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 엄친아 엄마 되기 >>> ( 5) 

 

<<< 엄마표 수학공부 시키기 (1)>>>

- 이 글은 아이를 엄친아로 만들고 싶어 하시는 엄마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즉, 엄마의 ‘아이 공부시키기’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학생이 엄친아가 되게 하는 ‘공부 잘하기’에 관한 공부법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쓰겠습니다. 수학 공부시키기는 내용이 좀 많아서 몇 번으로 나누어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

 

<엄마 주도 학습>

 

엄마가 기르는 아이들은 모두 엄마주도 학습으로 공부를 시작합니다. 앞 회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엄마는 아이의 공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언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게 할 것인지를 계획하고 관리합니다. 엄마는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여겨지면 아이 스스로 공부를 알아서 하기를 바랍니다. 이 때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공부를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이름을 붙여 얘기하곤 합니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에 엄마주도로 공부를 시키는 까닭은 아이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아이가 혼자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 주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아주 간단한 일을 시킬 때에도 (예를 들자면 마른 수건을 접는 일) 첫 번째 시행을 하는 것을 본 다음에 괜찮게 한다 싶으면 아이에게 맡기고 다른 볼일을 봅니다. 하물며 온 집안의 운명을 걸다시피 하는 공부하기는 아이 혼자 하게 하려면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으며, 능력이 없어 보인다 싶으면 수건은 이렇게 접어야지 하고 알려 주듯이,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고 살펴본 다음에 잘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합당한 조치일 것입니다.

 

초등학교 과정의 공부는 그 이후의 공부에 비하여 많이 쉽습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과정인 아이의 공부 관리하기도 이후의 아이 공부 관리하기에 비해 엄청 쉽지요. 대부분의 경우에 엄마가 엄마주도로 직접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동안은 이 쉬운 기간에 해당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교과서 내용부터가 초등학교의 그 것에 비해 뭔가 있어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초등과정에 비해 내용도 많고 어렵기도 합니다. 당연하게 이때의 공부관리 또한 이전보다 한참 어렵습니다.

 

쉬운 동안에는 엄마가 주도하다가 어려운 때를 만나니 아이더러 주도하라고 넘기는 것은 엄마의 처신으로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지도 않은 엄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아이에게는 귀하고 귀한 자원)을 낭비시켜 버린 잘못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잘못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친 어려움을 떠넘긴 잘못을 범한 것이 됩니다. 능력도 없는데 일을 맡은 아이가 그 것을 성공시킬 가능성은 아주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 자기주도 학습을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 혼자 히는 공부”라고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정의입니다. 학교에 다니는 데 학원과외를 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공부한다고 해서 “독학”이라고 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자기주도 학습이란 자기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실시하며 통제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학습을 말합니다. 즉 자기가 자기 공부를 관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자기 의지로 학원을 선택하거나 자기 의지로 독학(학교 등을 통해 배우지 않고 혼자 공부)을 선택하면 자기 주도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지적했듯이 엄마들은 아이의 능력 길러주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기는커녕 도대체가 “혼자 한다”는 것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조차 모르는 엄마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엄마들이라고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책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엄마가 계속 주도를 하는 것이지요. 사실 이 처방은 아주 훌륭한 것이며 살펴 본 바와 같이 아주 합리적이기도 합니다. 능력도 없는 아이에게 그 중요한 것을 떠넘기는 엄마가 오히려 신중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것이지요.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는 것은 공부관리의 주체 –공부관리자-를 엄마로부터 아이로 변경하는 일입니다. 즉, 엄마가 아이의 공부를 관리하던 것을 아이 스스로 자기의 공부를 관리하게 하는 것이지요. 관리자만 바뀌었을 뿐이니 공부관리 사이클(목표설정-계획-실시-점검-조치)은 엄마 주도 학습 때와 같습니다.

 

공부관리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목표의 단계적 전개, 최적의 계획 설계 및 계획의 전개, 강력한 추진 등에 대한 능력입니다. 최적의 계획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며 실시 결과를 점검하여 적절하게 조치하고 시행착오를 방지하려면 공부의 원리에 대하여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연재 글의 맨 첫 회에서부터 지루하리만큼 공부 단계와 공부관리의 원리 및 만연되어 있는 생각의 오류 등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양육을 받고 있는 미성년인 아이들에게 온전한 자기주도 공부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직장생활 경력이 십수년인 어른들도 자기의 일을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조직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개인 사업자들 중에서도 성공적으로 목표관리를 하는 이들이 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랄 것을 바라야지요.

