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제 딸은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영어교사입니다. 4학년 말에 임용고시에 붙어서 대학 졸업하자마자 바로 임용되어 교사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가 3년차입니다. 임용후 1년 담임하고 원래 뜻한 바를 이루려고  모교 대학원 공부도 병행하여 올해가  석사 2년차인데 학업이 어려워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히스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지도교수님이 중고등학교 영어교과서 저자로 많이 나오시는 유명한 분인데 서울대에서 까탈스럽기로(?)도 손가락 안에 드신답니다.

제 사촌동생(막내이모 딸)도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입니다.(9년차라네요) 올해 미국 하와이의 한 대학으로 1년간 연수를 떠나게 되었다고 인사하러 와서  딸아이 스트레스도 풀어줄겸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둘의 전공이 같다 보니 아래는 영어교육에 대하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듣게된 내용입니다.

영어실력은  절대적으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에 좌우된답니다.  당연히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가정의 아이가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조성도 쉬운 것은 당연하겠고, 그런 이유로 영어 절대평가시행이 이론적 배경을 갖게 된 거랍니다. (저도 이런 이유로 영어 절대평가 시행에 찬성했습니다)

 - 그럼 결국 영어 유치원 등 영어조기교육이 좋은 것 아닌가? 에 대한 질문에;

실제적으로 보면 영어교육을 일찍 시작한다는 것보다는 "얼마나 꾸준히"하는냐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들이 영어공부 시작 이후 전부 꾸준하다고 전제하면 당연히 일찍 시작한 쪽이 유리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영어유치원 등 영어 공부를 일찍 시작한 그룹들의 많은 수가 영어를 일찍 시작하여 남보다 조금 앞서있다는 안도감 또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중간에 영어공부를 소홀히 하는 등 "꾸준함"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많이 하고 사춘기 시작하는 무렵 그 시점부터는 일찍 시작함보다는 누가 더 꾸준함을  관리 잘하는가가 일찍 시작함의 advantage를 상쇄해버린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 언어(모국어)에 대한 정체성과 structure가 완성되지 않은 너무 어린 나이에 영어를 시작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두 언어의 동반발달저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리스크가 크다고 하여 너무 이른 나이의 영어공부 시작은 지양하는게 좋답니다.

 - 영어실력을 늘리고 싶으면 운전하기와 피아노 치기를 생각해 보랍니다. 그 두 가지가  영어공부와 거의 같은 형태의 학습이라는 거지요. 

운전과 피아노 실력이 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영어에 얼마나 많이, 자주 노출되는가?)", 가르침을 들음보다는 본인의 반복학습과 연습으로(리스닝, 단어암기와 스피킹 연습...)  그 가르침을  내 몸에 완전히 각인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즉, 영어도 운전도 피아노도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거지요.---> 실제로 영어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 외고생들 보면 일주일에 몇 번씩 영어학원에 가지 않습니다. 보통 주1회 많아야 2회, 그것도 배우려는 게 아니고 "꾸준함"을 관리받거나 "꾸준함"의 재료를 공급 받으려고 학원 다니지요.

 - 영어의 기본은  어휘력이겠지요. 즉, 단어가 안 되면 백약이 무효가 됩니다. 그리고 나서 영어공부는 크게 두 가지 영역인데 수동적 영역인 "읽기와 듣기", 능동적 영역인 "말하기와 쓰기"로 나뉘는데 이 두영역은 상호작용 또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게 영어교육이론이랍니다. 즉, 읽기와 듣기공부를 열심히 해서 100점을 받아도 말하기, 쓰기에서 성적은 그 영역을 따로 공부하지 않는 한 저절로 성적이 동반상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영어실력이 늘려면 위 두 영역을 항상 골고루, 꾸준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거지요.

영어실력이 꾸준함이 관건이라면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어떻게 꾸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