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익명방에 올라온 고2 이과 부모님의 고민글(☞바로가기)에 덧글을 남겨드렸다가 우리 스홀 가족들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덧글로 달아드린 내용을 새글로 다시 옮겨봅니다.

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아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계시자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니 글쓴이님이나 자녀분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라는 생각에 제 마음도 아파집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합격하기 보다 합격 후 버티기가 더 힘든 학교다 보니 입학 후 좌절감을 느끼고 상처입는 아이들이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입학 초기에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부모의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아이와 부모 모두를 힘들게 하지요.

그래도 특목고나 자사고는 학업분위기도 좋고 선생님들도 좋기 때문에 본인이 결정해서 간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신성적이 안 좋아서 부모가 학교를 옮기려고 해도 아이들이 싫다고 버틸 정도지요. 2,3학년이 되면 기숙사를 집이라고 부르며 실제 집보다 더 편하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부모의 요구에 의해 들어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입학 초에는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많이 사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자아이들은 자존심 때문에 친구들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도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한바탕 울어버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는데 그럴 친구도 여유도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본 후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최종 결정권을 아이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혹시라도 결과가 안좋게 나올 경우 아이가 두고두고 부모 원망을 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자기 인생을 망쳤다면서요.

자기 자식 인생 망치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글쓴이님이나 남편분도 아이가 잘 되길 바라시는 마음에서 좋은 학교를 권해주신 것이겠지요. 저 역시 아직 꼬맹이들이기는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좋은 학교에 갈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그런게 부모마음이잖아요. 그러니 혹시라도 글쓴이님께서 아이에 대해 죄책감은 느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남편분께도 책임을 묻지 말아주시고요. 이제와서 원망해본들 바뀔 것도 없잖아요. 아이들 교육 때문에 혹시라도 부부관계가 나뻐져서는 안 되고요. 부끄럽지만 제가 그런 실수를 가끔씩 하거든요. 애들 교육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고 뒤늦게 후회할 때가 많지요. 내 인생을 마지막까지 함께 해줄 사람은 결국 내 남편, 내 아내니까요.

어쨋든 현 상황에서는 아이의 아픈 마음부터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성적으로 이것 저것 따져보시기 보다 감성적으로 아이의 아픈 마음을 안아주시며 아이가 내뱉는 이야기에 공감해주세요. 유치원생 꼬맹이가 울먹이는 것 들어준다고 생각하시면서요. 그리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아이와 조금 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학교에 남아있을 때의 장단점과 전학 갔을 때의 장단점을 아이가 충분히 듣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거든요. 물론 이런 이야기는 부모님도 해주실 수 있지만 부모의 말은 감정이 섞이기 쉬워서 오히려 아이와 사이만 더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양한 상황을 놓고 충분히 고민해본 후 아이가 최종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인생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갈 길을 스스로 찾아낼 겁니다. 부모 눈에는 한 없이 어리고 약해보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영리하거든요. 그러니 아이를 믿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동안 엄마, 아빠가 너를 힘들게했구나. 우리는 그게 너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렇지 않았나봐. 정말 미안해.’라는 사과의 말도 덧붙여주시면서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학창시절에 겪는 다양한 시련들은 고통이 아니라 담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더 단단하게 자라날 테니 부모님께서도 굳은 마음을 먹고 아이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께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이렇게 해. 이게 좋은거야’라는 지시가 아니라 ‘걱정하지마. 다 잘 될거야. 엄마, 아빠는 너를 믿고 있어. 그리고 혹시 잘못되더라도 걱정하지마. 엄마, 아빠가 지켜줄께. 그렇게 하라고 엄마, 아빠가 있는거잖아. 너는 엄마, 아빠의 사랑하는 아들, 딸이니까’라는 무한한 응원과 지지의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신. 전학을 가게 될 경우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미 동아리 모집도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비교과 실적을 쌓기도 어렵고 전학간 학교 아이들로부터 ‘자사고에서 도망쳐 온 낙오생’이라는 끔찍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요. 어머님 역시 전학간 학교의 엄마들로부터 배척당할 수 있고요. 우리 애 내신 깎아먹으러 온 애의 엄마라는 취급을 받을 수 있거든요. 따라서 전학도 최대한 신중히 생각해보시길 바라고, 만약 전학을 선택하게 될 경우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보시기 바랍니다. 버틸 생각이면 최대한 버텨야 하지만 어차피 전학갈거라면 최대한 일찍 가는 것이 학교 적응이나 학생부 관리에서 유리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