 

(** 자기 주도 학습이 실패하는 일은 아주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자기 주도 능력을 가진 아이는 천명에 서너 명 정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르지 않은 탓이라고 앞 회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공부에 필요한 이해력 집중력 문제해결력은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과는 별개의 것입니다. 스스로 하든 타인 주도로 하든 그 능력들은 필요한 것이고 그 능력이 부족하면 학습효율은 떨어지는 것이지요. )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주도 학습은 물 건너 간 얘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단계에서 배우기 부분인 입력(받아들여 이해하기)은 어떤 아이든 쉽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받아들여 이해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읽는 능력과 듣는 능력이며 이것들은 엄마가 쉽게 길러 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엄마가 특별하게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읽기와 듣기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게 되며, 읽기와 듣기는 하면 할수록 능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아직 아이가 그 것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부터라도 하게끔 기회를 준다면 금방 잘할 수 있게 됩니다.

 

읽고 듣게만 해도 늘어나는 입력능력이니 특별하게 방해하지만 않으면 아이들은 혼자 교과서나 교재를 읽어 (받아들여 이해하기)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입력은 공부단계의 한 부분으로서 공부 단계에서 조차 전체의 4분의 1 이하의 비중 밖에 되지 않습니다. 공부관리는 공부의 전체에 걸쳐서 계획하고 실시를 하는 것이므로, 관리적 요소까지 고려할 때 입력이 전체 공부관리에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입력은 이처럼 작은 비중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누구나 스스로의 능력으로(자기주도로) 실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란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가집니다.

 

그런데 우리 엄마들은 특별하게 방해를 합니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입력을 스스로 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켜 주입식 입력을 받게 하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 세뇌시켜 아예 능력배양의 싹을 잘라버립니다. 아이가 아직 미숙할 때에 능력 기르기를 하려 하지 않고 이미 능력이 있는 아이처럼 보이게 하려고 가르치기만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하게하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은 엄마가 주도를 하는 것, 이것이 효과적인 자기주도 학습 (아이입장에서)이며 효과적인 엄마주도 학습입니다. 입력(알아야 할 것들을 책을 읽어 파악하며 이해하는 것)은 자기주도로 하게하고, 아이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기억화와 활용부분-학습법, 목표전개와 계획수립 및 관리 요령 등)에 대한 것은 엄마 주도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온전한 주도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공부관리는 그리 쉬운 분야가 아닙니다.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자기주도든 엄마 주도이든 관리 주체가 모든 시행을 오로지 혼자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해내려면 많은 수단과 도구가 필요합니다. 자기가 그 것들을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자기 혼자 하면 되겠지만 엄마는 원더우먼이 아니고 아이도 슈퍼맨이 아닙니다.

 

아이 능력 내이면 반드시 아이 스스로 하게 기회를 주고,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가 해 주고, 엄마의 능력 밖이면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외부 도움을 받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야인 입력부분에 대한 도우미(수업을 해주는)는 절대 아닙니다. 배우기는 전체공부에서 25% 익히기는 75%를 차지한다고 수차 말씀을 드렸습니다. 부모가 돼서 75%에 대하여 돕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인데, 이미 잘 할 수 있는 25%를 코뚜레를 꿰거나 멍석을 깔아 억지 춘양이로 만드는 것 또한 큰 잘못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우미는 학원이나 과외 시장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도우미는 공부를 지도해 줄 수 있는 사람, 즉 공부 코치입니다. 여기에서 이글을 읽으시는 엄마들은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엄마가 익혀서 적용할 수 있도록 이 연재가 (지겨울 만큼) 자세하니까요.

