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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딸래미의 아킬레스 건입니다.

물론 책임 소재를 굳이 밝히자면, 초딩때는 노는 게 최고라는 저의 방치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혹여 이 부분을 두고 나중에라도 딸아이가 제 탓을 할까 두려워 초딩 때 수학 공부는 좀 시킬 걸 그랬나? 하고 슬쩍 떠보면, 다행히도 딸래미는 자신의 정말 행복했었던 초딩의 아름다운 추억을 한낱 '수학' 따위와 바꾸고 싶진 않다고 말합니다. ㅜㅜ

그런데 요즘 딸래미가 약점이었던 수학에 조금씩 자신감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나름 분석해 본 원인들.

1. 항상 수학은 연습장에 쓰면서 푼다

 바르게 쓰는 습관을 길러서 실수하는 일이 거의 없을뿐더러 공부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쓴 수학 연습장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있는데 두꺼운 연습장이 17권 정도 되더군요.

2. 모르는 문제는 문제를 외워서 끝까지 고민해본다.

 지난 번 간담회 갔을 때, 전혀 수학 전공같이 않게 생기신 조미정 소장님이 알려주신 방법인데, 안 풀리는 문제는 문제를 통째로 외워서 계속 고민해 보라는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그날 간담회 끝나고 딸래미한테 방법을 전수해주었는데, 그 뒤로 저랑 수다를 떨다가도 갑자기 멍~해지다가 '아, 나 알 수 있을 것 같애' 이러면서 지 방으로 뛰어들어가 막 문제를 풀더니, 외웠던 문제 해결했다고 막 신나라 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흔히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답 보지 말고 끝까지 파고들어가 봐라고들 하는데 딸은 ' 아니, 모르는데 보고 있으면 답이 나오냐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문제를 통째로 외우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니, 탁! 머리를 스치는 뭔가가 있댑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번 모의고사 수학 오답을 고치면서 3문제는 답까지 거의 근접했으나 마무리가 부족했고, 1문제는 무슨 선을 그으면 알 수 있는 문제인데 그 생각 자체를 못해낸거라고 아쉬워하면서 처음으로, 다음 모의고사는 원점수 100점을 받겠노라고 합니다.

늘 수학은 약한 과목, 어려운 과목, 그래서 수학이 부족한 걸 메우기 위해 다른 과목에서는 모두 합쳐 몇 개 이상은 틀리면 안된다고 지레 밑밥을 깔아주던 과목이었는데, 제 입으로 어마어마한 원점수 100점이 가능하다고 하니, 점수를 떠나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가는 것 같아 그게 제일 좋습니다.

어제는 자기 전에 그러네요.

수학은 처음엔 노력해도 정말 티가 안 나는 과목 같은데 어느 순간이 되어 아 되는구나 하는 시점이 있는 것 같아. 근데, 그 시점까지 도달하기가 어렵지, 그 다음부터 수직곡선이야.

딸래미 말을 들으며 이게 정말 이럴 수 있는 건가, 반신반의하지만, 수학에 대한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 '감동이야~~~~~' 라고 말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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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홀식구들의 댓글 읽어보고, 몇 가지 떠오르는 생각 덧붙입니다.

수학이 약점이었던 이유

1. 수학을 정말 싫어라 합니다.

 심지어 예전에 스홀 문과 스터디 모임 갔을 때 김대희쌤이 오셔서 설명해주셨었는데 경제학과는 문과 속 이과라고 수학이 꼭 필요한 학과라고 하시길래 딸에게 얘기해주었더니, 그때부터 경제학과 매우 질색하더군요. 싫어하니 잘 할 수 없었겠지요.

2.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수학 시험이 있는 날은 유난히 긴장하고요, 걱정은 한 바가지입니다. 잘 하지는 못하는데 걱정은 많고 긴장은 많이 하니, 실력발휘가 더 어려웠겠지요.

3. 어려운 문제는 무조건 별표부터 답니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 '난 널 모른다' 뭐 이런. ㅋㅋ 아래 댓글 보니, 힘들어도 고난도를 끙끙대며 풀어내려고 애쓰는 아이들 이야기 읽었는데, 제 생각엔 이런 아이들은 수학적 감과 능력이 남다른 아이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