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공부는 누가 할까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 엄마 품을 떠나버린 아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답니다.
고등학교를 최종 선택하기 전에 진학을 희망하는 일반고의 교장 선생님과 전화로 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이 인생의 갈림길, 최대의 난관을 가족 모두가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답니다.
우리 아이를 잘 아는 초등학교, 중학교 선생님들의 조언과 아이의 멘토, 그리고 친분이 있는 교육 공무원들과 자녀를 대학에 진학 시킨 선배 고수들에게 알짜배기 정보와 교육 노하우를 열심히 얻었답니다.
최종적으로 커리어넷에서 아이의 적성검사를 받아 충분한 논의와 장고 끝에 일반고를 선택하여 원하던 학교를 배정받았어요.
고등학교 배정 후 입학하게 될 학교의 교무부장선생님께, 고등학교 진학후 도태되지 않게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은지 전화로 상담을 드려 도움을 받았고, 입학 전에는 교무부장 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과 효율적인 학습법,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얻었답니다.
그리고 반 배치고사에 대한 준비와 수학 공부에 촛점을 맞추어 겨울방학과 봄방학에 대한 일정표를 만들어 준비했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우리 아이 학교는 반 배치고사가 실시되지 않았어요.
연합고사 성적으로 반 배정을 하였답니다.
입학식에서 처음 알게된 우리 아이의 입학 등수.
전체 2등으로 장학금을 600.000원 받았는데 저는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제가 일반고 결정후부턴 부족한 수학공부에 몰입할 것을 주문하여 사실상 연합고사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어떤 심정일지 이해가 되었거든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고교생활.
하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다보니 사실상 엄마인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따뜻한 격려와 아이에 대한 무한 신뢰 밖에는 없네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6주가 지난 이제야 조금 학교 생활에 적응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엔 기숙사의 벅찬 일정과 접해보지 못한 과밀 학급(1반에 44명), 어수선한 학습 분위기 때문에 아이의 혼란과 갈등이 극심했답니다.
특목고로 진학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절망하더니, 급기야는 전학을 가고 싶다고 심각하게 대화를 요청하더군요.
성장통과 적응기라고 다독거리면서 아이와 같은 무게로 함께 속을 끓이고, 함께 성토하며 고민을 나누었답니다.
그 동안 총 세 번(학부모 총회 포함)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나누었고, 진학부장 선생님, 학년부장 선생님, 경제 동아리 담당 선생님, 교과담당 영어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했답니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서 요즘은 학교생활에 순응하려고 자신을 단련중이랍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 둔 현재, 우리 아이는 학교 수업과 방과후 수업, 그리고 기숙사 선택, 심화수업과 자율학습으로 시험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다행히 중학3년 동안 연습하고 찾은 자신만의 공부법과 필기법으로 별무리없이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촘촘하게 시간관리를 하는 모습이 엄마의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고 대견스럽네요.
당장에 전교 1등을 하고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진 못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꾸준한 노력과 실천으로 자기주도학습을 완성해 가다보면 우리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무난히 들어갈 것을 저는 믿습니다.
지금의 이런 과정들이 우리 아이를 더 단단하게 성장시키고 바른 인성을 가진 인재로 거듭나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개척해 나갈 동력이 되어 주겠죠.
공부는 부모가 시킨다고 아이가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라주지도 않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디에 행복의 가치를 두고 있는지 잘 파악하여 지지하고 응원하고 믿어주는 것이 부모의 몫인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부모가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찾아서 하는 공부.
우리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이렇게 처음으로 행복한 공부의 첫걸음을 시작하였답니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지만, 뚜렷한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내고 있는 우리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응원하고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