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오랜만에 글을 올리게 됩니다. 제 경험에서 비롯된 주관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시기바랍니다.

중간고사 시즌입니다. 지난 겨울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 왔는지가 이번 시험에서 지표로 나타나게되니 모든 학생 학부모들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특히 고1 신입생이나 자유학기제에서 풀린 중2학생들의 긴장감은 배가되는 것 같고, 그동안 아무리 열심히 했더라도 이 남은 2-3주 기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모든 수고가 헛될 수가 있으니 학생들의 최선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모든 내신의 기본은 학교수업입니다. 수업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아무리 날밤을 새며 공부해도 내신은 잘 나오기 어렵습니다. 선생님께서 내 준 프린트 한 장 한 장, 무심코 지나가듯 던지는 한 마다 한마디에 등급 하나가 왔다 갔다합니다.

각 과목별 기본 학습포인트는 이렇습니다.

1.수학

공부에서 기본 개념과원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수학에서는 더 그런 점이 강조되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수학은 개념과 원리를 알았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를 해결(solve)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학교시험이나 입시고사는 정해진 시간내(약45-50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잖습니까. 그래서 수학공부는 기본개념을 확실히하는 동시에 문제풀이에 대한 많은 훈련이 같이 진행되어야합니다.(이런 점에서 수능 수학은 암기과목이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지요)

기본 개념에만 집중하거나, 많은 문제풀이만하는 편향된 학습은 좋은 성적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기본 개념서와 문제풀이집을 병행하여 공부해야합니다.

게다가 수학은 위계성이 가장 강한 학문입니다. 즉,이전 학년 과정에 대한 이해와 숙달 없이 현 과정이나 선행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불길을 헤쳐가려는 것과 같습니다. 요즈음은 주위에서 이런 경우를 너무 많이 대합니다. 수포자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데, 그 문제는 초등고학년 이나 중학수학을 소홀히 해서가 99.99% 원인입니다.(어느 세미나에 가 보니 초등5학년에서 잠재적 수포자가 38%라고 하더군요. 당시는 설마 햇었는데, 요즘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막상 수포자나 그 부모들은 고등학교를 바로 앞두고 또는 입학하고서야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그래서 결국은 수포자로 남게 됩니다 .

중간고사를 앞두고서도 굳이 이런 공부 패턴을 바꾸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개념서+유형문제집의 기본 조합에 교과서/학교부교재 및 학교프린트정리만 추가해도 되지요.

많은 고1포함 고등학생들들,특히 수포자 언저리에 있는 학생들(중학 수학성적이 6-70점이하)에게는 이렇게 얘기해 줍니다.(물론 최대한 상처받지 않토록 돌려 말합니다만...)

“학교 교과서 외에는 다른 책은 거들떠 보지 말아라. 물론, 학교에서 더 어려운 문제도 출제하시겠고 특히 ebs교재에서도 많이 나오겠지만 그거 이해하려고 쏟아 붓는 시간의 가성비를 따져봐도 그렇고, 설사 지금은 이해하더라도 막상 시험에서는 숫자 몇 개 바꿔 나오니 100%풀지 못하더라. 그러니 마지막 2주는 교과서만 반복학습해보고 그 시간에 차라리 타 과목에 시간을 할애하자”----> 이런 얘기 하기 정말 쉽지 않슴니다. 또 이런 얘기를 들어야하는 학생 당사자나 학부모들은 또 얼마나 맘이 아프고 절망하는지.....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차선의 최선인데.... 남들 공부할 때 공부하지 않았으니 별다른 대안이 없음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내가 우리나라 수학교육에 불만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내가 또는 우리 아이가 수포자 언저리에 있다는 것을 자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 내가 우리 아이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공부를 남보다 덜하고 있을 뿐이라고...그러다 시간이 흘러 수포자 경고등을 보게 되었을 때(대부분 고등진학을 앞두고), 그 때는 백약이 별 효과가 없어진다.그리고 이런 얘기를 들어야한다. “전략적 포기“ 우리나라에선 약을 쓸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2.암기과목,사탐,한국사..

공부에서 개념과 원리가 중요하다는데, 모든 과목중에서 사탐만큼 알아야하는 개념과 원리가 많은 과목은 없다. 딛는 걸음걸음마다, 넘기는 페이지마다 새로운 개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그 개념 바닥에 깔려 있는 원리가 생각보다 쉽지도 않다. 사실 개념과 원리의 이해가 금과옥조처럼 인구에 회자되는 수학은 알아야 하는 개념수가 따져보면 그리 많지도 않고 원리와의 간극도 사탐보다 멀지도 않다. (그래서 사탐은 잘 하면서도 수학을 못하는 이유는 첫째. 앞단계의 기초가 없어서 둘째 관심이 없어서 셋째 지레 겁먹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탐은 개념과원리를 알면 문제는 큰 어려움없이 그대로 풀수 있는 과목이다. 그래서 사탐은 그 많은 개념과원리를 다 보려고 노력해야하는 과목이지 문제 많이 풀어서 100점 받겠다는 과목이 되어서는 안된다. 즉 교과서, 자습서로 공부하는 과목이지, 평가문제집 등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다. 문제집은 시험전에 한 번 정도 풀어 보는 선에서 그쳐야되는데, 요즘 학생들은 사탐과목 공부하라고 하면 주요내용 요약되어 있고 문제로 가득찬 문제집을 1순위로 꺼내 놓는다. 시험 망치는 지름길이다.

가르친 학생 중에 사탐의 신이라는 여학생이 있다. 이번 수능에서도, 내신도 사탐은 만점. 상대적으로 섭섭한 수학성적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경희대로 진학했는데, 그 학생의 사탐교재는 교과서와 자습서가 유일하다. 그 흔한 ebs교재 한 권 없다.

지금은 교사인 내 딸아이는 외대부고시절 한국사검정 1급을 땄는데 딸아이의 한국사 교재는 자습서 한 권뿐이었다(아직도 기념으로 내가 보관중이다). 거의 여백이 없을 정도로 가필과 포스트지가 가득찬.....

중간고사 앞두고 괜히 문제 많이 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개념과 원리를 알면 100% 문제는 풀리지만, 문제 많이 풀었다고 개념과 원리가 익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탐에서는 가능한 많은 개념과원리를 보려고 노력함이 옳다.

3.언어(국어,영어)

어학에서는 개념과원리의 구별이 없다, 개념이 곧 원리이고, 대부분 시험에서 그 개념이라는 것도 미리 제공된다. 지문 또는 예문이라는 형태로... 예를 들어 시를 한편 보여 주고 이런 식으로 문제를 낸다. “예문의 화자와 같은 심정으로 얘기하는 글은 무엇일까요? (1)가시리 가시리잇고..(2)님은 갔습니다....(3)....(4).....”

그래서 국어 영어 시험에서는 이런 지문을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해야하고, 그것은 평소 개념공부보다는 독해력과 이해력을 키우는 기반학습(ex. 어휘력)에 치중해야한다는 애기이다. 간혹 우리 애는 다 좋은데 아무리 국어 공부를 해도 국어 점수가 안 나아져요라는 분이 계시는 데, 그런 학생들의 많은 수가 어휘 구사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연구도 있단다.

이렇게 기반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의 중간고사 준비는 어찌해야하나? 전 문제집을 많이 풀어 보라고 합니다. 평가문제집이나 학교 부교재(주로ebs)위주로.

부족한 기반학습이 시험 공부한다고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문제 많이 풀다 보면 그 중에 하나정도 걸리겠지라는 천운을 바라는 심정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