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아이가 숙제와 일기쓰기를 계속 게을리 하기에 잔소리를 했더니 엄마, 아빠가 잔소리 좀 안 하면 좋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뭐라고 이야기해주면 좋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이렇게 이야기해주니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네요.

아빠 : 아빠가 너한테 잔소리를 왜 하는지 아니?

아들 : 공부 잘 하라고요.

아빠 : 그래. 맞아. 공부 잘 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도 있지. 그런데 더 큰 이유가 있어. 그게 뭔지 아니?

아들 : 아니요. 몰라요.

아빠 : 그건 바로.... 사람은 언젠가 죽기 때문이란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 그래서 아빠도 언젠가는 죽겠지. 그런데 걱정되는게 있어. 아빠가 죽는건 무섭지 않은데 아빠가 없어도 우리 아들이 잘 지낼 수 있을지 아빠는 그게 너무 걱정돼. 아빠는 계속 너를 지켜주고 싶은데 영원히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아빠도 모르게 자꾸 잔소리 하게 되는구나. 아빠가 없더라도 우리 아들이 뭐든지 잘 하면서 씩씩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래서. 그래도 우리 아들이 아빠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다니 미안해. 앞으로는 아빠가 더 조심할께. 아들을 사랑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아들을 슬프게 만들어서는 안 되니까.

아들 : (조용히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아빠 매일 약 먹는거 아파서 먹는 거에요?

아빠 : 아, 그거. 그건 아퍼서 먹는게 아니라 그냥 영양제야. 아프지 말라고 먹는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빠 안 죽어.

아들 : 아빠도 운동 좀 하세요. 운동해야 오래 산대요.

아빠 : 그래. 알았어. 아빠도 이제 운동 열심히 할께. 우리 아들이랑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니까.

아들 : 저도 이제 아빠가 걱정 안하게 열심히 할께요.

실제 대화는 위 내용보다 훨씬 길고 이런 저런 다른 이야기까지 하다 보니 1시간 정도 걸렸네요. 그런데 아이가 나름대로 뭔가 느낀게 있는지 행동이 조금은 변하고 있습니다. 병아리 눈물 만큼이지만요. ^_^;;;

의지가 강한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작심삼일로 그치겠지만 그래도 콩나물에 물주듯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많은 변화를 보이리라고 믿습니다. 그런 믿음을 갖고 앞으로도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눠봐야겠습니다. ^_^
( 오늘도 캉쌤은 사리공장 풀가동인 겁니다. )


추신 1. 아이가 혼나는거라고 생각하며 귀를 막아버리지 않도록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이야기하느라 힘들었네요. 남의집 아이와는 흥분하지 않고 몇 시간씩도 이야기를 잘 하는데 역시 저의 아이 일이 되면 감정조절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저도 아직 부모로서는 많이 미숙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신 2. 아이들과의 대화는 역시 내용보다 방법이 더 중요하네요.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감정을 실지않고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