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공부를 하지 않고 좋은 대가를 바라는 것을 나무라는 것, 공부를 열심히 한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고, 또 그를 위해 많은 부모들이 좋은 교육방법을 찾으려 하는 것을 이해 못하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소방관은 당연히 열심히 불을 꺼야 하고, 교사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야 하며, 벽돌공은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벽돌을 쌓는 것 모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자기 일이던 공부든 노력이 없이 무엇을 얻으려 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고 사유 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똑같이 나눠먹으라 하는 체제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몰라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학벌주의는 노력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문대를 간 아이들의 노력을 비난하고자 하는 말도 아니고 열등감에 싸인 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말도 아닙니다. 이는 인권의 문제입니다. 긴 인생을 놓고 보았을 때 연령 대 별로 노력한 결과들은 모두 다르고, 좋아하는 일에 대해 노력한 과정도 모두 다릅니다. 학벌주의, 학벌사회라 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 노력과 상관없이 학벌로 권력이 독점되고, 그 학벌이 특정 권력 계층을 만들어 냄을 의미합니다. 보편적 교육정책을 만들어 낼 수 없게끔 하는 해악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정확히 논제에서 구분이 되어야 하는 개념입니다.

더군다나 정당하게 취득한 부잣집 아들만큼 노력해서 따라잡으라느니, 사회가 인정한만큼 살라는 이야기는 아무리 좋은 교육정보를 나눠 주시는 분이라해도 자식을 훌륭히 키워내신 부모가 쓸 말은 아닙니다. 외고 급식을 먹고 싶으면 너도 노력해서 가라니요...

하나씩 짚어 봅니다. 정당한 노력으로 이룬 부자들의 결과? 

버핏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이유와 히틀러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불행한 사건을 만들어왔는지 구분이 안되시나요? 어떤 것을 노력으로 보아야 하나요? 고객이 제공한 정보 없이 그들은 상품을 만들 수 없고 골목 상권의 희생없이 그들은 그렇게 큰 유통 경로를 마련할 수 없습니다. 뼈빠지게 공부한 학생들의 열정 페이와 비정규직의 눈물들이 만들어 낸 부자입니다. 내가 이렇게 부를 축적하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 능력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의 조력이 있었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당이란 단어 안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숨이 있는지를 생각 해 보세요.

그래서 재산환원은 아까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입니다. 모두가 워렌 버핏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 노력으로 내가 만든 성과를 갖고 내가 누리겠다는데 니들이 뭔데 난리냐는 말은 적어도 삼킬 줄 알아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는 것들, 머리가 나쁜 것들, 장애인, 사회에 별 도움이 안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이들은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없다. 무한 경쟁과 잘못된 한 사람의 개인 가치관이 가져온 역사적 파멸을 기억하십시오. 독일은 철저한 반성위에 경쟁대신 삶의 행복 기준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핀란드는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났던 무차별 학벌 논제에서 함께 나누는 상생을 선택했습니다. 헬싱키를 가나 시골을 가나 교육 복지의 차별이 없는 환경 안에서는 개인의 노력을 탓할 수 있습니다.

"공정한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경쟁은 좋은 시민의식이 만들어지고 난 뒤에 선택할 문제다." 많은 학벌지상주의자들이 내뱉던 말에 핀란드 교육부 장관이 던진 말이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을 말씀하셨나요? 미국의 경쟁 교육을 우리가 얼마나 엉터리로 흡수해 왔는지요. 부의 대물림, 학벌의 대물림이 고스란히 통계로 나오고 있는 마당에 그런 역발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습니다. 가치관의 문제고 기본 인권에 대한 인지 수준입니다.

우리 나라의 현실이 있고 북유럽의 현실이 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의 현실도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을요. 그들이 지금 철저히 반성하고 있는 과거를 지금 우리가 어떤 말로 정당화를 시키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는 자기안의 패권주의 의식을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교육 정보, 노력없이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하는 심보에 호통을 치는 글, 자식을  잘 키우신 분들의 경험담 모두 다 소중합니다. 그러한 정보를 무료로 이렇게 공유하고 조언해 주는 모든 과정이 다 가치 있는 일들이지요. 그러나 내 식견이 타인의 상황을 고려치 않고 우월한 입장을 표명하는 글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현실적인 조언이라 해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옆에서 잘 나간다, 참으로 옳다 박수쳐주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아 딴지 한번 걸어본 것으로 생각지 마시고 논쟁 안에서 좀 더 건전한 발전과 가치를 찾으려는 협력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는 일인 것을 알고 이 사이트를 이끌고 가시는 주요 분들의 의견이 무엇인지도 잘 알겠지만 스터디 홀릭의 좀더 건전한 방향성을 위해 벌이는 토론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모든 의견에 다 반대하지 않습니다. 옳은 말씀도 많습니다. 그러나 학벌사회와 학벌 주의에 대한 오해, 편견 등은 다시 재정립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해당 글에 대한 의견입니다.

어느 섬이던 그 섬을 통과하려면 그 섬의 해안선을 먼저 밟는 일에서 부터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그 해안선을 밟는 일은 내 자식 좋은 명문대 보내기 운동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가치 운동, 무한 경쟁의 실패가 가져올 수 있는 양극화 현상, 패자 부활전을 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양심과 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글이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일은 대왕마마도 교육대법전을 독점하고 있는 이도 절대로 장담하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일이지요. 대학을 보낸 것을 끝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있어 자만하는 글도 안되구요. 좋은 재능기부에 힘쓰는 일로 존경 받기 바랍니다.

얼마전 EBS <부모>라는 프로그램에 나오신 두 아이 명문대 보낸 분의 이야기를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명문대를 보낸 그 부모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부모의 생각과 가치관, 삶이 부러웠습니다.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보다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부모였습니다.

제 글에 대한 반박은 그 프로그램을 보신 뒤 다시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