마저 빼앗아버린 상황이 되어 본격적인 역사책 읽기와 역사 공부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초등 저학년 때의 만화책 읽기는 본격적인 독서(글이 많은 책읽기)에도 방해를 주어 초등 고학년이 되도록 만화책만 보는 아이도 수두룩하며, 조금만 두꺼워져도 책을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와 재미있는 부분만 읽고 나머지는 안 읽는 부분 읽기를 하면서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역사를 알게 되면 아이들의 눈빛은 달라진다. 나아가 시야가 확 트이면서 새로운 호기심으로 관심 분야의 영역을 넓혀 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껴보기도 한다. 이것이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다. 그리고 인류가 살아온 삶이 있어 역사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체계적으로,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역사가 재미있어지고 또다른 호기심을 넓혀갈 수 있는 초등 고학년이 되어야 맛볼 수 있다. 역사 만화를 보더라도 초등 고학년이 되어 줄글로 되어 있는 역사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이 들면 만화를 먼저 통독하고 난 후 줄글로 된 역사책을 읽으면 효과가 있다. 그러면 역사가 쉽고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역사를 쉽게, 다양하게, 살아있는 역사로 느끼게 하기 위해 박물관, 유적지 탐험도 많이 한다. 거의 대부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열심히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전국 박물관과 유적지 순례를 하기도 하고, 너무 앞선 엄마는 지겨워하는 아이에게 설명도 열심히 하기도 한다. 저학년 때의 이런 경험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 역시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지겨움밖에 안겨주지 못한다. 몇 년이 흘러 기억을 상기시켜 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 정도는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엄마 아빠와 함께 즐겁게 놀았던 장면은 기억하지만 역사공부를 위한 답사는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역효과가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역사 탐험 역시 초등 고학년이 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이때의 체험은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생각 주머니가 커져 있으므로 아이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역사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러므로 초등 저학년때는 역사를 알기 위한 체험보다 엄마 아빠와 즐겁게 놀고, 재미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초등 고학년때는 박물관과 유적지 체험은 역지사지를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본다.

역사공부법은 초등 저학년때는 이야기류(창작, 옛이야기, 자연 등)를 주로 읽혀서 책읽기가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을 권한다.

  역사책 읽기는 초등고학년때 통사적인 책과 주제별 책을 함께 읽히면서, 인물전도 읽고, 그러면서 역사 탐방도 함께 병행하는 것이다. 이 때 읽은 책과 경험들이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평생동안의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초등 고학년의 아이들이 책을 읽는 비율은 전체의 10-15%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된 이유는 우리 어른들의 욕심때문이라고 본다. 아이들의 독서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어른들의 조기 독서의 성급함과 빨리,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맹신하는 조갑증으로 우리 아이들은 책읽기의 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설익은 채로 시들어버리지 않고나 있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