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몇 년전 담임을 하는데 학급 회장 어머님께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나와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으니 뭐든 시켜만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학교운영위원을 해보시는 것은 어떠시냐고 했더니...그럴 능력은 없다시며 손발로 뛰는 것...노력 봉사가 체질에 맞다시며..중학교 때는 점심 시간에 질서지도를 했다네요.

그래서 담담 부장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식당은 선생님들이 챙기시니 점심시간에 교정이나 교실을 순회하시면서 학생들을 지도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그 어머니는 매주 수요일 부회장 어머님과 같이 나오셔서 점심시간에 학교를 한 바퀴돌고 순회 일지도 작성하시고, 담당 부장선생님께 순회결과를 얘기하며 자연스럽게 학교와 소통을 했습니다.

그 학부모님의 아드님이시자, 우리반 학급 회장이었던 P군은 상당히 나대는 성격이었는데, 좀 진중하게 성격도 바뀌었습니다. 대학도 잘 들어갔습니다.

이미 전번주에 학부모총회를 끝낸 학교도 있습니다만 학년초 학부모 총회에 꼭 참석하셨으면 합니다.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며 관계가 원활할 때 교육의 최대 효과가 나며, 그 효과는 고스란히 우리 자녀들의 인생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1. 내 아들과 딸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총회에 나가시면 교육과정, 교칙, 연간 학사 등의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학교 홈페이지에 다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운영하고 있는지, 전년도 결과는 어떠했는지, 올해는 어떤 부분을 강조할 것인지, 학부모는 어떤 부분을 도울 것인지 등등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까지 홈페이지에 올리지는 않습니다. 비록 그 내용이 학교 홍보로 기울어져 있다해도, 그것 조차 우리 아이가 처한 현실입니다. 1년 동안 우리아이가 지내는 환경을 현장에서 꼭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자녀와 소통도 원활해질 수 있습니다.

2.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교육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데, 그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아이들도 1년이 다르게 변화되고 있고, 사회와 문명도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에 적응하기 위하여 학교 현장도 크게 변화되고 있는데, 변화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그에 따른 피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처럼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이교실로 저교실로 이동하며 수업을 받는 교과 교실제, 학교 마다 다른 2009 개정 교육과정, 수행평가와 서술형 평가, 학원보다 더 다양한 방과후 수업 등등 직접 확인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습니다.

3. 자녀 교육에 관한 정보를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다.

최근 언론에서 그리고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좋은 정보라고 해도 우리 아이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희생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녀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면 희생을 줄일 수 있고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도 작년까지 담임을 했는데, 부모님의 현실적인 이해가 부족해서 아이가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보게 되더군요. 수능으로 전략을 짜야 할 학생이 입학사정관제로 준비하다보니 아이만 힘들고 결과적으로 수능까지 흔들리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4.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대학입시 전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대학입시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입시는 인생의 한 과정일 뿐이고, 아이의 인생에서 대학입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대학입시를 너무 힘들게 치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인생 전체로 보면 큰 손실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입시에서 너무 김을 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게 딱 맞는 전략을 찾는 것입니다. 학교에 가면 졸업생들의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있고, 그 사례를 기반으로 우리 아이에 딱 맞는 전략을 찾기가 편해집니다.

5. 담임과 가장 편하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자리의 출발이다.

저도 긴 기간 학부모였습니다. 평소 잘아는 선생님인데 담임-학부모의 관계가 되니 묘해지더군요. 죄지은 것도 없고,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년 초부터 자주 뵈면 좀 편해집니다. 3월 총회에서 뵙고, 4월 수업공개에서 뵙고, 5월 성적표 나오면 면담 신청하시고...이렇게 물리적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편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