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

이제 나이가 제법 들고 보니 지나온 날들을 그림으로 옮겨 보노라면 어느 하나도 곧 바로 그어지지 않고 꾸불꾸불 하게 된다.

그러나 살아온 순간엔 나 딴에 곧 바로 살았다고 보는데 지나고 보면 이런 날들이 점철된 곡선의 연결일 뿐이다. 왜 나라고 곧 바로 가고 싶지 않았겠나...

사람들은 굽고 멀어 보이는 길 보다는 직선으로 뽑아진 반듯한 대로를 원한다.

가는 방향도 훨씬 선명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분히 불행한 것은 자신이 그간 탄탄대로만을 걸어왔다 자부할 수 있는 이도 드물고, 앞으로 나의 미래가 명확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더 귀하다.

굽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분명 고단하고 더디다.

특별한 무언가를 궁리하던 이들에겐 이는 제법 실망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예단된 낙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

누구나 빠른 길을 가고 싶어 하지만 정말 빠른 길은 이렇듯 가끔 거리상으로 멀어 보이는 굽어보이는 길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무언가 간절히 이루고자 한다면 과연 도달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조바심을 떨치자. 이러다 땅바닥으로 떨어져 앉아 영영 실패하거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담담히 떨쳐내야 한다.

그런 이후에 비로소 우리는 본래 우리가 가졌던 것 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 이루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너무 빠르고 직선만 바라다보면 오히려 더디 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나마 속도가 느린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눈앞에서 다른 형태로 참고 인내하던 자가 자신의 목표를 낚아채는 장면을 목도하게 될 수 도 있다.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를 보자.

먹잇감이 시야에 들어와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만의 하나 경거망동하게 공격을 단행했다가는 자칫 먹잇감을 놓칠 수도 있음을 사자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는 기다린다.

확실하게 자신의 공격이 통할 수 있는 바운더리에 먹잇감이 들어왔다고 판단됐을 때 비로소 몸을 날린다.

그래서 가끔은 얼핏 우둔해 보이고 느려 보이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두렵더라도 힘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기다린다고 해서 목적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어쩌면 실망과 좌절만 안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래도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은 그 기다림으로 점철되는 힘든 과정의 극복을 통해 더 멀리 보고 더 깊게 보고 더 정확한 판단을 하는 지혜를 익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법부터 배울 일이다.

기다리는 것은 넋 놓고 세월을 죽이는 일이 아니다.

기다리는 것은 담담하게 준비하는 일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고행(苦行) 속에서

꺼지지 않는 설렘의 횃불을 환하게 밝히며 진정한 나만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무얼 기다릴 것인지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 목표가 나를 위한 것인가 타를 위한 것인가 잘 생각해보자.

나이가 되면 가야 한다.

나 잘 살다 간다고 숨 넘기 전 말은 못 해도...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나의 마지막 인생의 목표다.

그래서 오늘도 그 기다림이 나를 설레게

나만의 기다림을 만드는 목표를 정하고 쉬지 말고 가보자.

이게 행복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