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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석적 접근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의 원인을, 또 그 원인의 원인을 단계적으로 파고 들어 최초의 유발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원인을 제도, 자연현상 등에 두지 않고 경험적 기계적 측면으로 접근하며 주로 사람, 설비 및 환경, 방법, 재료 및 자원 측면의 요인을 찾습니다.

* 예를 들면, ‘100점을 맞지 못했다(13번 문제를 틀렸다)’면 – 정답을 쓰지 못했다 - 몰랐다 –공부했는데 떠오르지 않았다/떠올랐는데 헷갈렸다/ 공부하지 않았다....... 와 같이 계속하여 세부 분석을 하는 것입니다.

‘공부했는데 떠오르지 않았다’는 다시 왜 떠오르지 않았지?라는 질문에 의하여 ‘잊었다’로 왜 잊었지?에 의하여 ‘10일전에 공부한 후 다시 본지 않았다’의 요인으로 귀착될 수 있는데, 이 때에서야 비로소 “시험 00일전에 전체를 복습한다”와 같은 대책을 강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설계적 접근법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계층적으로 전개하는 것입니다.
* 예를 들면, ‘100점을 맞는다’ -(시간내에) 모두 정답을 쓴다 – 모두 정답을 떠올린다- 모두 기억한다- 모두 x회 반복한다..... 와 같이 전개합니다.

 

최종적으로 어떠한 수단을 선택하였을 때에는 그 수단의 실행과정에서 상정되는 역행상황을 파악하여 풀프루프(fool proff)화 합니다.

*예를 들면, 최종 대책(수단)을 ‘x회 반복을 한다’로 정했다면, ‘특정부분의 반복 횟수를 잊는다’라든가 ‘반복 중에 깜박 졸게 된다’ 라든가 하는 과정 불이행 사건을 상정하여 횟수를 체크하거나 졸음으로 놓치는 부분을 없애기 위해 누적을 한다던가 하는 방안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분석해보면 선행학습이나 학원 수강 등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인지 여부를 알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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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쯤에 아이는 엄마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이 많았는데 이 때 버스에 크게 쓰여 있는 노선번호를 보고 숫자를 익혔습니다. 숫자를 먼저 배운 것이 아니라 표시의 의미를 묻다가 숫자 모양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것들에 흥미가 있었던 지 전철을 타고 다닐 때 전철역 마다 번호와 이름이 있는 것을 알자 그 번호와 역명을 외우기 시작하여 지하철 2호선 전체 역의 번호와 이름을 줄줄이 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순서가 있는 무언가를 외웠을 때는 순서와 함께 외우므로 되살릴 때에도 순서대로만 가능한 것이 보통인데 아이는 아무 번호나 대면 곧바로 역명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숫자의 순서는 지하철역 번호를 통하여 익혔으며 증가되는 숫자의 의미까지 쉽게 익힌 것 같았습니다.

아이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니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3월생이라 또래 중 맏이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정부 정책에 의해 초등학교는 시험이 없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만져보고, 많이 읽고, 많이 해보는 때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시책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2015년 말에 스터디홀릭의 은혜를 입어 “적기두뇌”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이 책을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보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그처럼 무지하게 아이를 기르지는 않았을 텐데....)

 

저는 제가 어렸을 때 공부하던 경험을 기준으로 공부는 “학교수업”과 “자기가 하는 공부”의 두 가지만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학원이나 과외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예체능만큼은 어렸을 때 꼭 익히게 하고 싶었습니다.tv드라마에서 온가족이 피아노 앞에 앉아서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 등이 너무나 부러웠던 저는 아이도 그런 재주를 갖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엘 보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싫어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저는 어떤 것이라도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만 하게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그 것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것을 아이가 하고 싶어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못해 응하거나 적극 거부하지 않으면 하게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발적 의사에 의해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tqc추진의 기본은 ‘자주적 참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착한아이 만들기에 공을 들인 탓인지 길지 않은 이야기로써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게 하거나 하고 싶어 하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tqc 분야에 대한 이론 및 실질적인 관리기법을 공부하느라 틈만 있으면 책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붐이 일다시피한 각종 관리기법(tqc, ie, va 및 ve, tpm, jit, 6시그마, 100ppm관리 등)과 경영관리기법(목표관리, 방침관리 등) 및 시스템 구축(iso9000, qs9000 등) 에 대하여 닥치는 대로 공부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한 단락을 읽으면 이 내용을 우리 회사의 어떤 업무에 적용하고, 어떻게 직원들에게 교육을 할 것인가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머릿속으로 교육상황을 떠올려 연습을 해 본 후에 다음 단락을 읽었습니다. 새로운 관리법에 관한 책을 접하면 며칠 만에 이와 같이 하여 책을 일은 다음에 회사의 업무에 맞게 실행안을 구상하여 시스템에 접목하거나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고 교육하였습니다.