 

흔히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에 아주 좋은 현상이며 자기주도로 공부하려는 것이라고 여기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학원에 보내 달라고 하면 엄마는 기뻐하며 기대에 가슴이 부풉니다. 세뇌된 아이가 선택하는 것은 자기의지가 아니어서 자기주도가 아닙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또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려고 할 경우라도 반드시 학원에 가야 한다고 세뇌되어 있는 아이들이 아주 많습니다.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세뇌가 되어 있습니다. 댓글들에 보면 중학교에 들어가니 수학학원을 보내려고 합니다 또는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어려워 질 것 같아서 학원에 가려고 합니다와 같은 글이 적지 많습니다. 식사 후에 양치질을 하듯이 학원에 보내는 것을 필수적 수순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부하려면 학원에 가야 한다면 학원에 갈 수 없는 기숙형 학교는 기피 대상 제1순위 학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학원에 가야만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부모도 기숙형 학교라면 고소원입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학원중독증을 극복하지 못한 부모는 기숙형 학교에서 주말에 집에 쉬러 오는 아이를 토요반 일요반 학원에 밀어 넣기도 합니다. 그 들은 지금의 성과가 그나마 학원을 주구장창 다녔기에 얻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주 이상한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행위는 그 목적과 합당한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학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지 말고 목적이 뭔지 파악한 다음 그 목표로부터 달성수단을 계통적으로 전개해서 타당성을 따져 볼 수 있는 이가 공부를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 능력이 없다면 선무당 사람 잡듯 하지 말고 전문 코치를 찾거나, 아니면 시중 학습법 책을 몇 권 사서 완전히 자기 것을 만들면 어느 정도 주도능력을 갖출 수 있으니 그리 할 일입니다.

 

혼자두면 공부를 안 하지만 누군가 잡아두고 억지로 시키면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라면 학원에 왜 가나? 하면 얘는 움켜잡고 끌고 가야만 한걸음이라도 가는 아이라서 이래야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요라고 말해야지 마치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또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모두가 거짓 이유를 대다보니 마치 그 곳에 가면 젖과 꿀이 흐르는 것으로 집단 착각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아이가 정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공부하는 지는 아이가 잘 알고 있다면 엄마가 돕는 부분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며 실시하는 일은 아이가 주도하게 합니다. 어떻게 하는지는 알아도 어떻게 익히는지를 모르면 익히는 부분을 엄마가 돕습니다.

 

아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아이가 자기주도로 하게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합니다. 기억화와 활용 단계는 아이의 자기주도로 하게하지 말고(아이에게 능력이 없으니) 엄마 주도로 공부 시키는 게 대부분의 경우에 합당합니다. 엄마도 모르면 코치를 붙여 주는 것이 현명한 조치입니다. 천부적인 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김연아의 엄마가 괜히 비싼 외국인 코치를 썼을까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김연아와 같은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자기주도는 쳐다 볼 일이 아니지요. 기어가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엄마가 “오로지 엄마의 힘으로”를 고집하는 것도 아주 위험합니다. 필요한 조치(외부 도우미 활용을 포함하여-수업을 더 듣게 하는 것은 절대 아님)를 필요한 때에 해 주는 것이 엄마 주도 학습의 지혜입니다.

 

 

<수학공부와 수학의 늪>

 

“아이 공부시키기의 모든 문제는 수학공부 시키기에서 비롯됩니다.”

 

전에 설명했듯이 모든 공부는 알아야할 것들을 알고(배우기) 그 것들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익히기)으로 이루어집니다. 수학공부는 공부단계가 배우기(알기)+익히기로 이루어져 있음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게 합니다. 사회와 같은 암기과목은 배우기만 하고 익히기를 소홀히 하여도 그런대로 성적을 얻을 수 있으나 수학은 배우기만 하고 익히기를 소홀하게 하면 아예 점수를 얻을 수 없습니다. 암기과목으로 분류되는 사회의 경우 배우기와 익히기 비중이 50:50이라면 수학은 10:90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공부는 “개념 공부(알기) +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하는 능력 기르기(익히기)”로 구성되며, 개념공부는 “개념알기 + 개념 익히기”로 이루어집니다. 즉, 수학공부는 “개념 알기 + 개념 익히기 +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하는 능력 기르기(익히기)”입니다. 암기과목과 비교하여 볼 때 수학공부에는 암기과목 공부의 “알기 +익히기”가 있고 거기에 더하여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하는 능력 기르기(익히기)”의 단계가 추가되어 있는 것입니다. 익히기 부분이 “개념 익히기”와 “활용능력 기르기”로 구성되는데 이 두 단계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수학을 잘하려면 개념을 완벽하게 알고 그 개념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개념을 접하면 그 개념을 완벽하게 알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며(이 부분은 다른 과목의 공부와 같습니다), 그 개념을 능숙하고 완벽하고 능숙하게 활용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수학공부에 다른 과목과는 다르게 추가되어 있는 이 과정을 “심화”라고 하지요.

