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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그렇게 잘 키웠으니... (형제간의 차이에 대해서)

등록 스홀신강명규쌤 조회 1053 추천 33 등록일 2017-04-12 오후 9: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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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큰 아이 입시를 성공적으로 치뤄내신 분들께 ‘첫째를 그렇게 잘 키우셨으니 둘째는 더 잘 키우시겠네요’라고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산 넘어 산이더라고요. 그것도 앞산 넘어 태산이에요. 첫째를 수월하게 키워서 둘째도 그럴 줄 알았는데 둘째는 왜 이렇게 힘든지... 제발 형(누나) 반만 따라가도 좋겠어요.’

 

하나 같이 소중한 내 새끼들이다 보니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지만, 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은 분명히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어느 한 손가락만 더 아픈 것인지...

 

어쩌면 그것이 첫째가 잘 했으니 둘째는 더 잘 하길 바라는 우리 부모들의 욕심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가 잘 했다 보니 둘째 때는 눈높이가 더 높아져서일 수도 있고요. 첫째 때는 어느 학교만 들어가도 좋겠다라며 특정한 학교를 꿈의 학교로 생각하지만 막상 첫째가 그 학교에 합격하고 나면, 둘째 때는 꿈의 학교가 아니라 당연한 학교 심지어 최소한의 학교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일반적으로 둘째 아이들은 첫째 아이들과 동일한 부문에서 경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일한 부문에서 경쟁해봤자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자신이 언니, 오빠를 이기기가 쉽지 않고, 이겨봤자 본전인 경우도 많으니 굳이 모험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엄마, 아빠는 언니, 오빠가 성취해낸 수준을 당연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괜히 무리해서 도전했다가 잘 안 되면 실망의 눈총만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그렇지. 기대한 내가 바보다’라는 차가운 한숨과 함께요.

 

그래서 둘째들은 첫째와 다른 노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가 공부를 잘 하면 둘째는 공부로 언니, 오빠와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지요. 분야를 바꾸면 엄마, 아빠도 처음이다 보니 눈높이가 높지 않아서 엄마, 아빠를 만족시키기가 상대적으로 더 쉬우니까요. 그래서 첫째가 공부를 잘 하는 집의 경우 둘째가 첫째만큼 따라가지 못하거나, 반대로 첫째가 공부를 못 하는 집의 둘째가 언니, 오빠보다 공부를 더 잘 하는 경우도 많은 것입니다.

(두 명 다 잘 하는 집은 뭐냐고요? 유전자가 좋거나 집안 분위기가 좋은 집입니다. 저희 집은 해당 사항이 없군요. OTL)

 

부모 입장에서는 둘 다 내가 낳고 내가 키운 자식이다 보니 똑같이 키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동일한 결과, 아니 둘째 때는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보니 아이와 함께 우왕좌왕하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둘째 때는 경험이 있다 보니 더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자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쌍둥이 간에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세상이 빠르게 바뀌다 보니 1~2년 터울만 있어도 아이들이 느끼는 차이는 엄청나거든요. 집안 환경이나 분위기만 봐도 나 혼자 자라며 부모의 모든 관심을 독차질 할 수 있었던 첫째와 세상에 나와보니 이미 언니, 오빠가 있어서 모든 것을 경쟁하며 공유해야 하는 둘째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첫째와 둘째는 물건을 지칭할 때도 서로 다른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가 내꺼라고 이야기하면 둘째는 우리꺼라고 이야기하거나 그 반대로 이야기하는 식으로요. 둘째는 팬티나 양말까지도 언니, 오빠꺼를 물려입다 보니 나만의 것을 가져본 적이 상대적으로 적잖아요. 그래서 둘째들은 자기만의 것을 갖기를 원하고 자기만의 물건이 생기면 그 물건에 대한 애착이 첫째보다 더 강한 경우가 많지요. 첫째는 뭘 사줘도 시큰둥한 경우가 많은데 둘째는 사소한 것 하나를 사줘도 입이 귀에 걸리며 진짜로 기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게 그렇게 좋아? 그럴 줄 알았으면 너도 진작 사줄 걸 그랬구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즉, 아이들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를 뿐 아니라 환경도 다르다 보니 어느 한 아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너무 아쉬워하거나 질책하지 말아주세요. 엄지 손가락은 엄지손가락 나름의 역할이 있고, 새끼손가락은 새끼손가락 나름의 역할이 있으니 조금 부족해보이는 손가락도 언젠가는 자기의 역할을 찾아가겠지요.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각각의 손가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새끼손가락을 엄지손가락처럼 쓰면서 마음대로 안 된다고 타박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아이가 있다면 오늘부터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이야기해주세요.

 


‘너는 나의 더 아픈 손가락이다!!’

 


그리고 한 번 더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우리 아이들을 달리게 하는 가장 큰 동기는 잔소리라는 무서운 채찍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따뜻한 당근일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캉쌤부터 반성해야겠네요. 잠깐 무릎 꿇고 손들고 있겠습니다. iT_Ti

 

 

추신 1. 첫째 때는 부모도 경험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되고 그래서 둘째 때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쉽게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첫째 때 더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처음이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신경쓰는 긴장감이 시행착오의 마이너스 요소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요리사도 방심했다가는 손을 베이기 쉽잖아요.

 

추신 2. 첫째는 90점을 받아와도 100점을 받아오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타박을 하지만 둘째는 80점만 받아와도 신통해서 칭찬을 해주는 경우도 있네요. 그렇다 보니 첫째는 동생에게 빼앗긴 사랑을 되찾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가만히 있어도 사랑이 오지만, 첫째는 가만히 있으면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기대감만 오기 쉬우니까요.

 

추신 3. 둘째는 애교라는 생존본능을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무섭게 혼내려고 하다가도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을 참아야 하는 경우도 있네요. 그래서 똑같은 잘못을 해도 첫째가 더 많이 혼 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첫째가 조금 불쌍하네요. 첫째들은 너무 엄격하게 자라는 것은 아닐런지...

 

추신 4. 혹시, 우리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비교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되네요. 나는 우리 아이에게 더 아픈 손가락일까요, 덜 아픈 손가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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