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2005년 한 조사연구소에서는 평일 초등학생의 TV 시청 시간은 164분이고 주말에는 252분이라고 발표했다. 또 2004년 키드서베이에서는 초등학생의 `인터넷 이용실태`에 대해 조사하여 초등학생 1만 2032명 중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는 학생이 35.4%이고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게임이 38.9%, 학습이 17.9%, 동호회가 9.9%라고 발표했다.

초등학생 시기는 이후의 학습을 위한 준비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학습의 기초 능력을 익혀야 하고 학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가장 손쉽게 익히는 것이 책읽기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매일 두 시간 이상 TV를 보고 10명중 3, 4명은 매일 인터넷을 한다. 이 아이들이 TV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스스로 즐겁게 책을 읽게 할 수는 없을까?

먼저 집 안의 물리적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거실의 텔레비전은 안방으로 집어넣고 아이들 방의 컴퓨터는 거실로 빼낸다. 그리고 거실에 커다란 상이나 테이블을 하나 놓고 둘레엔 아이들이 보는 책과 엄마 아빠가 보는 책들을 갖다 놓는다. 한마디로 거실을 도서관처럼 꾸며 놓는 것이다. 그리고 게시판 같은 것도 하나 만들어 놓는다. 자, 이런 환경을 만들었으면 이번엔 이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첫째,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일정한 시간에 이 공간에서 엄마가 책상에 앉아 가계부를 쓴다든지 신문이나 책을 읽는다. 아빠도 같이 무언가를 읽거나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간 동안 TV는 끄고 전화나 핸드폰도 가능하면 꺼 놓고 함께 앉아 각자의 일을 한다. 처음 20분 정도로 시작하여 점점 시간을 늘려나간다. 아이들이 꼭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레고 맞추기라든지 장난감 조립이라든지, 그림 그리기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동안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일이다. 20분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5분도 안 돼 화장실을 간다느니 물을 먹고 싶다느니 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릴 것이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것이 습관화되면 서서히 책을 읽도록 유도한다. 유달리 아이가 재미있게 읽는 책이나 의미있는 책은 함께 독후 활동을 한다. 독후록을 적는 것도 좋고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물론 시험 때는 공부하는 시간으로 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꼭 함께 앉아 있는 것이다. 매일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일을 하다가 일주일 2, 3만 아이와 함께 활동을 하면 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앉아 있는 이 습관은 결국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습 시간이 될 것이다.

둘째, 새 책을 구비하지 않는 도서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멀어진다. 마찬가지로 거실 도서관도 끊임없이 새 책을 공급해야 한다. 부담이 된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새로 등장하는 책은 거실 도서관 게시판에 안내를 붙이는 것이다. 안내는 겉 표지가 따로 있는 책은 그 표지를 붙여 놓거나 아님 인터넷에서 책 소개 부분을 인쇄해도 좋다. 무언가 아이가 흥미를 끌만한 것을 찾아내 아이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 둔다는 것이다.

셋째, 아침 식사 시간을 대화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아이가 커 가면 온 식구가 한 자리에 앉는 일이 드물어진다. 이때 아침 식사 시간은 가족 모두가 모이는 시간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유용한 시간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일찍 서두른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10분 정도의 아침 식사 시간을 이용해 토론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어제 본 드라마라든지, 뉴스 기사라든지를 가지고 아빠와 토론을 한다. 조금 언성이 높아져도 괜찮다(아빠에게는 살짝 이 시간의 취지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의견의 일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과 근거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것을 아이에게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아이를 대화에 끌어 들인다. 같이 본 영화, 신문기사, 학교에서의 일 또는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책 등에 대해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던져본다. 아이가 반응을 보이면 본격적으로 대화를 유도하며 토론을 한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엄마는 미리 아침 토론시간에 이야기 할 거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가 책을 안 읽는다고 말만 할게 아니라 책을 읽고 싶은 분위기와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주어야한다. 사실 이러한 환경과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오늘부터 서서히 바꾸어 보자. 아이의 책읽기뿐만이 아니라 점점 바깥일에 바빠지는 남편과 학교와 학원만이 전부인 아이들을 가정의 울타리 안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