수학에서의 심화는 사회과목에서의 심화하고는 성격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사회과목에서의 심화는 더 깊게 파고들어 해당부문의 알아야 할 것들을 추가시키는 것을 뜻하고(수학에서도 알아야 할 것들인 개념에 대해서 더 깊게 파고 들어가는 개념심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학에서 심화라고 하는 것은 알아야 할 개념을 추가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적용하는 문제풀이를 더 깊게 하는 것입니다. 개념의 내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활용측면을 확장시키는 “문제 풀이”라는 것이죠.

 

다른 관점에서 수학은 개념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문제를 푸는 과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수학공부는 도구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공예, 또는 예체능과목이나 격투기 수련과 비슷합니다. 예체능을 하거나 태권도와 같은 격투기를 하는 이라면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능숙하게 되기 위하여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직접 체험을 하고 있으니 “능숙하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것입니다. 즉, 예체능을 하거나 격투기를 익히는 아이가 수학을 훨씬 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예체능분야 학생들은 특별하게 수학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예체능과 학교의 경우 수학은 하지 않아야 하는 과목인 것처럼 –마치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게 되면 예체능 능력이 감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뛰어난 학자들 중에는 뛰어난 예체능 실력 보유자가 적지 않습니다.)

 

수학공부의 성격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마가 수학공부를 주도하여 공부시키는 것은 안개 속에서 눈을 감고 아이의 손을 잡아끌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아이들의 수학공부를 망치는 주범은 수학공부의 속성을 잘 모르면서 열심인 엄마표 가르치기와 학원과외를 통한 선행학습(이것도 엄마가 시켜주는 것이니 엄마표 수학 공부시키기)입니다. 엄마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절대적 신념까지 곁들여 아이를 늪 속으로 끌고 갑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뭐가 뭔지도 모르는 엄마의 뜻에 따라서 혹은 그렇게 된 주변 친구들을 보고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 아이들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수학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엄마는 아이를 늪에서 꺼내어 주지 않고 더욱 밀어 넣거나 아니면 나는 할 만큼 다했으니 네가 알아서 해결해 하며 방관자가 됩니다. 부지런한 엄마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이웃 엄마들까지 꼬드기거나 혹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도움을 청하는 엄마들을 즐거이 도와서 늪으로 가는 길에 동참시킵니다. 엄마들은 아이가 늪에서 허덕이며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알아채지만 늪에 밀어 넣은 이가 자기이며 손을 내밀어 꺼내어 줄 수 있는 이도 자기라는 것은 깨닫지 못합니다.

 

이렇게 해서 온 나라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학의 늪에서 길고도 험했던 수학공부를 마감하게 됩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어 늪의 바닥에 가라 앉아 버리는 것이지요. 이것이 오늘날 엄마들의 아이 수학공부 시키기의 모습입니다.

 

 

 

<선행학습>

 

수학의 늪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선행학습”입니다.

 

“선행학습과 사고력 향상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선행학습은 단순한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고 사고력 향상과 수학에 대한 인식의 향상을 가져온다. 또한 중등과정에서의 내신 성적은 선행학습의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유명 수학 강사의 이름을 내건 어느 사이트에 수학 학습법 이라고 딱 두 개 제시하는 글 중에서 첫 번째 글의 내용입니다. 부연 설명 없이 자명한 진리를 설파하듯 했습니다. 그 다음 내용은 고등 선행을 해야 중학교 내신을 정복할 수 있다는 해괴한 주장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학부모님들이 저 홍보성 글에 머리를 끄덕이며. 그렇지 역시 수학은 선행이야. 내가 잘하고 있는 거구만... 하실 것입니다.

 

온 나라 온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있거나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집안 형편상 선행학습을 시키지 못하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처지를 비관하기도 합니다. 학원에 가면 선행을 하고 있는 지를 묻고, 아직 안하고 있다고 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 혹시 의붓어미가 아닌지 하는 눈빛을 감당해야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국민들이 수학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며 이리저리 교육과정을 바꾸는 일이 잦았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문과 이과를 분리하여 학습부담을 줄여 준다고 했고, 문과생이 미적분이라는 말을 전혀 모르고 대학에 들어오자 대학에서 미적분을 가르쳐야 하는 황당한 일이 있게 됐습니다. 2007년 7차교육과정 개정에서는 문과에도 미적분을 넣고 중고등 수학 교과서에 초등학교처럼 익힘책을 추가했다가 곧 바로 익힘책을 없애기도 했습니다.

