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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서방의 세상이야기(노인과 어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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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서방의 세상이야기(노인과 어른(1))에서 계속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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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전제는 바른 재물관(財物觀)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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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관이라고 해서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어른이 지녀야 할 재물관은 단순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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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닌 재물이 비록 동전 한 잎뿐 이라 해도

그 속에는 반드시 타인을 위한 몫이 포함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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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어머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어느 만석꾼 집에 신식 며느리가 들어갔다.

가만히 보니 시어머니가 광을 열고 아무에게나 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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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이든 소작농이든 동네사람이든,

와서 아쉬운 소리만 하면 마구 퍼 주는 것이었다.

신식 며느리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시어머님은 규모 있는 살림살이를 모르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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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대가 되면 나는 저런 식으로 낭비하지 않을 거야’.

세월이 흘러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며느리의 시대가 도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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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권을 이어받은 며느리는 고등교육 받은 사람답게

매일 가계부를 펼쳐놓고 시어머니와는 달리 모든 것을 알뜰하게 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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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희한하게도 며느리가 경제권을 행사하면서부터 만석이 나지 않았다.

며느리는 알뜰하게 경제를 꾸리면 소출이 더 커지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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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며느리가 보기에는 시어머니가 헤픈 것 같았지만,

그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시 어머니이기 이전에 온 동네의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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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것을 기꺼이 베풂으로써 

동네 사람들을 위한 넉넉한 그늘이 되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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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넉넉한 그늘 밑에서 모든 사람이 신명나게 일했으니 

만석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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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며느리는 배운 사람답게 가계부는 철저하게 정리했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그늘이 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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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본능적으로 인색해지기에,

그런 삭막함 속에서 예전처럼 만석이 나올 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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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처신이 그렇듯

극명하게 갈린 근본적인 원인은 재물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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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노인이 많은 사회는 허약할 수 밖에 없지만

어른이 많은 사회는 더 없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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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경륜과 지혜는 

핵무기 보다더 강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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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남의 이야기하듯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각자가 젊은 시절부터 자기 자신을 어른으로 가꾸어 가면

머지않아 이 세상은 존경스러운 어른으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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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노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어른이 될 것인가?

그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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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워즈워스의 시처럼,

세월은 지금 이 시간에도 마구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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