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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결국 2차 원서접수를 포기합니다.

큰놈 고등학교 진학문제에 대해 별 생각없이 지내다가 느닷없이 포철고가 탐이 나더군요

하지만 3학년 들어 저조해진 성적 때문에 포철고는 간당간당 하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자율형 사립고로

마음을 돌려먹게 되었고 원서접수 며칠 전부터 아이랑 의논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아이는 흔쾌히 한번 해보겠노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이가 가려는 자율형 사립고. 나름 명성이 자자한

학교라 수준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어느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과연 저기에서 내 아이가 따라는 갈 수

있을까? 오히려 아이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그래도 저기에서 어느 정도만 하면

상위권 대학 진학은 보증되니까... 하는 위안까지  ....

원서접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고민은 꼬리를 물기 시작했지요

아이는 그저 순진하게 분위기 좋은 곳에서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애들이랑 공부하고 싶다하는데

수학이 선행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따라가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던터라 망설여 지더군요.

그러다 결국 원서를 접수 했는데 그 날 이후 하루도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과연 이게 아이를 위하는 길인지... 3년 동안 그 푸른 청춘을 말이 학교인 그 혹독한 환경속에 던져 넣어야

하는지... 그렇다고 상위권 대학이 보장은 되겠는지....  보장이 된다하더라도 그게 정말 성공한 삶인건지...

따위의 근원적인 의문까지.

게다가 학비가 지방 국립대 수준인것도  참 많이 걸렸습니다. 물론 없는 셈 치고 그 돈을 쓸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정말 자고나면 맘이 바뀌고 자리에 누우면 맘이 바뀌고 ...살면서 지옥을 느낀다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싶었죠

그러나 확실한 교육철학 없이 이런저런 말에 휩쓸려 갑자기 결정한 것이 아무래도 개운치 않아 아이에게 제 맘을 이야기 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도  꼭 거길 가겠다는건 아니랍니다. 그냥 일반고에 가서도 열심히 하겠다고 합니다.

오늘 결국은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2차 접수를 포기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시더군요. 그 말씀에 맘이 참 많이 편해졌습니다.

앞으로 3년 후 . 오늘을 돌아보며 그때 우리가 정말 현명한 선택을 했었지 하며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