 

2009 개정과정은 수학을 더욱 쉽게 해주겠다며 중학과정에서 “증명”이라는 단어를 아예 없앴고(그래서 중2학년 2학기부터 중 3학년에서 ‘증명하라’는 문제는 ‘성립함을 보여라’라는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맨 처음 배우는 첫 단원의 “집합”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첫 단원으로 로켓을 타고 날아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 첫 단원이던 ‘행렬’은 고급수학으로 이민을 가서 수능범위에서 제외되었고, 고등 수학 1학년 2학기 때 배우던 삼각함수 기본이론은 미적분2로 신분상승이 되어 문과생은 삼각함수를 아예 구경도 못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수학을 쉽게 해주기 위하여 어렵다는 과목은 윗 학년으로 올리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붙여 아예 제외시키거나 일반 입시에는 해당되지 않게 바꿔주는 “수학민원 해결해주기”차원의 교육과정 개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 개정이 있었지만 수학을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남의 다리를 긁는다고 가려움이 해소될 리가 없죠). 사교육(학원 및 과외)박멸을 원하는 이들은 대부분의 사교육이 수학에 치중되어 있음에 그 원인이 수학이 어려워서라고 판단하는 듯 했고, 학부모들은 나름 할 것은 다 하고 있는데도 아이가 수학을 여전히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수학이 어려워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계속 아우성쳤습니다. 이에 성실한 교육당국은 2015년 개정과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더 많이 빼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2009개정과정 적용부터는 어려운 것을 제법 빼 줬으니 수학이 많이 쉬워져서 아이 성적이 올라가고 수학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는지요). 뺀 것도 있지만 발달상황에 맞지 않다하여 아래 학년에서 배우던 것을 윗 학년에서 배우게 한 것도 제법 됩니다.

잦은 교육 과정 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교육당국은 국민과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 나라가 선행을 하고 있는데, 왜 선행을 교육과정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도 없고, 요구가 없더라도 온 나라가 선행을 관습화했으니 당연하게 알아서 반영해야 할 텐데 전혀 조치를 하지도 않고, 어느 국회의원 출마자도 (선행을 못하게 하겠다는 말은 해도) 선행을 교육과정에 반영시키겠다는 공약을 하지 않는, 아무도 그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해괴한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선행학습 금지를 법조문에 포함시킬 게 아니라, 국민들의 수학 교육현실을 반영하여 선행학습 촉진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입니다.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에서 선행을 반영,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중학수학2를 해야 수학을 잘할 수 있다면 아예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중학수학2의 내용으로 하자든가, 중학 2학년 때에 미적분을 해야만 수능수학을 완벽하게 정복할 수 있다면 중학교 2학 때에 미적분을 배우게끔 교육과정을 바꾸자든가 하는 요구사항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실제로 온 나라가 선행이니 그것을 반영하자는 의견이 전체의견의 99%를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왜 그런 얘기는 한마디도 없고 오히려 발달정도 어쩌고 하며 더 나중에 배우도록 바꾸는 것까지 있으니, 이쯤 되면 대다수의 국민(이전의 학부모와 현재의 학부모와 미래의 학부모)들이 전국단위 규탄집회라도 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돈과 아이의 시간과 노력과 고통까지 감수하는 선택을 하려면 최소한 앞뒤는 맞는 말들을 하고 있어야 정상적인 정신이라고 할 것입니다. 보통 학생들에게 (과학고 진학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선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그런 내용의 댓글을 쓰시는 분들은 조금은 부끄러워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아니면 왜 그래야하는 지를 조금이라도 논리정연하게 설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한 수단의 어떤 부분을 충족시키려면 선행이 필수 불가결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실은 모두 선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tv를 켜듯 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다면 그게 아이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시켜 기회를 잃게 만드는 조치의 하나임을 새겨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단계적으로 학습력을 길러가며 학습하는 경우에는 학습력의 증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행학습이 이루어집니다. 누구든 스스로의 힘으로 평원을 건너 언덕을 마주했다면 그 언덕에 올라서서 다음 세계를 확인하고 싶어 할테니까요. 반면에 단계적으로 학습력이 길러지지 않은 아이에게 선행학습은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에게 빨강 띠 기술과 고단자 기술을 동시에 가르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일일 뿐입니다.

