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어느 분이 올리신 글에서 읽었는데 "자녀교육에 지출할 비용이 10 이라면 그중 8을 사춘기 이전에 지출하라".  저희는 100% 공감하며 항상 주위에 강조해 오던 말이었습니다. 그 비용이라는 것이 money이던 부모의 관심이던간에  모두 사춘기 이전에 대부분이 투약(?)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막내동생부부와 저희 가족이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선산의 선친 묘소 앞에서 추도예배드리고(저희는 기독교라서) 가볍게 다과를 나누던중  당연히 모친의 입에서 조카 걱정이 나왔습니다.  남자아이로 이제 고2입니다. 당연히 열심히시키라는 얘기,네가 고생하겠다는 얘기등 덕담과 위로가 교환되고 나서 얘기중에  제수씨가 이런 고백을 제 아내에게 했습니다. 요지는;

"그때  형님께서 나서 주셨을 때 제가 열심히 따라 갔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것이 죄송하고 후회됩니다. 형님이 그러신 후 원망도 했고, 속으론 난 더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  오기가 생겨서 더 어긋나고...  정말 그때로 돌아가면 전 잘 할 것 같은데. 이제 큰 애는 맘에서 내려 놓았어요.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성적은 나오지 않으니 그냥 최선의 결과를 기도할 뿐입니다. 하지만 둘째(초등)는 형님 말씀대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힘드네요"

전 4남매의 장남입니다, 당연히 제 아내는 맏며느리이지요. 부모님을 모시고 살진 않았지만, 결혼 이후 매주 금요일 저녁은 장남인 저희 가족이 모두 부모님 댁에 가서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제가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 있을땐 3째와 4째 동생 가족이 번갈아서)  저희 부모님들은 제 딸과 아들이 전교1등하는 것을 항상 자랑스러워하셨고, 당연히 다른 손자 손녀들도 그런 성적을 미래에 받기를 원하시고 때론 종용(?)하셨습니다. 지금 고2 인 그 조카 아이가 초5 였을 겁니다. 아직 어리지만 성적이 그리 시원치 않다는 것을 아신 선친께서 항상 식사자리에서 그 아이 걱정을 말씀하십니다.  하루는 듣다 못한 제 아내가 선친께 말씀드렸습니다. 마침  그 날은 막내식구들도 같이 식사를 하던 자리였는데, "아버님 제가 나서 볼게요. 동서, 매주 토요일에 조카를 분당 우리집으로 데려와. 내가 수학을 2시간씩 잡아 줄게. xx이 너 큰엄마 말 잘 들을거지?"  고작 일주일에 한번으로 되겠냐는 모친의 걱정에 제 아내는 " 과목은 수학과 독서지도만할 것이고 내가 헤줄수 잇는것은 중요개념이해와  공부방법관련예요. 그건 일주일에 한번이면 차고 넘침니다. 나머지는 집에서 얘 엄마가 충분히 할 수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 남동생과 제수씨 불러다 놓고(제가 연애할 때 제 아내가 막내의 수학과외선생님을 5년 정도 해서  대학 보낸터라 아직도 막내는 제 아내 앞에서 꼼짝 못합니다)

"동서, 우리 애들 때문에 나 바쁜 것 알지(당시 딸애는 용인외고 막 입학했고, 아들은 과학고 준비중). 그래도 아버님이 걱정하시니 내가 나서는 건데, 동서가 꼭 지켜야 할 것이 있어. 수학은 개념이해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공부한 것을 어찌 관리하는지도 매우 중요해. 당분간은 내가 됐다라고 할 때까지는 아이 숙제 채점을 동서나 서방님이 직접해. 그리고 아이가 뭘 모르는 것 같고  틀렸는지를 꼭 나에게 얘기줘"

좋아라하는  막내동생부부를 보고 부모님도 안심하셨고 (저도) 그 후 매주 조카는 우리 집에서 아내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처음엔 괜찮았고 얼마 안있다 친 시험도 굉장히 잘 봤었지요. 그런데 시험 이후 아내 입에서 컴플레인이 나오기 시작하고 제수씨에게 "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왜 채점을 아이에게 시켜? 어떻게 아셨냐고? 아이가 숙제를 답 베껴 온 티가 나니까 그렇지. 이러면 지난 주 것 다시해야 되잖아. 그리고 읽어오라는 책은 사주지도 않았어?"

아내가 열 올리면 그 다음주 괜찮다가도 또 아내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고,  아파서..바빠서..친정 일때문에....   이런 이유붙기 시작하더니  토요일에 오는 횟수도 띠엄띠엄.  마침내 없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때 아내가 동생부부 불러다 놓고 했던  얘기가 이것이었습니다.

" 아직 겪지 못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아이가 초등 때 학습습관이 잡히지 않으면 사춘기 때는 더더욱 못잡아. 그 때는 본전만해도 대성공이야.  사춘기 넘어서 철들어서? 그때는 잡아도 안돼. 그때는 누구나 다 열심히 하니 해도 안올라가. 섭섭하겠지만 들어. xx이 내가 가르쳐 보니 이미 많은게 잘못되어 있어.  지금 잡아주지않고 이렇게 나가면 나중에 서방님 버는 것 다 쏟아 부어도 동서 원하는 절반도 안될거야"

나중에 막내에게 얘기 들으니 제수씨가 이 말을 굉장히 섭섭해 했다고 하고, 그 이후 아내는 일체 그 집 아이들 얘기에 조언조차도 안해주어 왔었습니다(제 아내 무서운여자입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예전에는 거부감을 느꼈던 조기교육이라는 단어에 타당성을 부여하게 됩니다. 왜 그렇게 해도 안되는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과도한 조기교육, 선행학습 등은 필요가 없겠으나,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헤쳐 나가야할 운명이라면 사춘기이전에 확립된 학습습관 정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