출퇴근 버스에서나 전철에서 또는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도 잠깐씩이라도 책을 보고 구상하곤 하였기 때문에 눈 뜨고 있는 시간은 거의 공부하는 시간이다시피 했습니다. 휴일에도 등산을 하는 날이 아니면 하루 종일 책을 보고 있었고 명절이나 집안 행사 차 친척집에 갔을 때에도 구석에서 책을 보고 있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는 항상 책을 읽고 있는 아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책읽기에서는 내용을 고르지 않고 닥치고 읽는다는 주의입니다. 다만 극악한 불량서적을 읽지 않아야함은 필요한 요건이라서 주의는 하고 있었습니다. 초중고등 내내 취미란에 독서라고 적었던 저는(실제로 책읽기가 취미였습니다)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을 것을 넌지시 권하곤 했습니다. 저는 아동용으로 따로 나온 책이 아닌 원본 번역본을 읽기를 권하는 편입니다. 삼국지를 만화로 보게 하거나 어린이용 세계문학이나 어린이용으로 각색한 세익스피어를 읽게 하지 않고, 어릴 때에는 동화를 읽게 하고 삼국지는 소설로 세익스피어는 희곡을 읽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책을 구하기 힘든 시절에 손에 구한 책은 닥치는 대로 읽다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임꺽정(60년대 초반에 나온)이나 무협소설을 읽고 중학 입학 즈음에 세로글 삼국지와 고금소총(엄청 야함)등을 읽었던 제 경험과 세계문학을 아동용으로 읽은 후에 또는 삼국지를 만화로 본 다음에 그 작품을 읽은 셈치고 다시는 그 작품을 읽지 않는 세태에 비추어 얻은 결론입니다. 삼국지를 만화로 접한 후에 흥미를 느껴 소설 삼국지를 읽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역시 어릴 때에는 어린이용 도서(동화, 위인전, 아동용 학습도서 등)만으로도 읽을 게 넘치는 때문에 차근차근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아이에게도 ‘닥치는 대로 읽어라’였습니다.

 

 

초2때 아이는 배울 것이 더 없을 것 같아서 학교에 갈 필요가 없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마도 학교 수업 내용이 무척 유치 단순했었나 봅니다. 계단 아래에서 계단 끝을 올려다보면 그 너머는 보이지 않으니 마치 더 볼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너머에 진짜 세상이 있다. tv를 켜면 화면이 나오는데 이 화면들은 이방안에 가득차 흘러 다니는 것을 잡아 채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원리를 아직 모르고 있지? 왜 밤이 오고 낮이 오는지도 잘 모르고 있지? 자동차를 만들 줄 모르지? 계단을 올라가야 그 위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아직 위가 보이지 않더라도 계단을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는거야.

 

묻는 것은 공부를 해서라도 제대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때마다 그 공부한 경로(인터넷 검색/ 도서)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다음에는 직접 알아보라는 취지였습니다.

 

 

 

<신의 한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 저는 컴퓨터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에는 xt(흑백)나 286컴퓨터가 사무실에 있었는데 컴퓨터에 대하여 아는 것이 전혀 없던 저는 컴퓨터 옆을 지나가다가 혹시라도 키보드 등에 스치면 무슨 큰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살짝 떨어져 걷곤 했습니다. 갓 입사한 여직원들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경이롭게 여겨지고 괜히 위축되곤 하였습니다.(회사업무는 아직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앟았었습니다)

회사의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여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는 처지에 컴퓨터를 전혀 모르다 보니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 때에 회사가 업무 전산화를 추진하게 되었는데 전산책임자와 업무협의시 시스템의 세부운영 안에 대하여 의견 합치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기초부터 제대로 공부해 보기로 하고 대학 전산학과 과정을 일학년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년동안 컴퓨터 기본과 포트란, 코볼, 파스칼 등의 프로그래밍 기초를 익혔을 때-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에- 제법 큰돈을 들여 컴퓨터를 구입했습니다. 486cpu에 무려 16mb의 메모리와 과하다 싶은 용량인 200mb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ms dos 5.0을 탑재한 것이었습니다.(당시에는 보기 드문 고사양)

