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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성적과 관련하여 회자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초등성적은 엄마성적이고 중등성적은 학원성적이며 고등성적이 아이성적이다'

초등학교 공부의 경우는 높은 수준의 이해를 요구하는 학습이 아니다보니 아이들의 성적은 '머리가 좋으냐? 나쁘냐?'라는 것보다 '공부를 했느냐? 안 했느냐?'로 결정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는 머리가 아무리 나쁜 아이일지라도 공부를 조금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초등학생이 스스로 공부를 한다라는 것은 안타깝게도 어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되기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보니 초등학생들의 성적은 엄마가 얼마나 아이를 채찍질(?)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초등시절까지는 학습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엄마가 아이를 끼고 앉아서 가르칠 수 있다보니 엄마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이지요.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의사결정도 아이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엄마의 의사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니까요.

그래서 초등학교 성적은 아이의 성적이라기 보다 엄마의 성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이 시기에는 공부 잘 하는 아이의 엄마는 주변 엄마들로부터 공신 취급을 받으며 누구나 한 번씩 만나서 학습노하우를 듣고 싶어하는 대상이 되지요.)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학습난이도가 높아지고 과목이 늘어나다보니 엄마가 아이를 끼고 앉아서 직접 가르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지지요. 일부 부모님들의 경우는 아이와 함께 인터넷강의를 시청하며 함께 공부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지만(이 방법은 매우 권장되는 훌륭한 자녀교육법 중 하나입니다), 이 경우는 전업주부 중에서도 교육열이 뛰어난 극히 일부 부모님들만이 가능한 일일 뿐 일반적으로 모든 엄마들이 따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방법이지요.

그렇다보니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초등 시절에 비해 급격히 상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중학교 성적표를 처음 받아본 중1 엄마들은 손발이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이쪽 저쪽 수소문 하며 좋은 학원, 좋은 인강, 좋은 교재를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지요. 등수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던 초등학생 엄마에게 등수가 찍혀있는 중학교 성적표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잖아요. 예상과 전혀 다른 숫자가 찍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중학교 성적은 아이의 성적이라기 보다 학원의 성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이 시기에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의 강사가 엄마들로부터 공신 취급을 받으며 누구나 한 번씩 자기 아이를 맡겨보고 싶어하는 대상이 되지요.)

그 후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엄마들은 또 한 번의 큰 시련을 겪게 됩니다.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소위 내신쿠션이라고 불리며 우리 아이의 내신을 깔아주던 아이들이 전문계고로 진학하거나 고교진학을 포기하면서 갑자기 우리 아이의 석차백분율이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게되지요. 우리 아이의 실력 자체는 변한 것이 없지만 아이를 둘러싼 경쟁환경이 변화되면서 석차백분율의 하락이 발생하는 것인데, 몇 달 후 전국모의고사까지 보게 되면 고1 엄마들 중에서도 지방 엄마들의 좌절감은 정말 바닥을 모를 정도로 깊게 떨어져버려 머리는 멍해진 채 마음만 급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낸다고 해도 아이가 고3이 되면 재수생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또 한 번 등급 하락의 아픔을 겪게 되고요. 이번에도 우리 아이의 실력 자체는 변한 것이 없지만 아이를 둘러싼 경쟁환경이 변화되면서 발생한 일이라 엄마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지요. (상위권 대학 합격생의 절반이 재수생이라는 것은 잘 아시죠? 요즘은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이 재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 또는 반수를 한다라는 사실을요.)

게다가 고등학생의 학습은 학습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게 되어서 초등학생 때 처럼 엄마가 끼고 앉아서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중학생 때 처럼 학원을 잘 고른다고 해서 순식간에 성적이 쑥 올라가기도 힘들지요. 그렇다보니 고등학생 때는 아이의 선천적 학습능력과 후천적 노력이 아이의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성적은 아이의 진정한 성적이 됩니다. 물론 엄마의 노력이나 사교육의 힘을 빌어서 어느 정도 보충을 할 수는 있지만, 아이 자신이 성적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시기이지요.
(이 시기에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공신 취급을 받으며 누구나 한 번씩 따라해 보고 싶어하는 대상이 되지요.)

따라서 초등학교 때 아이 성적이 좋다고 해외대학을 운운할 것도 아니고, 중학교 때 아이 성적이 좋다고 국내 명문대학을 운운할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 진정 아이의 힘으로 얻어진 성적이 아니라 엄마의 노력과 학원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성적이라면요. 그렇게 만들어진 성적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쉽게 무너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둘러싼 경쟁환경의 상대적 변화로 인해서요.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는 특목중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다음 단계의 학교로 올라가는 것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진학계획이 아니라 직업을 얻을 때 까지 계속되는 장기간의 진로계획(장기적 학습로드맵)을 수립해보시기 바랍니다.

그저 열심히만 달리는 것과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단계별 계획에 따라 달리는 것은 분명히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