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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느 고등학교를 가느냐가 어느 대학을 갈지 결정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지다 보니 대입을 염두에 둔 고교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대입은 고등학교 진학 후에 고민했지만 요즘은 고등학교 선택부터 전략적으로 하는 분들이 늘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고등학교별 수능 성적에 대한 중학교 부모님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수능도 최상위권은 특목고나 자사고가 휩쓸었다 보니 역시 특목고나 자사고를 보내야 되나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지요.

이 때를 기회다 싶어서 일반고에 가면 이미 패배자다 라는 식으로 공포 마케팅을 벌이는 사교육업체들도 있고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특목고나 자사고들의 수능 성적이 일반고보다 좋은 것은 당연한 겁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입학생의 차이입니다. 선발형 학교와 강제배정형 학교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역시 특목고구나 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지만, 입시지도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면도 많거든요. 그토록 뛰어난 학생들을 뽑아놓고도 저 정도 성적 밖에 안 나오나라는 생각도 드니까요. 그런데 특목고의 경우는 교육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학생 부모님들 중에는 특목고가 교육과정이 좋아서 수능 성적이 좋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특목고는 외국어 등 전문교과를 80단위 이상 강제로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고등학교 유형을 통털어서 수능에 가장 불리한 교육과정을 갖고 있는 학교가 바로 특목고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목고의 성적이 뛰어난 이유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했고 그 학생들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수능 공략에 유리한 교육과정을 가진 학교는 자사고이지 특목고가 아닙니다. 즉, 특목고와 자사고는 성향이 완전히 다른 학교이기 때문에 특목고에 보낼까, 자사고에 보낼까 라는 식으로 함께 고민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자사고가 대입에 유리한 학교라는 말도 아니니 오해하셔는 안 됩니다. 자사고는 대입에 유리한 학교가 아니라 수능에 유리한 학교입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말이지요. 대입 전형이 정시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두 번째는 수능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의 차이입니다. 최근 대입의 기조는 수시 강화, 즉 내신의 영향력 강화입니다. 그러나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내신을 관리한다는 것은 더 없이 어려운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은 내신관리의 수월함을 바탕으로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지만,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은 내신관리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능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수능이 대입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수능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관리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특목고 학생들은 수능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즉, 특목고나 자사고의 우수한 수능 성적만을 보실 것이 아니라 그 학생들이 왜 수능 성적이 좋은지, 왜 수능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지도 함께 바라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물 위로는 우아한 모습을 보이지만 물 밑으로는 쉼없이 발을 움직여야 하는 백조와 같은 존재들이거든요.

추신 1. 대입전형은 다각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정시선발인원 감소, 수시 수능최저등급기준 하향 및 폐지 확산 등으로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을 무시해서도 안 되겠지만 수능만으로 학교의 우수성을 따지셔서도 안 됩니다. 서울대 합격자수만 봐도 수능 성적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학교들이 많거든요.

추신 2. 우리 아이가 다니는 일반고의 수능 성적이 낮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특목고는 특목고 나름의 장점이 있고 일반고는 일반고 나름의 장점이 있거든요. 일반고는 수능 성적이 낮은 대신 내신관리의 수월함이라는 무기가 있으니 남의 무기를 부러워할 것 없이 자기 무기를 잘 연마하면 되겠지요.

추신 3. 특목고나 자사고가 우수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일반고에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처럼 공부하면 대입은 훨씬 더 수월하지요. 입시정책은 철저하게 일반고에 유리하도록 짜여져 있거든요. 대학이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을 좋아한다며 불만을 토로하시는 일반고 부모님들이 많이 계신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은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잘 하는 학생을 좋아할 뿐이고 그런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에 많은 것입니다.

추신 4. 일반고에 다니지만 우리 애도 특목고나 자사고 애들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한다고요? 혹시, 특목고나 자사고 아이들이 공부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실제로 보신 적 있으신가요? 딱 한 번만이라도 실제로 보신다면 그런 말씀을 절대로 못하실 것입니다. 야자가 끝난 후에 화자(취침시간 이후에도 불이켜져 있는 화장실에 가서 공부하는 것)까지 하는 학생들이 바로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