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봄 꽃이 팝콘나무처럼 펑펑 터지는 봄날 제 가슴은 말라 비틀어진 고목이 되어 가는거 같아요.

어제는 좋아하는 드라마도 안보고 불꺼진 거실에서 혼자 맥주 마시다 자버렸어요.

눈물도 찔끔...

이거 봄타는 아줌마의 혼자 주접일까요? ^^ 

우리 딸이 좀 이기적인 편입니다. 밖에서는 혼자 크는 아이같지 않다고들 하는데 집에서는

이기적이고 무심하기가 남자아이보다 더한 딸에게 상처를 자주 받지요.

며칠전에는 담주에 있을 집안 결혼식에 같이 갈건지를 물었었습니다.  저의 이모의 아들

결혼식인데 개인적인 가족사가 있어 저는 이모와는 연락도 자주하고 지내지만 엄마와는

연을 끊고 지냅니다. 그래서 우리 딸은 외할머니가 계신지도 모르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혼식에 엄마도 오신다길래 살짝 고민하긴했으나 외가쪽으로 유일하게 친분이

있고 외가와 친가를 통털어 저와 제일 친분이 있는 이모네 결혼식에 안갈수는 없기에 그냥

참석하기로하고 딸에게 결혼식에 같이 갈건지를 물었었지요.

더불어 결혼식에 가면 외할머니도 만나게 될거라고 얘기해줬더니 딸의 반응은

"엥? 외할머니가 살아계셨어?" 였습니다. 살아계시다고 얘기해줬는데 문제는...

더이상의 질문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을 먹으며 제가 물었습니다.

"근데 안 궁금해? 엄마가 왜 외할머니랑 인연 끊고 사는지?"

우리 딸 왈 "어, 안 궁금해."

이거 뭐죠???  어이가 없어 더이상 해 줄 말이 없더라구요.

그리곤 어제밤입니다.

2주전 이사를 하고 짐정리를 조금씩 하던 중, 이사를 다닐때마다 걸리적거리는 결혼앨범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쓰레기봉투에 담으려다 갑자기 아쉬운 맘에 딸에게 물었습니다.

"결혼앨범 버릴건데, 버리기전에 한번 보지않을래? 너 엄마아빠 결혼식 사진 본적없지?"

딸의 대답 " ... "

함께 앨범보며 촌스럽네, 젊었었네 하며 까르르 웃을 줄 알았는데...

쓱 한번 쳐다보고는 숙제하는 중이라며 방문을 닫아 버리더라구요.

숙제하고 보려나 기다려봤지만 감감무소식, 앨범은 그냥 쓰레기봉투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더니 한참지나서 지가 좋아하는 드라마 시작할 시간에 맞춰 TV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오더니 "나 왔지롱!" 이러는 겁니다. 앨범얘기는 묻지도 않더이다.

평상시엔 함께 보던 드라마인데 서운함과 쓸쓸함의 쓰나미가 확~

안방을 나와버렸습니다. ㅠ.ㅠ

우리 딸의 지나친 시크함과 쿨함에 제 가슴에 난 스크래치가 점 점 깊어지고 있네요.

사춘기니까 그럴꺼야하며 넘기기엔 사춘기이전부터 그랬던면이 있어서 은근 걱정도 됩니다.

저대로 굳어지면 어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