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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햇볕한줄기입니다^^

 

이번 주말이면 2017년도 입시도 추가모집까지 마무리되겠네요. 이미 재수를 시작한 친구들도 있을테고 반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친구들도 있겠구요.

 

고3때는 절대 재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입시를 치르지만 세상 일이 다 내뜻대로 되지 않듯이 입시에도 많은 변수가 있어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 다가오기도 하죠^^

 

워낙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좀 길수도 있는데 먼저 매맞은 엄마의 경험담이라 생각해 주세요^^

 

지난 번 글에도 올렸듯이 아들램은 우여곡절 끝에 재수를 시작했었어요. 일단 재수방법부터 선택해야 했죠. 기숙학원, 재수종합학원, 독학재수..... 저희는 재종학원으로 결정했어요. 기숙학원을 원하면 보내준다고 했는데 아들이 너무 비싸서 학원비 생각하면 오히려 심적부담이 되서 공부 못할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고맙다 아들 ㅋㅋㅋ) 그리고 저희 애 성향이 식구들하고 수다떨면서 스트레스 푸는 편이라 정서적인 부분도 고려했죠.

 

재수의 장점이 있다면 아이교육은 엄마몫이라고 생각했던 아빠가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참여하게되었다는 거에요. 맞벌이 하면서도 학교행사, 설명회 등 아이교육에 관한 건 늘 저 혼자 다녔는데 아빠 태도가 많이 바뀌더라구요. 아침에야 저희 출근할 때 내려주고 가면되는데 매일 학원 끝나는 시간 맞춰 데리러 가고 일요일 아침에는 논술학원까지 태워다 줬거든요. 재수기간 내내 아빠가 아들램 운전기사 하느라 고생 좀 했죠^^

 

제가 한번은 개과천선의 이유를 물으니 아빠 말이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아들이 한눈 한번 안팔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는 걸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더래요... 자기가 고3이라고 잘해주지도 못하고 별거 아닌걸로 아들한테 잔소리하고 그랬던게 마음에 걸리고... 그래서 자기가 해 줄수 있는 걸 생각해보니 운전뿐이더래요 ㅎㅎㅎ 제가 그렇게 주의를 줘도 정신 못차리더니 한방에 폭풍반성을 하는 기회가 되더군요. ㅎㅎㅎㅎ

 

재수를 하면서 제가 가장 신경썼던 건
1. 건강 2. 멘탈 관리 3. 성적 순이었어요


1. 건강

아들은 신검에서 현역3급을 받았는데 사유가 오로지 저체중이었을 정도로 마른 체형인지라 늘 체력이 걱정이었어요. 재수학원은 학교와 달라 운동장도 없고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옥상 뿐이거든요. 정말 작은 책상에 앉아 하루 14시간 이상을 꼬박 공부만 해야 하니 재수생에게 있어 체력관리는 필수 중의 필수에요.

 

저는 수험생용 종합비타민, 비타민 d, 유산균 매일 먹이고 두달에 한번씩 다니는 한의원에서 한약 지어다 먹였어요. 홍삼은 아들한테 안맞는건데 제가 인삼은 안되도 홍삼은 되는줄 알고 모르고 먹였다가 한의사쌤한테 혼나기도 했네요(ㅜㅜ)... 아들이 민감한 편이라 홍삼만 먹으면 열감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구요.

 

일욜은 운동 좀 다녔으면 좋겠더구만 논술학원도 가야하고 현실적으로 시간내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녁에 집에 오면 피곤하더라도 팔굽혀펴기, 스쿼트, 윗몸일으키기는 꼬박 꼬박 시켰어요.

 

그랬는데도 여름지나면서부터는 어깨 근육도 많이 뭉치고 허리도 계속 아프다고 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결국 중간중간 정형외과 다니면서 물리치료 받으며 버텼죠. 집에서 할수 있는 안마기도 사서 저녁마다 등, 허리, 어깨 등 뭉치기 쉬운 부분들 안마해주구요. 그런데 학원에 자기처럼 정형외과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마음 아프게시리 ㅠㅠ

 

더워지기 시작하면 아이가 체력 떨어지는게 눈에 띌 정도가 되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체력관리는 필수에요.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감기와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아들램은 일년내내 관리 잘하다가 10월에 폐렴에 걸려서 고생했어요. 마지막에는 한번에 10만원짜리 수험생용 수액주사까지 맞혔어요. 놀라운건 병원에 빈 침대가 없더라구요.... (시즌이 시즌인지라 수험생들이 많이 맞고 있더라는.....)

 

 

2. 멘탈 관리

 

재수생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멘탈 관리.... 재수를 시작하는 아이는 알게모르게 입시에 실패했다는 좌절감, 나보다 못했던 애는 대학 갔는데 또는 수능이 뒤통수 쳤다는 분노감, 대학입시에 성공한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 내가 일년 더 공부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경제적으로 재수비용을 대줘야 하는 부모에 대한 죄책감 등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가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그건 그런 척하는거지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거든요.

