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캉쌤이 지역맞춤형 강연을 하며 지역간 학력격차를 공개하고 다니다 보니 캉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 동네는 고등학교가 마땅치 않아서 나중에 강남으로 이사가려고요. 그런데 너무 어릴 때부터 공부만 시키고 싶지는 않아서 중학교까지는 여기서 다니고 고등학교 갈 때쯤 이사하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유아나 초등 때는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보니 학군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어디서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며 우리애는 어디서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요. 어릴 때부터 공부시키는 것은 극성엄마나 하는 몰지각한 행동이지, 깨어있는 엄마라면 아이를 믿고 기다려줘야 된다면서요. 우리애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잘 할 수 있는 아이니까 어릴 때부터 애를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 보물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여간해서는 그런 마음을 먹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겠지라고 믿고 기다렸더니 입시가 끝나있더라는 말도 있거든요. T_T)

그런데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교 진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학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에 드는 고등학교를 찾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도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의 이사는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라면 대치동, 목동, 분당 등 소위 학군지역으로 이사해서 기초도 탄탄히 쌓고 공부하는 습관도 키워주는 것이 좋지만 고등학교는 대입제도의 특성상 내신관리가 수월한 곳으로 가는게 훨씬 유리할 수 있거든요. 물론, 내신관리가 수월한 학교일수록 학업분위기가 안좋기 때문에 아이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독야청청할 수 있는 절제력이 필요하지만요.

어쨋든 학군지역으로 이사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초등학생 - 적극 추천

▶ 중학생 - 아이의 의지와 실력에 따라 신중히 고민 (이사 후에 상위 그룹에 속하기 어려운 실력이라면 이사 만류)

▶ 고등학생 - 적극 만류

그리고 중3이나 고등학생이라면 학군지역 이사를 적극만류하고 싶습니다. 대입에서 내신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고등학교는 그 지역 분들도 벗어날까 고민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우리애가 잘 버틸 수 있을까?’라고 고민되신다면 학군지역에 위치한 유명 학원에 가서 레벨테스트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레벨테스트에서 상반이 나오면 이사해도 괜찮지만 중반이나 하반이 나오면 이사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멘탈이 약한 아이들은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라며 오히려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추신 1.
스홀맘 : 탈대치하고 싶은데 이게 맞는 것일까요?
캉쌤 : 이론상으로는 훌륭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이 고민되는 전략입니다. 내신을 위해 탈대치한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우리애가 흔들리지 않고 대치동에서 공부하던 것처럼 열심히 공부한다라는 전제조건을 깔고 진행하는 전략인데 전제조건 자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특히, 친구랑 어울리기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은요. T_T

추신 2
스홀맘 :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라서 탈대치해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잘 할 것 같은데 이런 아이들은 탈대치가 답일까요?
캉쌤 : 주위에 휩쓸리지 않는 똑부러진 아이라면 고등학교는 탈대치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치동을 벗어나시더라도 대중교통 또는 부모가 라이드를 통해 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학원을 계속 이용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는 것이 좋지요. 그리고 이 때는 혼자 옮기는 것보다 팀을 짜서 함께 옮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새롭게 옮겨간 지역에 혼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뿐 더러, 함께 공부하며 분위기를 잡아줄 친구들도 필요하니까요. 동아리나 교내대회 준비 등 비교과 활동도 함께 할 수 있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도 학원으로 라이드할 때 엄마들끼리 번갈아할 수 있어서 부담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추신 3.

스홀맘 : 여기는 지방이어서 강남까지 레벨테스트를 보러 갔다 오기가 부담스러운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캉쌤 : 인터넷에서 강남에 있는 중고등학교 내신 기출문제를 다운받아 풀어보세요. 지방 아이들에게 강남 중학교 영어문제를 학년을 가린채 풀어보게 한 후 몇 학년 문제같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고등학교 문제 아니냐고 이야기하더군요.

추신 4.

스홀맘 :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갈 상황이 못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캉쌤 : 현 입시제도 하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우물 안 용’입니다. 내신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아이이라면 굳이 학군 좋은 지역으로 이사갈 필요가 없지요. 전략적으로 내신 관리가 쉬운 지역으로 이사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따라서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갈 상황이 못된다고 해서 너무 안타까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입시정보는 스터디홀릭과 학교/학원 설명회 등을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니 입시정보 열심히 구해가며 아이들 교육에 조금만 더 힘써주시면 되거든요. ‘대치동으로 이사가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대치동으로 이사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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