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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학으로 집에만 있어서 심심해하기에 영어 애니메이션이랑 시트콤 같은 것들을 엄청 보여줬어요. 영어책도 엄청 많이 읽게 했고요. 해리포터는 지난 겨울방학부터 이번 코로나 방학까지 전 씨리즈를 4번 정도 읽었어요. 처음에는 한 권 읽는데 2~3일이 걸리더니 이제는 하루도 안 걸리더라고요. 해리포터를 읽고나니 두꺼운 책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고요. 그 전에는 두껍고 글씨 많은 책은 안 읽으려고 했거든요. 리딩레벨이 같은 책이어도 두꺼운 책은 지레 겁먹고 피했었지요. 그런데 해리포터가 두꺼운 영어책 읽기의 마중물이 된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이번 방학에 영어에 대한 노출을 엄청나게 늘렸더니 어느 순간부터 영어로 이야기하네요. 자기도 모르게 영어를 툭툭 뱉어네요. 문법적으로 제대로 된 문장은 아니지만요.

그런 모습을 보면 역시 영어는 머리보다 노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스갯 소리로 미국에서는 거지도 영어를 잘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주위 아이들이 영어학원을 다니며 문법까지 하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 조급해지기는 했는데 아직은 초딩이니까 당분간 집에서 영어책 많이 읽게 하고, 영어 동영상도 많이 보여주면서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줘야겠습니다. 문법은 중1 자유학기 때 몇 바퀴 돌리면 되니까요.

추신 1. 캉쌤네 떼쟁스키(초4)는 굉장히 게으른 녀석이에요. 귀찮아서 밥은 어떻게 먹나 싶을 정도로 게으른 놈이지요. 그런데 이게 영어책 읽는 데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단어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대충 넘어가거든요. 처음에는 이게 정말 못 마땅했는데 그냥 내버려뒀더니 그 덕분에 다독이 되더라고요. 다독이 되니 자연스럽게 단어의 뜻을 유추하게 되고요. 아이들마다 언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아이는 모르는 단어 나오면 답답해서 사전 찾다가 흐름이 끊겨서 그만 읽네요. T_T)

추신 2. 영어 잘하는 가장 빠른 길은 인풋을 늘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풋을 늘려주는 가장 좋은 길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많이 갖다 주는 것이고요. 처음에는 좋은 책을 읽게 하려고 뉴베리 수상작이나 고전을 많이 권했는데 그랬더니 아이가 책을 잘 안 읽더라고요. 그래서 뭐라도 좋으니 일단 많이 읽으라는 생각으로 아이가 재미있어할만한 책들만 골라서 갖다줬더니 독서량이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독서 초기에는 내용이 좋은 책보다 재미있는 책을 많이 권해주는 게 좋아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