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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발랄한 떼쟁스키의 성격 덕분에 동네에서 아주 얼굴 화끈 화끈 거릴 때가 많아요.

몇가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는데 생각만으로도 손에 땀이 나네요.

저나 캉쌤이나 다른 사람한테 부탁을 하거나 요구하는 걸 엄청 힘들어 하는 성격이거든요.

근데 떼쟁스키는 본인이 원하는 걸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해요.

첫번째는...

떼쟁스키가 전학하고 난 이후로 너무 자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에요.

보이스 피싱인가 싶어 안 받고 그냥 있었는데 그 모든 전화들이 다 떼쟁스키가 전화한 거였어요.

누구 핸드폰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길 가는 어른들께 부탁하고 전화를 빌렸대요.ㅡ.ㅡ;;;

등,하교 길에도 심지어 별 중요하지 않은 할 말이 있을 때도 주변에 지나가는 어른들께 전화기 좀 빌려달라고 해서 수시로 전화를 하네요.

학교 안에 있는 콜렉트 콜로 급할 때만 전화하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길에는 콜렉트콜 전화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어른들께 도움을 청했다고 하는 거에요.

근데 그 급한 전화가 놀이터에서 놀다 가겠다는 둥 오늘 급식이 맛있어서 많이 먹었다는 둥 쓸데 없는 이야기라 전화기를 빌려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에요.

두번째는 학교 끝나고 집으로 바로 오라고 했건만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놀이터에서 놀다가 와요.

놀다 오는 거 까지는 이해하는데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부모님이 간식거리 싸 가지고 오시면 어느새 가서 너스레를 떨며 같이 먹고 있고요.

심지어 빵집에 가서 빵을 얻어먹고 온 적도 있어요.

제가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서 누군지 이름이랑 반을 알아오라고 해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잘 얻어먹고 다녀요. ㅠㅠ

동네 사람들이 첨 보는 애가 그러고 다니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생각만으로도 등에서 땀이 주룩 주룩 흘러요.

세번째는 어제 일 인데요.

제가 낮에 잠시 볼 일이 있어 11시~1시,2시간 집을 비워야 했어요.

떼쟁스키를 학교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1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글쎄 학교 도서관이 12~1시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는다고 12시에 집에 돌아가라고 했나봐요.

12시에 학교 도서관을 나와서 그럴 때는 놀이터에서 좀 놀아도 되건만 바로 집에 왔나 봐요.

만약의 사태를 대비에 집에 어른들이 아무도 안 계시면 1층 경비실에 잠시 가 있으라 하고 경비 아저씨께도 부탁 드렸었거든요.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고 있는데 12시 20분쯤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뭔가 쌔~한 느낌이 들어서 받아봤더니 떼쟁스키가 앞집에 가서 당당히 벨을 누르고 앞집에 들어가서 앞집 할머니 전화로 전화를 했네요.

1시까지 도착할테니 1층 경비실에 가 있으라고 해도 그냥 여기 있겠다며 민폐를 끼치고...

심지어 할머니 손녀 주려고 챙겨 놓은 간식까지 맛있게 먹고 왔다고 자랑을 하는데 뒷골이 띵~

간식 사다드리고 90도로 인사드리고 오긴 했는데도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요.

전 떼쟁스키 나이였을 때 집에 엄마 없으면 다른 집에 가기가 좀 불편해서 현관 앞에서 몇시간이고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소심한 성격이다보니 떼쟁스키의 이런 모습이 너무 놀랍기도 하고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요.

저는 너무 걱정스러워서 주변에 상담을 하면 주로 어린 아이가 그러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엽다고 하시는데요.

전 떼쟁스키 때문에 자꾸 깜짝 깜짝 놀라고 등에 땀 줄줄 흘리며 살다가 심장에 무리 오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위층 아이 뛰는 걸 같이 애 키우는 입장이라 저도 캉쌤도 말 못하고 며칠동안 고민만 하고 있는데 스키 형제 둘이 내복 바람에 올라가 시끄럽다고 따지고 와서 심장 내려 앉았던 것도 불과 얼마전이거든요.

근데 이제는 앞집에 가서 80년대 분위기로 엄마가 없다며 들어가서 남의 집에서 우리집 마냥 편안하게 있다가 왔네요.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 가끔은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떼쟁스키의 모습을 보면서 홍당무가 되어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요.

온 동네에 이거 벌써 요상한 녀석이라고 소문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떼쟁스키랑 다닐 때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척 하면 저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두근 거려요.

하도 전화를 빌려서 제게 전화를 해서 이미 제 번호는 온 동네 사람들에게 다 공개가 된 거 같고요.

크면 좋아질까요?

떼쟁스키랑 어디 갈 때마다 두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