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며칠 동안 2022년 대입 전형 개정 발표로 시끄러웠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린 유아맘에게는 이제 중3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
남의 집 불보듯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입시는 생물이란 말에 동의하는 편이라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지
지켜보는 입장으로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발표한 원문도 읽어보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우선 정시를 늘려야 한다라는 의견이 적극 반영되지 않았다는
그 부분이 많이 언급되고 있어서 정책보다는 수시, 정시에 대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이해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수시를 반대하는 큰 이유는 공정하지 않다라는 이유가 가장 큰 것일 것입니다.
수능 점수만 보는 정량적 평가 보다 생활기록부를 보는 정성적 평가가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종을 얘기하기 전에 수시를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시=학종 처럼 얘기하고 인식하고 있는데
수시에는 학종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종이 수시의 대표격으로 얘기되는 것은
상위 10대학, 인서울 대학이 수시 중에 학종 비율이 높다는 것이지요.

이 말을 다시 바꿔 말하면 
상위 대학 포함 인서울 대학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학종은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신 등급만 보는 학생부교과전형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장 인기 많은 의대라는 곳도 지방 의대의 경우는
학종이 아니라 내신 성적만 보는 학생부교과로 면접도 안보고 100% 뽑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서울이 가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비율이 높은 수시 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난 인서울은 안가~라고 정했다면
과감히 학생부종합전형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말그대로 학생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입학한 순간부터 준비해야 유리합니다.
만약에 고2나 혹은 고3이 되어서 학생부종합전형은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나중에 이 모든 걸 깨닫고 인서울 대학에 가려고 하면
수시 중에 논술, 학생부교과전형 그리고 정시를 거쳐야 합니다.
가장 뽑는 비율이 많은 학종을 포기해야 합니다.

과거에 학력고사나 수능만이 기준이 되었을 때는
점수가 되면 인서울, 조금 모자라면 인서울이 불가능한 구조였지만
이젠 아예 지원조차 어렵다는 것이지요.
인서울과 지방이 선이 분명해진 것이지요.

수험생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방대학의 입장에서는 날로 줄어가는 신입생, 
또 기껏 입학해서 다시 재수를 하는 등
일차적으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입장에서는
정시보다 먼저 학생을 모집하는 수시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수시 납치라는 표현이 있듯이 수시로 뽑아놓으면 정시를 못보게 되어 있고
또 만약에 수능을 안보고 수시로 들어온 아이들은 
다시 재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지방대에서는 내신 성적만 보는 학생부교과가 많이 있고
그 중에서는 수능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또 적성고사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수능이 아니라 적성고사라는 시험을 보거나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방에서는 수능을 보지 않아도 지원이 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sky, 인서울 대학만을 이야기 합니다.
처음부터 지방대를 목표로 하는 경우도 드물테고
또 지방대의 기준을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그렇지만 정작 고3의 경우는 인서울 이외의 대학들의 전형이 큰 정보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란 학교 내신 등급이 좀 낮아도 각종 활동으로 
혹은 고가의 컨설팅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부종합전형도 첫번째 기준은 내신등급입니다.
내신이 아주 낮은데 학생부종합전형을 원서를 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기준이 없다고 해도 이미 합격자들의 내신 평균이나 내신 커트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아무리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해도 내신성적이 중요합니다.

자,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을 안하고 다른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을 한다고 합시다.
어쩌면 내신등급만 보니까 활동이 좀 약한 경우도 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 아무리 지방대라고 하도 내신 등급만을 보기 때문에
그 커트 점수는 높은 편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학생부종합전형이 준비 안된 내신등급 높은 아이들이 
다 몰린다고 하면 이 경우도 내신등급이 낮아서는 안됩니다.

그러니까 학생부종합전형을 보든, 학생부교과전형을 보든
내신 등급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내신 등급은 아주 높은 등급에서 형성된다면
많은 아이들은 정시를 노리게 될 것입니다.
아니 노리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정시 비율이 낮으니 여기서도 또 높은 점수의 아이들이 붙게 되는 구조지요.
그러니 수시를 보려면 내신이 높아야 하고
정시를 보려면 수능 등급이 높아야 합니다.
그러니 내신을 잘하던가, 수능을 잘하던가 둘 중에 하나는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비율이 높은 수시를 노리려면 일단 내신 등급부터 챙겨야 합니다.
그래야 학종을 하든 학생부교과를 하든 뭐 하나라도 넣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 많은 학종, 그렇다면 왜 인서울 학교가 많은가?를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상위 학교가 좋은 학생들을 뽑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자사고, 특목고 아이들을 뽑으려고..한다는 주장)

제 생각에는 그렇게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종이라는 전형은 학교에서도 운영하는 노하우, 인력 등등이 필요합니다.
대학 입시라는 게 하루 아침에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 담당자의 교육도 필요하고 매뉴얼도 필요하고 또 시험 운영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성적만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운영하는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수고를 하면서 학생을 뽑으려는 건 상위 대학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중하위권 대학까지 확대하긴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으려면 전문 입시사정관이 있어야 하고
면접도 봐야 한다면 그에 대한 시간 분배 면접과 등등 
준비할 것이 엄청 많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부교과로 면접 없이 뽑는다면
그만큼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감안한다면 중하위권 대학에서 굳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은 분모와 분자이지만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입장에선 분모인 수시는 어떻게든 포기하기 어려운 전형입니다만
분자를 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시, 정시로 단편적으로 나누어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수시=학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종을 불공정하다 할 때 
내신만 보는 학생부교과의 불공정함도 있습니다.
왜냐면 내신받기 어려운 학교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서서 제가 말한 입시는 생물임을 여기에 적용한다면
내신의 중요함을 알게 된 많은 수험생들과 부모는 오늘도 내신 전쟁을 치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고 싶은 인서울, 혹은 이름 있는 지방대의 경우
어떤 전형으로 지원하든 내신은 1등급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입시 설명회에서 1등급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를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1등급이 4프로라 할 때 나머지 96프로는 수시에 불만을 가지고
정시를 늘려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려면 현재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운 현실이 우리 앞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자사고, 특목고 등은 예외라 볼 수 있겠지요.
그 경우는 다음 편에서 다뤄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