 

재수학원은 매달 모의고사를 몇번씩 보는데 성적이 나올때마다 잘 나올때야 상관없지만 못 나올때는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게 중요하더라구요. 전 좀 늘 쿨하게 대하려고 했어요(눈물겨운 노력 ㅠㅠ) 무슨 과목이 점수가 안나왔다고 하면 걱정하지 말아라 이게 수능도 아니고^^ 뭐가 부족했는지 파악해서 보충하면 되지... 정도로 ...힘들고 지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고 할 때는 걱정하지 말고 너 자신을 믿으라고...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지 않느냐... 내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나오는대로 받아들이자 했죠... 근데 최선을 다하면 대체로 결과가 잘 나오더라 너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면서 ㅎㅎㅎㅎ

 

성적얘기는 시시콜콜하게 안 물어봤고 매달 학원에서 보내주는 성적표랑 분석지를 참고로 했어요.

 

공부하기 힘들어라고 하면 그래 많이 힘들지... 조금만 고생하자라거나....공부는 원래 힘든거다... 그 힘든걸 하고 있으니 니가 참 대견하다...등 마음 흔들리지 않게 해주려고 애썼어요. 수다를 좋아하는 애라 학원에서 있었던 일 얘기하는거 들어주고 음악 듣는거 좋아하니 같이 음악 들어주고 음악 얘기하고 그랬어요... 공부에 관한 얘기는 이미 하루종일 학원에서 들을테니 저는 공부보다 다른 얘기들을 많이 했네요^^

 

참! 아들이 그러는데 공부하기 싫을 때는 자기 학원비 결재 영수증을 봤대요. 그러면 다시 마음을 다잡을수 있더라고...ㅎㅎㅎㅎ 이 돈을 들여 공부하는데 돈값을 하자 하는 생각이 든대요.ㅋㅋㅋㅋ

 

가끔 재수시키느라 돈 많이 든다고 미안해 하면 이거 다 추가비용이라 나중에 너한테 돌려받을거다. 미리 저축하는거니까 신경쓰지 마라 하기도...^^ 근데 말은 그렇게 해도 진짜 경제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어요 ..(--;)

 

사실 학원비 결재를 아들한테 시킨건 부모가 이만큼 고생하고 있으니 정신차리고 공부해라 하는 제 꼼수였는데 아들한테는 잘 먹혔어요ㅎㅎㅎ

 

 

3. 성적

 

이 부분은 아이가 해나가는 부분이니 제가 특별히 더 해줄건 없지만 각종 모의고사 분석이라던가 설명회 등 다니면서 아이가 참고로 할만한 내용들을 챙겨줬어요. 제가 입시흐름을 알고 있어야 아이도 공부를 어떻게 해 나가야겠다는 등 편하게 의논할 수 있으니까요. 또 과목별 성적추이도 파악하고 있다가 아이가 의논하면 같이 열심히 연구해줬어요. 가령 평가원 모평을 보고나서 사탐과 국영수 공부비율 등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구요.

 

대학입시 결과가 나오고 아들이 학원에서 인터뷰 영상을 찍었었는데 그때 그러더라구요. 엄마아빠가 많이 답답하셨을텐데 재수기간 동안 자기에게 성적으로 부담주지 않으셔서 감사했다구요. 그래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잘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스스로 뿌듯했어요^^

 

이상 대략적인 재수경험담이었어요.

생각나는대로 쓴거라 좀 두서 없지만 재수를 시작하는 자녀를 두신 스홀가족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재수기간 내내 아들에게 인식시켜줬던 건
"넌 실패한게 아니라 그냥 한번 더 하는것 뿐이다" 하는 거였어요. 세상 살다 보면 엎어질때도 있고 날아오를 때도 있는데 지금은 잠시 숨고르는 시간이다....인생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의 깊이가 더 깊어지는거다... 하고요....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에요.

 

새로 재수를 시작하는 학생들과 부모님께 올 한해 행운이 함께 하기를 먼저 매맞은 엄마가 기도할게요^^

 

 

p.s
여러분께 스터디 활동을 추천드려요^^
현실적으로 입시관련 자료나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도 있지만 서로 격려하고 조언해주고 걱정해주는 정서적 지지가 아주 아주 큰 힘이 되거든요. 저도 그래서 정말 무난하게 재수생 뒷바라지를 할 수 있었어요 ㅎㅎㅎ

 

울 스터디 자매님들 감사해용~~~~

 

지금 고등학생이 되는 자녀를 가지신 스홀가족분들은 기존 스터디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모여라~ 한번 하셔서 새로 스터디를 만드시면 좋을거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