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얼마 전에 중학생 아이를 앉혀놓고 고입상담을 하는데 이런 말을 하네요.

‘선생님, 저 ㅇㅇ고 안 갈래요. 그 학교는 기숙사 학교라 비싸서 싫어요. 돈이 너무 많이 들면 부모님께 죄송하잖아요.’

아~~~!! 이 얼마나 기특한 생각인지... 그래서 캉쌤이 이 자유로운 영혼(이하 자영)이렇게 이야기해줬네요.

캉쌤 : 너 지금 한 달에 쓰는 학원비가 얼만지 아니?

자영 : 아뇨. 모르는데요. 학원비는 엄마가 내서요.

캉쌤 : 아~~! 그렇구나. 네 학원비가 기숙사비보다 비싸.

자영 : (깜짝 놀라며) 정말요?

캉쌤 : 응. 오늘 집에 가서 엄마한테 여쭤보고 다 더해봐. 그리고 너 매일 학교랑 학원 왔다 갔다 하면서 쓰는 교통비랑 간식비 있지? 집에서 밥먹는 식비도 있고.

자영 : 네.

캉쌤 : 그게 기숙사비보다 비싸.

자영 : 에엑??? 제가 그렇게 돈을 많이 쓴다고요?

캉쌤 : 응. 넌 돈 먹는 하마야. 오늘 집에 가서 안방 옷장 열어봐. 너보다 나이 더 많은 먹은 옷들도 있을걸.

자영 : (한숨) 하~~~

캉쌤 :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 임마. 재수 안하고 한 방에 대학 가는게 효도하는거야.

아이들 상담을 해보면 자기에게 들어가는 한 달 교육비가 얼마인지 제대로 아는 아이들이 거의 없네요. 부모님이 그 돈 마련하려고 얼마나 고생하시는데...

그래서 이번에 저희집 자영이에게 학교 방과후 수업료가 얼마인지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아직 초딩 2학년 밖에 안 되서 돈 개념이 약하다 보니 학교 수업은 모두 공짜라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수업도 방과후는 돈을 내야 되고 그 돈이면 네가 좋아하는 팽이를 매달 몇 개씩 살 수 있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아까워하네요. 친구가 학원에서 선물을 받았다며 자기도 보내달라고 하기에 학원비가 얼마인지 알려줬더니 안 가겠다고 하고요.

그래서 학원을 안 가고 집에서 학원 다니는 것처럼 공부하면 학원비로 써야될 돈의 일부를 용돈으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용돈은 네 돈이니 팽이를 사든 과자를 사든 마음대로 써도 된다면서요. 그랬더니 엄청 좋아하네요. 금새 용돈부자가 된 것처럼요.

하지만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작심삼일은 고사하고 세시간도 제대로 못 가네요. 하~~~ OTL

어쨋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이렇게 하나씩 가르쳐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