 

언제 부턴가 회사에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디렉토리나 파일 목록을 검색해 보면 못 보던 파일들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컴퓨터를 손 댄 흔 적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확인해 보니 제가 컴퓨터를 할 때에 어깨 너머로 보곤 했는데, 그 때에 화면에 표시되는 명령어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날 제가 회사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때 살짝 살짝 해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컴퓨터에 흥미를 가진다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하고 운영체제인 dos 파일과 몇 개의 시스템 기본 파일 및 제가 사용하는 폴더만 건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용시간은 제가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는 시간까지로 했습니다. 아이는 용돈으로 컴퓨터 관련 책(‘컴퓨터 일주일만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같은)을 두어권 사서 보더니 몇 달 후에는 바이러스나 해킹에 관한 두꺼운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훗날에 생각해보니 윈도우즈95가 나오기 전, dos 시대에 아이가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천운이었습니다. 검은 모니터 화면을 보며 명령어를 타이핑하여 작업을 하는 일은 요즘에는 일부러 하려 해도 힘 드는 일이지요)

 

당시에는 대부분의 가정에는 pc(개인용 컴퓨터)가 없었고 아이들은 게임기를 이용하여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pc용 게임도 꽤 많이 개발되어 있었는데 주로 테트리스나 벽돌깨기 같은 것이었고, 1.2mb 용량의 플로피디스크 한 장에 7~8개 게임을 담을 수 있을 만큼 게임파일 용량이 아주 작았습니다. 빠른 손가락 놀림을 필요로 하는 시간 때우기 게임들입니다.(이런 류의 게임들은 dos시절에 유행하다가 1995년 윈도우즈95 이후에 화려한 그래픽의 고용량 게임이 등장하면서 거의 사라졌었는데, 요즈음 스마트폰 게임으로 다시 나타나서, 전철에서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마치 약 먹은 바퀴벌레처럼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보면 거의 어이 상실입니다.)

 

제 컴퓨터에도 이런 게임이 몇 개 있었는데 아이가 몇 번 해보더니 워낙에 단조로운지라 별 흥미를 갖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옳다구나 한 저는 아이를 자극했습니다. “게임을 하려면 손가락이 아닌 머리를 쓰는 게임을 해야지. 컴퓨터를 쓰면서 손가락으로 키보드 화살표만 내리 눌러대는 것은 너무 쪽 팔리는 짓이지. 다른 애들이야 게임기 수준이니까 그렇지만 넌 아니지 않아?”

저는 “삼국지(일본에서 나온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위촉오 삼국 중 어느 한 국가를 선택하여 나라를 경영하고 군사력을 길러 전쟁을 수행, 소설 삼국지의 인물과 상황)”와 “대항해시대(영문판, 15~16세기 신항로를 개척하며 신대륙 탐험)”를 설치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그 게임들에 심취하였고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면 스스로 구하여 설치하였습니다.

삼국지는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충분한 국력과 병력을 적국보다 먼저 갖춰야 하므로 상당한 머리싸움이 필요하고 필요한 수준에 이르러야만 전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내를 발휘해야 했습니다. 대항해 시대도 비슷한 정도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통하여 공부에 필요한 두뇌발달과 끈기를 충분히 기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에는 제가 종종 하던 애니게임(일본판)과 삼국지, 대항해 시대만 두고 나머지 잡다한 손가락게임은 모두 지웠습니다.

 