 

수학교과서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수학은 철저하게 나선형(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쭉 연결되어 있으며 계단처럼 단계적이기도 하다)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학년의 공부를 완전하게 습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음단계의 공부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현재 학년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선행을 하는 것은 헛된 일이며, 시간과 노력의 손실은 현재 학년의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므로 더욱 나쁜 상황을 만듭니다.

 

중학교 2학년 수학을 잘 하려면 중학교 1학년까지의 수학공부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결코, 중3수학이나 고등수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계적으로 편성되어 있는 수학학습 과정에서, 중학교 2학년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중학교 2학년 수학보다 어려운 중학교 3학년 수학은 더욱, 아니 너무 엄청난 정도로 어려울 것입니다. 그 어려운 것을 배워야 중학교 2학년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역도에서 100 kg을 들려면 200kg을 먼저 들어야만 한다는, 2층을 잘 지으려면 3층이나 4층을 먼저 지어야 한다 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입니다.

 

중학교 2학년 수학을 이미 완전 정복했으므로 중학교 3학년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계적으로 학습을 모두 마스터해 가고 있다면 초등 6년생이 미적분이나 고급수학이나 대학수학 과정을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현재 학년의 수학 성적을 올리고자 하는 학생에게 있어서 다음 학년 과정의 선행은 말도 되지 않는 것임이 너무나 자명하여서 논할 가치도 없다는 말입니다.

 

1학년 때 2학년 것을 미리 배우는 덕분에 1학년 성적이 좋아졌을까요? 대부분의 경우에 수학 문제풀이에서 문제를 못 푸는 이유는 중학교 과정이라면 지금 단원의 개념을 몰라서가 아니라(지금 공부하고 있는 단원의 개념은 금방 공부한 탓에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과정에서 배우고 익혔던 개념들을 잊어서 이용하지 못해서입니다. 중학수학의 개념은 다 모아 놔도 a4용지 3-4장 밖에 되지 않을 만큼 적고 간단합니다. 여간 나쁜 공부법으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그 것들을 정복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아쉽게도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학생이 많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이라면 이번 단원과 이전 단원의 개념을 다 알아도 개념 활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풀이를 못하게 되는 일이 잦습니다. 개념 활용 능력은 이전 단계들의 공부 과정에서 심화를 통해 길러집니다. 하물며 지난 과정에서 배우고 익혔던 개념을 잊어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문제 풀이는 거의 손을 못 댑니다.(풀이집을 봐도 이해가 안 간다는 경우는 100% 이 경우에 해당).

 

풀이를 못하게 되는 것은 이전 단원의 학습 완성도가 미흡하기 때문이지, 결코 다음 단원의 학습이 안 되어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피타고라스 정리(2015년 개정과정에서는 국제적 추세에 따라 중학 2학년으로 내려간다고 합니다)나 인수분해나 제곱근을 몰라서 중학 1학년 문제나 중학 2학년 문제를 못 푸는 일은 없습니다. 미적분의 어떤 내용도 중학과정이나 고등 1힉년 과정의 문제 풀이에 활용되지 않습니다.

 

학원관계자야 이익을 내기위하여 수단껏 영업을 하는 것이니 뭐라고 할 일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린애가 들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곧이 듣고 자기 아이에게 그리하도록 하는 것은 엄마로서 아이에게 큰 죄를 짓는 일입니다.

학원에서 선행을 자꾸 꺼내들어 부모를 불안해하게 만들고 또 선행과정으로 수강을 진행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기 학년 범위에서는 가르칠 것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시험에서 수학성적을 올리려면 중학교 2학년 수학을 잘해야 하므로 중학교 2학년 수학(또는 중학교 2학년까지의 수학)을 가르쳐야 할 일이나, 중학교 2학년 수학의 내용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으로 시간이 남아 날만큼 내용이 아주 적습니다.

 

개념은 가르칠게 없고 그렇다면 문제풀이를 시켜야 하는데 이게 자기 학년의 보통수준의 문제풀이를 할 거라면 별로 할 것이 없고, 심화문제풀이를 하자니 그런 수준의 문제는 학교에서 출제하지 않는지라 수강생들이 모일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선행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학교 성적이 나쁘면 학원이 안 좋다고 엄마들이 학원을 바꿉니다. 이런 불상사를 대비하여 시험 2주전쯤 되면 중간 기말 시험대비 강의로 바꾸어서 기출문제 찍어주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시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믿고 있는 우리네 부모님들은 학원에서 시험 때만 되면 특별히 더 신경을 써주니 그 보다 고마울 데가 없지요.

