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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중3 학생들이 응시하게 될 2021학년 수능 개편안이 8월 10일(목)에 발표됐습니다. 대입제도 개편은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사안이다 보니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 개편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장고 끝의 악수’라는 생각이 드네요. 학습부담 경감, 사교육비 절감, 문이과 통합이라는 애초의 개편 취지를 단 하나도 살리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키는 정책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아무튼 이번 수능 개편안은 2가지 안으로 나뉘어 발표되었습니다.

1안 : 일부 과목 절대평가

 - 국어, 수학, 탐구과목 : 상대평가 유지

 - 영어, 한국사 : 절대평가 유지

 - 통합사회/통합과학 : 신규 시험과목 신설하며 절대평가 시행

 -  제2외국어 : 절대평가 전환

2안 : 전 과목 절대평가

 -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

1안은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한 채 절대평가 과목의 수를 늘리는 형태의 절충적 방식이고, 2안은 전과목을 한 번에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급진적 방식이지요.

그런데 2가지 안의 색깔이 워낙 다르다 보니 각 방안별 장단점도 극명하게 달라져서 어떤 안이 최종 결정되느냐에 따라 입시준비방법도 달라지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최종확정은 공청회를 거쳐 8월 31일에 최종 확정될 예정인데 캉쌤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안이 최종 방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온라인 상에 수능 절대평가 반대를 외치는 글들이 무수히 등록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도 수능 절대평가 반대집회가 개최될 정도로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현재 국회상황은 여소야대 정국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이나 정책 집행 등을 밀어부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국민들의 높은 지지도인데 수능 절대평가 때문에 그 지지도에 흠이 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정부 내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8월 3일에 있었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91점과 100점이 똑같은 1등급인데, 어쩌다 보니 91점은 받은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100점을 받은 친구는 떨어졌다면 그 친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신중히 진행할 것을 완곡하게 제기한 상황이고요.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가 1인자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반대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 국민들의 반발 및 정부 각료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할 경우 정부 내외의 지지도가 모두 하락하여 교육정책 뿐 아니라 다른 정책의 추진에도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내년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현 국회상황은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정부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내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지 않으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는데 어려움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는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애초의 대통령 공약인 전과목 절대평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일부과목 절대평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치에 종속되는 면이 많기 때문에 교육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일부과목 절대평가로 최종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오늘(8월 11일) 있었던 수능 개편시안 공청회를 다녀와 보니 더 확고해지네요. 수능 개편시안이 발표된 다음날 서울교대에서 있었던 첫 공청회를 캉쌤이 직접 다녀왔는데 이번 공청회의 목적이 공공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여론몰이를 위한 요식행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 공청회에는 4명의 지정토론자가 단상에 올라와 개인의견을 발표했는데 4명 중 3명이 1안(일부과목 절대평가)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2안(전 과목 절대평가)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한 명 뿐이었지요. 그런데 그 한 명조차도 다양한 조건을 앞세우며 조건부 지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에서 진정으로 공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한다면 4명의 지정토론자를 선정할 때 1안과 2안의 지지자를 공평하게 2명씩 선정하여 무게중심을 잡았어야 되지 않을까요?

교육정책은 한 아이의 인생 뿐 아니라 한 가정의 인생까지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교육정책을 변경할 때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교육정책을 바꿔야 한다면 그것은 교육적인 이유 때문이어야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교육에 정치가 너무 많이 관여되서 정치적인 이유로 교육이 흔들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 탓에 애꿎은 아이들만 고생하게 되네요. 아이들을 볼모로 잡힌 부모들의 심정은 타들어가고요.

정부나 학계의 고위관계자들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에서는 수능이 아이들을 줄세우기 하며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절대평가를 통해 수능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급속히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고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암기식 공부는 지양해야 한다면서요.  그런데 수능보다 내신이 더 피말리는 경쟁이고, 수능보다 내신이 더 단순암기식 공부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제대로 고민해본 적도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전공적합성이라는 미명 하에 조기에 진로를 정하도록 강요하다 보니 학교생활기록부는 학교소설기록부가 됐고, 자소서는 자소설이 되었으며,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 조차도 부모의 능력이나 거주지역에 따라 해볼 수 있는 활동이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는 사실도요.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산으로 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본인이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공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자녀가 공부를 잘 하기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이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교육비 걱정없는 세상에 살다 보니 이상만 가지고 정책을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의 고단함에 치여 꿈과 희망을 찾는 순진한 학생, 학부모들을 선동하면서요.

이번 수능 개편안을 보면서 든 캉쌤의 솔직한 생각은 이게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시급한 사안인가라는 것입니다. 지금 개편이 더 시급한 사안은 수능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의 어려움과 합격자 선발 공정성에 대한 불신 때문이니까요.

이번 수능제도 개편은 수능 제도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을 강화하기 위해 고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능을 눌러서 학종에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학종을 강화하기 위해 수능을 누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수능 개편안을 1안과 2안으로 나눠서 발표한 것도 국민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안만 발표하면 국민들의 관심이 수능과 학종의 경쟁구도로 쏠릴 수 있으니 국민들의 관심을 학종에서 떨어뜨려 놓기 위해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그들이 바라는 우리의 모습은 용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무기가 아니라 개천에서 만족하고 사는 붕어, 개구리, 가재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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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에서 계속 됩니다. 2편에서는 수능 개편안이 갖고 있는 방안별 장단점과 파급효과에 대해 알아보고, 3편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지 고등학교 선택 시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볼 테니 후속편들도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