1995년 8월 개인용컴퓨터의 새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dos가 퇴장하고 windows95가 등장했습니다. 586cpu(팬티엄)을 장착한 컴퓨터는 명령어를 타자할 필요 없이 마우스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세진컴퓨터라는 회사에서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 컴퓨터매장을 설치하고 마치 광복이라도 된 것처럼 홍보하며 붐을 조성하자 너도나도 집집마다 컴퓨터를 구입하였습니다. 어른들은 컴퓨터를 아예 몰랐던 탓에 마우스 쥐는 것조차 피했지만 아이들은 컴퓨터에 깔리는 게임들에 쏙 빠져들었습니다. 집집마다 아주 비싼 게임기 한 대씩 비치한 꼴이 되었으며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아이들은 음란물 등에 무제한 방치되었습니다.(요즘처럼 광고차단이나 유해물차단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저희 집은 별 변동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구입한 관계로 486cpu지만 새로 나온 윈도우즈95도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컴퓨터 공부는 본격적인 전공과목을 하게 되면서 부터는 pc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서 컴퓨터는 주로 아이가 사용하였습니다. 초등 5학년인 아이의 관심은 게임에서는 삼국지, 대항해시대, 그리고 새로운 게임인 “심시티(개척 신도시의 시장이 되어 도시기반시설을 갖추고 환경 및 위생, 에너지 관리, 교육, 복지, 상업, 공업, 교통 등등을 잘 경영하여 인구를 늘리고 도시를 확장시키는)” 같은 것 뿐이었고, 워드프로세스(한글타자) 연습, 해킹 프로그램 연구 등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는 컴퓨터를 잘한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아서, 선생님들의 자료작성을 돕는 일을 하느라 학교에서 늦게 귀가하거나 방학 중에도 종종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을 돕곤 하였습니다. 아이는 이 일들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이때에 아이 방에 갔더니 5~7cm 두께의 두꺼운 프로그래밍 책(“c프로그래밍”, “볼랜드 c++ 프로그래밍” 등)이 있었습니다. 잠깐 읽어 보았는데 제가 공부했던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내용보다 훨씬 자세하면서 새로운 개념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쉽게 읽어 내릴 수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눈치를 보니 그 책들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당연히 독학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두꺼운 책을, 전문적인 내용들로만 채어져 있는 책을 초등 6학년생이 누가 권하거나 시킨 적도 없는데 자기 스스로 선택하여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저는 크게 감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디어 어렸을 때부터 (등산, 운동, 밥상머리에서의 이야기 등으로) 길러 준 투지와 끈기와 자율성이 발휘되고 자기 미래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구나...

그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나중에 공부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 경험상 어려운 책을 읽다보면 이해력과 사고력이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는 자기에게 성실하기만 하면 길러지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과를 낼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책과 알고리즘, 자료 구조 등의 대학 전공서적과 참고서적을 아이 책상에 갖다 두었습니다. 아이는 초등 6학년 때에 이미 프로그래밍 부분에서는 제가 넘어 볼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중학교 2학년 초에 ‘한글워드프로세스 1급’ 자격을 취득하고, visual_studio 등을 더 공부하더니 그 해 가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밍이 주 과목인 ‘정보처리 기능사’ 국가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한참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천리안에 올려 돈을 벌겠다고 열을 내더니 음악플레이어를 만들어 올렸는데 기대한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자 급 흥미를 상실하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언제 컴퓨터 공부를 했느냐는 듯이 아예 게임과 pc통신을 할 때만 컴퓨터를 사용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아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다가 다시 컴을 사용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인강 수강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자기 전용 컴퓨터가 없었습니다. s대 자연과학대 석박사통합과정에 들어갔을 때 외삼촌이 축하선물로 사준 노트북이 아이의 첫 전용 컴퓨터였습니다.

 

(2016년 봄에 이창호 알파고 바둑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반짝하더니 급기야 “코딩 교육”으로 불길이 번졌습니다.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코딩’이라는 말로 바꾸어 부르니 새로운 분야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공교롭게도 우리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수학에서 “알고리즘”을 제외시키고 변경된 교육과정의 첫 수능이 2016년에 치러집니다. 다시 초등 중등과정에서 코딩 교육을 포함시키겠다고 합니다. 살판 난 사교육 업체들은 프로그래밍 학습을 통한 논리적 사고력의 배양 및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뚝딱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쪽에 초점을 맞춰서 홍보합니다. 아무래도 배가 산으로 가지 싶습니다.

 

현재, 아이의 연구부문에서는 인공지능과의 융합을 꾀하는 추세인데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익히고 프로그래밍 이론과 기술을 공부한 아이에게 특히 유리하답니다. 얼마 전에 아이가 말하더군요.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집에 컴퓨터가 있어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게 된 것), 그 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어요”.

제 생각으로는 엄두를 내기도 어려운 그 두꺼운 책을 자기 용돈으로 사서 말없이 혼자 공부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입니다. 그 공부를 통하여 그 이후에 학교 공부에 필요한 학습능력이 길러졌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이가 컴퓨터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제가 한 일은 집에 컴퓨터를 두고 맘껏 쓰게 한 것뿐이었습니다. 한 번도 뭘 가르친 적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