 

아이들을 학원에 계속 나오게 하려면 아이들의 중간기말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학원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니 학원은 아이들의 중간기말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있는 힘과 요령을 남김없이 발휘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시험 2주전에서야 중간기말고사 성적 올리기 특강을 들어가다니요. 정녕 성적 올리는 데에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면 두 달 내내 해도 오직 그 것만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애들을 붙잡아 둬야만 먹고 사는 데에 지장이 없는 판에 정말 이상한 운영을 하고 있어 보입니다.

어떤 이들은 중학교 수학이 어려우니 초등 때 미리, 고등학교 수학이 어려우니 초등 중등 때 미리 해야 그 때에 가서 허덕이지 않게 된다고 말합니다. 선행을 안 해 두면 수학에 발목 잡혀 다른 공부를 못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 말에 호응하는 엄마는 아이를 선행 학원에 보내는 이유가 지금의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멀리보고 내년이나 몇 년 후의 성적을 위해서라는 것인데 과연 지금 것은 예전에 미리 했기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인지를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수학을 어려워하며 이해가 잘 안 된다느니 하던 아이라도 중학교 2학년 쯤 됐을 때 초등 수학책을 다시 보면 쑥쑥 이해가 되고 술술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중학교 2학년 수학을 공부하면 초등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말한다면 많이 이상합니다. 활동하며 살아가는 성장기의 인간은 두뇌가 계속 발달하므로 이해력과 추론능력도 계속 성장합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는 초등수학의 이해에 필요한 능력을 살면서 갖추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이 수학을 어렵다고 여기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선행학습입니다. 아직 머리가 따라 주지 않는 상태에서 상위학년 것을 공부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 2학년인 만 17세가 됐을 때에 공부하면 아무 것도 아닌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중학교 2학년 때에 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학습이 되지 않고 겉핥기만 할 뿐입니다. 제대로 성장한 두뇌로 열심히 해도 만만하지 않을 것을 되지도 않는 두뇌로 겉핥기를 했으니 머리에 남는 것이 없게 됩니다.(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닌지라 더욱 공부는 부실해 집니다. 중학교 내내 써 먹을 일이 없으니 복습할 일도 없고, 계속하여 고등학교 3학년 과정까지 선행을 하느라 공부했던 것은 돌아 볼 여유도 없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내용도 복습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데 어려워서 겉핥기된 것이 기억되는 기적은 일어 날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이에게 고등학교 수학은 어려운 것이 되고 맙니다. 항상 자기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과정을 힘들게 했으니 “수학은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굳게 자리를 잡게 됩니다. 막상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는 옛날에 선행했던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그만그만하게 어려울 뿐입니다. 3년이나 했는데 잘 안 되니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를 공부시킨 엄마가 볼 때에도 3년 전부터 공부시켰는데 아이가 해매고 있으니 고등학교 수학은 정말 어렵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힘을 기르려면 근육에 부담을 주는 운동을 해야 하듯이 활용능력을 기르려면 어려운 상위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수학에서 필요한 활용 능력은 “강한”이 아니라 “능숙한”입니다. 능숙한 활용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을 반복해서 해야 합니다. 할 수 없는 동작은 익숙하게 만들 수가 없지요. 더군다나 그 개념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그 개념이 아닌 다른 개념을 연습하는 일은 피아노를 능숙하게 연주하고자 하면서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를 배우는 데 시간을 다 쓰고 있는 경우와 같습니다.

선행을 직접 해본 아이들 중에서도 후배들에게 선행을 하라는 충고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선행을 해야한다는 것인지 경험적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수학을 선행으로 계속 공부한 아이는 선행을 하지 않은 제대로 된 수학공부의 경험이 없습니다. 자기가 걸어 온 길을 남에게 추천하려면 자기의 길이 최선이라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합리적이란 말은 “이치에 합당하게”라는 뜻입니다. 어떤 이치에 합당해야 하는 것일까요? 공부와 같이 실제적 산출의 질과 수준을 높이려는 활동은 기업에서 양질의 제품을 경제적으로 생산하여 공급하려고 하는 활동(‘품질관리’라고 합니다)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이 경우에 ‘합리적’이란 말은 “이론적이며 과학적이고 능률적”이란 뜻입니다.

