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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특목고 입시에서 강남의 중학교들이 소위 대박의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어느 학교 따질 것 없이 강남 중학교 중 상당수가 개교 이래 최대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합격실적을 거두었지요. 저게 정말 한 학교에서 가능한 실적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실적을 거둔 학교가 한두곳이 아니거든요. 학교 한 곳의 실적이 왠만한 도시 하나의 실적에 맞먹을 정도로 탁월한 실적을 거든 학교들이 여럿이니까요.

이러한 탁월한 실적에 대해 강남 중학교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는 대치동 학원들의 실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입시정책의 변화이지요. 2015학년도 특목고 입시부터는 내신 반영방식이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전환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강남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던 내신 불이익이라는 족쇄가 한 번에 풀려버렸지요. 상대평가제 하에서는 뛰어난 학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내신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특목고 진학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던 강남 학생들이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덕분에 내신관리의 어려움이 해소되어 이번 입시에서 대박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성취평가제 도입 초기부터 우려되었던 상황이고 특목고 입시지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올해 강남 뿐 아니라 소위 학원특구라고 불리는 입시과열지구 중학교들의 특목고 실적이 급등할 것이라는 것이 공공연하게 예측되어 왔지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특목고 관계자라면 객관적으로 어느 지역 학생들을 선발하겠는지 금방 답이 나오니까요.

성취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란 상대평가 1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력이 부족한 강북 학생들에게 유리한 정책같아 보이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성취평가제는 강남 학생들의 내신 불이익을 해소해주는 정책이 됩니다. 그것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의문이지만요. 아마 강남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위해 의도된 정책은 아닌 것 같고,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이 고교 입시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얻게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로 인해서 지금 교육청 내부에서는 비상이 걸렸을 것 같고  그 결과 올해 특목고 재지정 평가는 예상보다 더 강도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특목고 입시방식 역시 올해도 또 변경될 것 같고요.

그나저나 입시정책이나 교육정책이 변경될 때마다 순진한 강북 엄마들의 피해가 점점 늘어나네요. 강북 엄마들의 경우 입시에 대해 잘 모르실 뿐 아니라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학업부담을 줄여주겠다라는 최근 교육정책들의 겉모습만 보고 반가워하시다가 뒷통수를 맞고 계시거든요. 성취평가제 등 연이어 발표되는학습부담 경감 대책들이 얼마나 황당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지는 캉쌤의 최근 강연을 들어보신 분들은 금방 이해되실 것입니다. 그 실상을 공개적으로 낱낱이 파헤쳐드리고 싶지만 워낙 민감한 내용이다 보니 온라인 상에서 설명해 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네요. (스터디홀릭의 월간 방문자수가 1백 만 명에 육발할 정도로 스홀을 바라보는 눈이 늘었다 보니 아무리 캉쌤이라고 할지라도 요즘은 온라인 상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졌네요. 이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한 차례 미운털 박힐 생각하고 판도라의 상자를 확 열어버려야 하나로 요즘 고민 중입니다. 입에서 계속 멤돌고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 몇 가지 있거든요. T_T)

어쨋든 고입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이나 대입의 입학사정관전형은 소위 말하는 명문중, 명문고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전형입니다. 전형 자체가 명문중, 명문고에 유리하도록 짜여진 것은 절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학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밖에 없는 전형들이지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리하게 적용되는 전형이 아니라, 순진한 강북엄마들이나 특목고, 명문대 진학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강북학교들이 손놓고 있는 사이에 강남 엄마 등 명문학교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챙겨가는 전형이지요.

비교과를 반영하고, 자기소개서를 반영한다라는 것이 학업부담을 줄여줄 것 같아서 겉보기에는 좋아보이지만 학업 이외의 다른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무서운 이야기거든요. 차라리 성적만 반영하는 전형이라면 학생 혼자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만, 비교과나 자소서의 경우는 학교와 부모님들까지 합심해서 삼각편대를 이루지 않으면 공략이 어려운 전형이니까요.

참고로 대학이나 특목고는 학원 등 사교육을 받은 학생을 선호할까요? 학교에서 혼자 독학으로 공부한 학생을 선호할까요? 나의 희망을 담아 이상적인 정답을 골라보지 마시고 한 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정답을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입시는 옆집 아이 일이라고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하시면 금방 정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희망을 버리고 그냥 노골적으로 우리끼리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특목고가 원하는 학생은 대학진학을 잘 할 것 같은, 대학이 원하는 학생은 취업을 잘 할 것 같은, 그래서 우리 학교를 빛내주고 신입생 모집에 도움을 줄 것 같은 학생이 아닐까요? 내가 특목고 관계자, 대학 관계자라면 어떤 학생을 선호할지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입시준비를 해야 할지 길이 보일 것입니다.

추신 1. 그나저나 강남과 강북은 입시를 바라보는 마인드의 차이가 정말 천지차이라고 생각됩니다. 강남은 학교, 학생, 학부모 뿐 아니라 지자체 등 지역 사회까지 발벗고 나서서 아이들의 입시를 지원해주는 반면에, 강북은... 에휴... 그냥 답답할 뿐입니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뒷다리 잡기까지 하는 곳들도 있잖아요. 강남에서는 맹모엄마로 칭송받을 행동들이 강북에서는 극성엄마라며 손가락질 받을 행동이 되기도 하고요. 이러한 마인드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비교과나 자소서, 면접 등이 포함되는 전형에서 지역간, 학교간 실적격차는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T_T

추신 2.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인강업체 대표가 예전에 캉쌤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강선생은 좋겠어요! 돈 벌 생각이 없으니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잖아요.

캉쌤이라고 돈 벌고 싶은 생각이 없겠나요. 캉쌤도 가장인데요. 그래서 가장의 역할과 캉쌤의 교육철학 사이에서 매번 고민하게 되네요. 이 글도 올릴까 말까를 몇 번이나 고민했습니다.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