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우리 아이들 중에는 화가 났을 때 감정조절을 잘 못해서 주위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화를 못 참는 아이, 어떻게 가르쳐야 될까?라는 주제로 방송을 준비해봤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KBS 1라디오 ‘이성민의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2018년 6월 2일(토) 오후 4시 37분부터 약 11분간 방송된 방송원고 초안입니다. 생방송인 관계로 실제 방송 내용은 아래와 차이가 있습니다. 

 

---

1. 아이들 중에는 마음에 안들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화를 잘 못참는 아이들이 있어요.

 

-> 요즘은 ‘분노의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연예인들을 봐도 서로 호통치고 놀리기 잘하는 연예인들이 인기를 얻잖아요. 박명수씨처럼 아예 화내고 호통치는 것을 컨셉으로 삼는 연예인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화내고 소리지를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더라고요. 소위 갑질이라고 하는 못된 행동마저도 당연한 권리주장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2.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 선천적으로 예민한 아이들도 있지만 후천적인 환경 때문에 예민해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자녀를 적게 낳잖아요. 아이가 한 명씩만 있는 집도 많으니까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월 인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가 8만 96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가 1.07명으로 줄어들었지요. 그 반면에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져서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부모님의 관심이나 지원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3. 자녀수는 줄었는데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져서 애들이 뭘 참고 양보해야 되는 상황이 많이 줄었겠어요.

 

-> 아이들은 커가면서 물질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나 형제/자매/친구들과의 갈등상황도 많이 겪어봐야되는데 그런 상황을 겪어볼 일이 많이 줄었지요. 그렇다 보니 참고 견디는 것에 대한 내성이 줄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는 관심이나 배려도 당연한 것처럼 느끼게 됐고요.

 

그래서 오늘은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하나를 꽁트로 엮어봤습니다. 아빠가 아들이랑 친해지려고 말 걸었다가 싸움만 나는 상황입니다. 제가 아들이랑 엄마 역할을 해볼테니 아나운서님께서 아빠 역할을 맡아주시겠습니까?

아빠 : 우리 아들 뭐해?
아들 : 어휴~~ 귀찮아. 건들지마.
아빠 : 아빠는 아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지. 오랜만에 아빠랑 얘기 좀 하자.
아들 : 아, 됐어. 그냥 냅둬. 나 피곤해.
아빠 : 야! 임마, 너 지금 아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버르장머리 없게...
아들 :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가만히 있는데 아빠가 와서 시비건 거잖아. 그냥 나가! 그리고 내 방에 좀 맘대로 들어오지 마!
(이때 엄마가 들어오며...)
엄마 : 당신은 또 왜 애를 괴롭히고 그래. 혼자 쉬게 내버려둬. 빨리 나가.
아빠 :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당신까지 진짜 너무 하네. 에잇, 이놈의 집구석. 내가 나가버리던지 해야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 청취자 분들 중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어보신 분들이 계실거에요. 애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애들이 귀찮다고 짜증을 낼 때가 있잖아요. 사실 이게 싸울 일도 아닌데 아이들이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큰 소리가 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감정 조절법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지요.

 

4. 감정 조절법은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

 

-> 아이들에게 감정 조절법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황은 아이들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입니다. 군인이 이론을 아무리 잘 알고 있어도 실전 경험이 없으면 승리하기 어려운 것처럼 감정조절도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제대로 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짜증을 내면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무섭게 혼을 내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이런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만 낼 뿐입니다. 감정조절을 배우는게 아니라 부모에 대한 반발심만 키우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낼 때는 혼을 낼 때가 아니라 가르쳐줘야 될 때다 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지요.

 

그런데 이 때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께서 아이들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애들이 짜증내고 화 낸다고 해서 부모님도 같이 화내시면 안 되거든요. 아이들에게 감정 조절법을 가르칠 때 부모님은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셔야 됩니다. 이게 핵심이지요.

 

5. 아무리 부모라도 매번 참는 것은 어렵지 않나요?

 

-> 부모님도 사람이다 보니 매번 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도 화를 못 참으시겠을 때는 잠시 떨어져있는게 좋습니다. 어차피 화났을 때는 이야기해봤자 대화도 제대로 안 되잖아요. 서로 감정적으로 할퀴기만 할 뿐이지요. 그래서 화가 났을 때는 30분이든 1시간이든 잠시 떨어져 있는게 좋습니다. 그러다 감정이 누그러지면 그 때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철수야, 지금 아빠가 기분이 너무 안좋거든. 지금 너랑 이야기하면 아빠가 폭발해버릴 것 같아. 그러니까 이따가 저녁 때 다시 이야기하자. 너도 무슨 말 하면 좋을지 네 방에 들어가서 생각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화가 났을 때는 곧바로 쏟아붓지 말고 감정부터 추스리는 것이 좋다고 행동으로 가르쳐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의하실 점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씀하셨으면 아이를 불러서 꼭 이야기하고 넘어가셔야 됩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냥 넘어가 버릇하면 그걸 악용하는 아이들이 생기더라고요.

 

6. 화도 참으면 병이 되니까 적절히 화를 내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 화를 내는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화도 당연한 감정 중에 하나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화내면 안돼. 화내는 것은 나쁜거야’라는 식으로 화라는 감정 자체를 나쁘게 이야기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내가 화내지 말았어야 됐는데... 내가 또 나쁜 짓 했구나’라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자존감도 낮아지고 마음의 상처도 입을 수 있습니다.

 

7. 그러면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되나요?

 

-> 이렇게 이야기해주시면 좋습니다.

 

‘철수야, 화내는 건 괜찮아. 화내는 것은 당연한 감정이거든. 아빠도 화날 때가 있어. 하지만 화가 났다고 해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것은 아니야. 화가 나는 감정하고 화가 나서 하는 행동은 달라야 되거든. 감정은 나만의 문제로 끝낼 수 있지만, 행동은 다른 사람한테도 영향을 끼치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화가 나도 말이나 행동은 조심해줄래.’

 

화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심리적인 문제지만, 행동은 통제할 수 있고, 또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시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화가 났다’가 아니라 ‘화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니까요.

 

8. 그런 것은 머리로 알아도 막상 화가 나면 까먹지 않을까요?

 

-> 그래서 아이들과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평소에 이야기도 나눠보고 연습도 해보시면 좋습니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한다던지, 머리속으로 숫자를 세본다던지, 기분 좋았던 일을 생각해본다던지 자기만의 방법을 하나씩 정해서 연습해보면 좋지요. 저같은 경우 저희 애들이 말을 안 들을 때는 갓난 애기 때 사진을 봅니다. 그러면 ‘아프지 않고 이만큼 큰 것도 어디야’라는 생각에 화가 좀 가라앉더라고요.

 

그리고 아이가 화를 잘 참았을 때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곧바로 칭찬해주시면 좋습니다. ‘우리 철수가 화가 많이 났을 텐데 잘 참았구나. 의젓하게 행동해줘서 고마워.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라는 식으로요.

 

9. 화가 나면 욕을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욕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학교나 학원 앞에서 아이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욕에 담긴 의미를 잘 모르더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니까 그냥 막 쓰는 겁니다. 그래서 욕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그러면 애들도 깜짝 놀라서 욕 쓰는 것을 자제하게 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