 

이론이란 “어떤 조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논리적 타당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타당성이 결여된 것들은 이론이 아닙니다. 이론적이라는 것은 조건을 일치시킨다면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조건과 결과간의 관계”를 충실히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이론과 현실은 달라’ 혹은 ‘이론에 치우친 현실을 무시하는 탁상공론이야’ 라는 말들을 합니다만 관리라는 관점에서는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이론과 현실이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경우는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입니다. 다른 결과의 발생은 현실의 조건이 이론에서 규정하는 조건과 다르기 때문에 야기됩니다. (제품의 생산공정에서 공정의 조건이 달라지면 제품의 품질특성치도 필연적으로 달라집니다.)

 

이론의 결과를 얻으려면 현실의 조건을 이론의 규정 조건과 일치시켜야 합니다. ‘한 시간 간격으로 일곱 번을 집중하여 읽으면 기억할 수 있다’라는 이론이 있다면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한 시간 간격으로 일곱 번을 집중하여”입니다. 별로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옆집 아이가 한 시간 간격으로 책을 일곱 번 읽었더니 다 알게 된 것을 근거로 “한 시간 간격으로 일곱 번을 집중하여 읽으면 기억할 수 있다”라는 이론이 정립되었다면 일치시켜야 할 조건은 “옆집아이와 같은 공부능력과 옆집아이와 같은 공부 성향 및 옆집 아이의 공부환경- 공간, 가족들 및 만나는 사람들의 성향 및 대화 내용, 음식, 공부시간, 취침시간, 교우관계 등..”으로 아주 복잡하게 됩니다. 옆집을 보고 배우려는 경우, 옆집 아이(이론의 조건)와 자기아이의 조건(현실의 조건)의 차이를 찾아서 그것들을 일치 시켜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론적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과학적이란 “현상과 현실에 근거를 둔”이라는 의미입니다. 긴 설명을 안 해도 알만한 내용입니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을 현상관찰을 통하여 규명한 것이 과학혁명의 시초임을 생각하면 됩니다. 선행학습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면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과 하지 않은 아이들을 다른 조건(공부시간, 공부환경 등)은 동일하게 한 후 실험을 통하여 성과를 알아보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실험을 개인이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분석한 현상에 바탕을 둔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과학적 접근이겠습니다.

 

능률적이란 말은 “무리”와 “낭비”와 “불균형”이 없게 한다는 말입니다. ‘무리’는 가진 수단에 비해 얻으려는 것이 클 때에 발생합니다. 초등 6년 학생이 중학교 3학년 공부를 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무리한 것이지요.

‘낭비’는 얻으려는 것에 비해 투입하는 수단이 클 때에 발생합니다. 별 쓸모도 없는 중학교 성적을 얻으려고 또는 3년을 해도 공부능력 향상은 병아리 눈물 만큼인데 아이의 귀중한 시간과 애써 벌은 돈을 써 버리는 것은 낭비 중에서도 최고의 낭비일 것입니다.

불균형이란 말은 시간의 흐름이나 자원마다 또는 사람들마다에 편중이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벼락치기나 시험 2주전부터 시험대비 특강을 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머리는 변화에 민감한 탓에 들쑥날쑥한 공부는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여 효율을 저하시킵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수학 공부시키기를 합리적으로 하고 계시는 지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아이에게만은 합리적인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기에 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선행학습은 수학이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만을 유일한 결실로 남깁니다. 그 결실은 독으로 가득 찬 것입니다. 수학을 잘할 수 있으려면 수학에 대해 흥미를 가져야 하는데 어렵게 느끼도록 하면 흥미는커녕 수학을 싫어하게 됩니다.

 

(다음은 “엄마표 수학 가르치기”에 대해서 쓸 예정입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올리는 글은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는 내용이니 맨 첫 회부터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이 아이의 공부를 관리할 때에 이전에 비하여 조금이라도 나은 접근을 하시게 되면 좋겠습니다.

 

제 글은 받아들여 읽으시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제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받아 들이지 않으시면 되는 것이지 혹시라도 반론을 제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용이 구체적이 되어 갈수록 다른 분들의 주장에 배치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