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아이들은 학교 기숙사 생활에 호기심이 많은 것이 당연하지만 요즘은 부모님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십니다.

 딸아이는 대학을 정시모집으로 진학했습니다. 수시전형에서 떨어져서(1차 서류심사에서) 다른 친구들이 수시에 합격하여 자유를 만끽하는 그 기간 중에도 기출문제집 펼쳐 놓고, 논술첨삭에 매달리며(그해에는 서울대는 정시에도 논술을 쳐야했습니다) 합격발표 나오는 2월초까지 맘 졸이며 지냈지요.

왜 수시 서류심사에서 탈락했을까? 당연히 내신성적 때문입니다. 딸의 외대부고 졸업성적은 350명중에서 25-28등 사이에 있었으니 나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울대 1차 서류통과를 자신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만약 딸아이의 내신성적이 2학년때의 ,아니 적어도 3학년 1학기말의 15등 내외정도로 3학년을 마쳤다면 서울대 수시에서도 아주 무난히 합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딸은 3학년 여름방학의 그 대책없는 일탈을 무척 후회하며 수시탈락의 첫째 원인으로 지목합니다.(비록 지금은 웃으며 무용담처럼 얘기하지만..)

학교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기숙사있는 학교들은 1달에 한 번 정도의 의무귀가일을 제외하고는 주말에 stay를 원하는 학생들은 기숙사에 남아있는 것을 허용하며(장려하는 학교도 있고..), 그런 학생들을 위해 별도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방학때도 원하는 학생들은 기숙사에 남아서 학교가 마련해 놓은 특강프로그램들을 듣기도합니다. 당시 외대부고도 마찬가지였으나 저희는 절대로 주말이나 방학기간에 학교기숙사에 stay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고3도 아직 “아이” 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아이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허락하는 것은 “이겨내지 못할 유혹에 무방비로 아이를 던져 놓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딸아이의 요청과 담임선생님의 제안에도 절대 stay를 허락하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3학년 여름방학에는 딸아이의 요구도 강력했었고, 당시 개설된 방학 프로그램들이 정말 괜찮아 보였고 딸아이 절친 6명 모두 그 프로그램을 등록했다하고.., 거기다가 고3들은 거의 공짜수준의 이용료만 받는다하고... 무엇보다 그 해에 경기과고 입학한 아들의 여름방학 follow-up에 아내의 full time이 잡혀 있기에 어쩔수없이 딸아이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개학할 시점에 점검해 본 딸아이의 지난 1달에 아내는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 신청한 방학특강은 다 수강했으나 그냥 수강 그 자체에서 그쳤고 대신에 수십 편의 일본 tv드라마들과(딸은 일어과) 절친 7인의 끝없는 수다가 지난 1달에 가득했음을 확인했었지요. 딸도 어처구니없는 자신의 일탈에 아차하고 수습해보려고 했으나 방학에 공부를 안했으니 3학년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재난영화” 수준이었습니다. 3학년 1학기말까지 전교15등 수준이었다가 그 중간고사 한방으로 3년 전체평균성적이 25-28등으로 하락했으니 얼마나 시험을 망쳤는지 짐작이 되시지요. 그래도 우리 딸은 정시에라도 합격했지요 다른 절친 6명은 서울대 정시도 실패하고 ky로 가거나 강남대성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입시철이 되니 기숙사학교에 대한 상담이 많이 있습니다. 특목고/자사고 붙어서 기숙사에 입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데도 굳이 기숙사학교를 선택하시려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군요. 기숙사 생활은 자립심도 길러주고(?) 등하교시간도 절약하고 .. 여러 장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이겨내지 못할 유혹에 무방비로 아이를 던져 놓는 것“이란 단점 하나만으로도 모든 장점을 뒤덮어 버릴수 있습니다.

저의 다른 글에서도 밝혔듯이 전 지금까지 세상에서 공부에서 만큼은 우리 딸보다 “성실 + 고지식”한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제 딸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딸의 절친들도 하나같이 냉정,까칠,범생이.. 이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도 기숙사에 모이면 궤도를 마구마구 이탈하더군요. 그런데 친구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거나 운동등 좋아하는 학생들(특히 남학생)?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습니다. 끝

추신 1) 기숙사학교의 단점 중 다른 큰 하나는 “후속조치”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학습상태가 다른 것에 이상징후를 발견했더라도 보강작업이 기숙사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거지요.

추신 2) 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은 절대 기숙사 stay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미리 엄포를 놓았습니다. 아들도 절대 stay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더해서 고맙게도(?) 기숙사에서 쫒겨나 주기도 하더군요(2주간 퇴소). 나중에 기회되면 아들과 그 무리들의 기숙사생활도 들려 드리겟습니다.(엄마들의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