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일반적으로 입시에서 최고의 합격사례는 '문닫고 들어간 경우'가 손꼽습니다. 특히, 추가합격으로 합격한 사례는 최고 중의 최고 합격사례이지요.

이 말이 대입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맞는 말입니다. 물론, 대학생들도 대기업 취업을 위해서는 학점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학점보다 학벌을 더 높이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학벌관리만큼 중요한 경력관리도 드물지요.

그러나 고입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대학교는 입학이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할지라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잖아요. 동문회에서도 속된 말로 '버린 자식' 취급을 받기도 하고요.

특목고 입시상담을 하다 보면 특목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안고 '무조건 특목고'를 외치는 학생들이나, 엄마의 자존심 때문에 '무조건 특목고'를 외치는 부모님들을 상당히 많이 보게 됩니다. 가장 최악의 케이스는 특목고에 불합격한 것에 자존심 상한 부모님이 자녀에게 특목고 편입을 강요하는 경우이지요. 이 경우 편입에 성공하더라도 뒷차 타고온 손님이 되고, 편입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재학 중인 학교에도 정을 못 붙이게 되어 아웃사이더로 전락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캉쌤은 절대적으로 만류하는 케이스이지요.

자녀의 인생과 부모의 인생은 별개라고 합니다. 하지만 학부모 모임을 나가보면 자녀의 성적이 부모의 서열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대 때는 잘 생긴 남자, 30대 때는 돈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목에 힘이 들어가지만, 40대 때는 공부 잘 하는 자녀를 둔 여자의 목에 힘이 들어가잖아요. 오죽하면 '엄마도 계모임에서 말 좀 해보자'라던지 '좌석배치는 서울대 엄마를 중심으로'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을 정도일까요.

우리나라처럼 자녀에게 헌신적인 부모는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몇 차례나 언급했을 정도니 진짜 세계최고겠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부모님들 중에는 무조건적인 헌신이 아니라 대가를 요구하는 헌신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헌신의 대가로 자녀에게 성적이나 학벌, 직업 등을 요구하잖아요. '이게 다 너를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대리만족이나 자존심 때문에 자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자녀의 적성검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오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체를 옮겨가며 적성검사를 계속 보시는 부모님도 계시더군요. '저기는 완전 엉터리네, 다른데 가면 다르게 나올꺼야. 다른데서 다시 해보자' 라면서요. 그리고 그렇게 옮겨다니다가 어디선가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그것봐, 역시 내가 맞았잖아'라며 아이를 더 다그치시지요. 엄마의 극성에 지친 아이가 엄마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검사를 조작한 것에 불과한데도요.)

아무튼 캉쌤 역시 대입은 '문 닫고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입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입은 '문 닫고 들어갔다가 3년 내내 바닥 깔고 나온다'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특목고는 합격하기 보다 합격 후 버티기가 더 힘든 학교'이고, '특목고 합격의 기쁨은 단 하루 뿐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한 학교이기 때문에 막연한 동경이나 자존심 으로 지원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고등학교는 합격하는 것보다 입학 후 버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대학이니까요. 따라서 고등학교를 선택하실 때는 내 아이가 합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기 보다 내 아이가 잘 버틸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내신이 최대 4등급 이내에 들어갈 수 없다면 특목고는 약이 아니라 독이거든요. 내신이 4등급을 넘어간다면 상위권 대학에서 절대다수를 선발하는 수시전형을 손도 못대고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중학교 때 공부로 날고 기던 학생들만을 모아놓았다는 외고의 SKY대학 진학비율이 20%에 불과한 까닭이 바로 내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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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입시철이 되면 캉쌤에게 쪽지나 메일 등으로 '제 성적이 O-O-O-O인데 1차는 통과할 수 있을까요?'라던지 '제 성적이 O-O-O-O인데 합격할 수 있을 학교가 어디인가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캉쌤은 그런 질문에는 대부분 답변을 해드리지 않지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이미 희망학교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괜한 장미빛 희망을 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6개월이나 1년 후 캉쌤에게 전학 또는 자퇴 상담을 요청하신 분들이 적지 않지요. 왜 그 때 자신을 더 강하게 말리지 않았냐는 원망과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