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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지난달에 마감되었습니다. 그래서 201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경향을 분석해봤는데 예전과 비교해서 몇 가지 변화가 보이네요.

일단 201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결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전반적 경쟁률 하락 속 의치한 쏠림현상 강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SKY대학은 물론이고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인서울 최상위권 대학들마저도 경쟁률이 하락했거든요.

그 반면에 의대, 치대, 한의대같은 의학계열 학과들의 쏠림현상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전국 의대, 치대, 한의대 수시 모집인원은 작년보다 211명 증가한 반면에 지원자수는 무려 10,697명이나 증가했거든요. 그래서 올해 전국 의치한 평균 경쟁률이 무려 31.6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되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는데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수험생 인원의 감소입니다. 출산율 감소가 대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올해 2017학년도 수능 지원자수를 보면 60만 5,988명으로 지난 해인 2016학년도의 63만 1,187명에 비해서 무려 2만 5,199명이나 줄었습니다. 그 반면에 수시 모집인원은 2016학년도에 24만 976명에서 2017학년도에 24만 6,891명으로 5,915명이 증가했지요. 즉, 수시 모집인원은 늘었는데 학생수가 줄어들었다 보니 경쟁률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학생들의 수시 지원경향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시에서 불합격되더라도 어차피 정시가 있으니까 수시에서 굳이 낮춰서 지원할 필요가 없다. 수시에서는 상향지원을 하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이 팽배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정시를 믿고 수시에서 상향지원을 하기 보다는 수시에서 끝을 내자는 생각이 많이 확산됐지요. 그래서 올해는 자기 수준에 맞는 대학으로 적정지원을 하는 학생들도 많이 늘었을 뿐 아니라, 지원횟수도 6회를 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3~4회만 사용하며 선택과 집중을 노리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2017학년도에 이런 변화가 일어난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들이 많겠지만 캉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크게 4가지입니다.

첫 번째, 정시선발인원 감소
- 대입의 무게중심이 수시모집으로 옮겨가면서 정시모집 선발인원이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시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두 번째, 수능의 변별력 약화
-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매년 수능의 난이도를 낮추다 보니 수능 당일 컨디션이나 실수 한두개로 등급이 바뀌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능 1등급 커트라인이 만점이나 1문제에서 끊겨버리는 과목들이 속출하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요즘 수능은 실력이 아니라 실수를 평가하는 시험이 되어버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네요.

세 번째, 2018학년도 입시의 변화
- 내년에 치뤄지는 2018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등 입시제도의 변화가 발생합니다. 그렇다 보니 재수를 하게 될 경우 새롭게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 최대한 올해에 입시를 끝내자라는 생각이 확산되었습니다.

네 번째, 대입정보의 확산
- 아직까지도 대입정보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년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2016년 3월에 교육부에서 대입정보포털인 ‘어디가’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입시정보를 구하기가 한층 수월해졌거든요. ‘어디가’의 경우 사이트 오픈 첫 해다 보니 아직까지는 운영에 미숙한 면도 보이고, 공교육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다 보니 여러가지 한계도 보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교육부에서 직접 입시정보를 온라인으로 배포하고 온라인으로 무료 상담까지 해주다 보니 대입정보를 구하기가 한결 수월해져서 수험생들의 묻지마 지원이 많이 줄었지요.

201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인서울 대학들 중에는 어느 대학 하나 경쟁률이 만만해보이는 대학이 없네요. 서울에 저런 대학도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들조차도 경쟁률이 결코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은 다 서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언론기사를 보면 학생수가 줄어들어서 대학이 남아돈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대학 못가는 애들도 있냐며 대학 가는 것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내 아이의 일로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허황된 생각에 불과합니다. 초/중 부모님들의 경우 특목고 입시가 경쟁률도 너무 높고 준비할 것도 너무 높다며 한탄하시지만 그 어렵다는 특목고 입시도 대입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거든요. 인서울 주요 대학 입시와 특목고 입시는 난이도 뿐 아니라 경쟁률 자체가 비교가 안 되니까요.
(참고로 인서울 외고 경쟁률은 인서울 주요 대학 경쟁률의 1/10 인 2 대 1 내외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중학교에서 난다 긴다 한다는 학생들이 모였다는 특목고에서 조차도 인서울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지요. 외고에서는 3~4등급도 서울대에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외고에만 가면 3~4등까지는 당연히 서울대에 가고 5~6등급은 연고대에 가는 등 특목고 학생들은 웬만하면 다 서연고-서성한에 합격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 이야기는 외고 중에서도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대원외고 딱 한 곳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 뿐 외고 중의 외고라고 불리는 서울지역 외고들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경기도나 지방의 외고, 국제고에서는 더 이야기할 것도 없고요.)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양질의 직장이 줄어들고 있고, 그에 따라 양질의 직장이 많이 몰려 있는 서울지역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인서울 대학 다 채우고 지방 국립대를 채운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지요.

우리 아이가 인서울 주요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신다면 ‘대입은 내가 그 어떤 것을 생각하든 그보다 어렵다’라고 생각하며 준비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우습게 보던 대학들이 내 아이를 우습게 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입시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 아니라 마감시한이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마감시한이 없다면 뒤늦게 정신차린 학생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입시는 마감시한이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뒤늦게 정신차릴 경우 그만큼 시간 상의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입시는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정말 늦은 때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뒤늦은 수습이 아니라 일찍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 아이가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주세요. 마감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먼저 시작한 학생이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입시입니다.

추신.

스홀맘 : 학생수가 줄어들어서 대학이 남아돈다고 하던데 요즘 대학 못 가는 아이도 있나요?

캉쌤 :  학생이 줄어들어서 대학이 남아돈다는 말은 우리가 보내고 싶지 않은 대학들이 남아돈다는 말일 뿐 우리가 원하는 대학들은 학생수가 아무리 줄어들어도 남아돌 일이 절대로 없습니다. 대학이 남아돈다는 말은 전문대학까지 다 포함했을 때의 이야기이지 4년제 대학 모집정원만 따져보면 아직도 학생수에 비해 한참 부족하거든요. 참고로 올해 수능 응시자수는 약 60만 명인데 비해서 4년제 대학 모집정원은 약 60% 수준인 약 35만 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실제 고3 학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그보다 더 낮지요. 2016학년도 기준으로 고3 학생들이 현역으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약 54.2%에 불과하거든요. 대입 수험생에는 현역 고3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